현장스케치우리는 귀농귀촌을 꿈꾼다
관리자2022-09-27조회 1604
'현장스케치'는 평생학습 현장의 일을 사진과 글로 생생하게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전주시와 완주군 귀농귀촌지원센터에서 상생업무협약을 맺고, 50+ 귀농귀촌 희망자를 대상으로 3일 살기와 공동텃밭 가꾸기 체험프로그램으로 3일 가족이 되어보았다.
‘처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기대, 두려움도 섞였지만, 그래도 설렘의 의미가 가장 컸다.
13명의 낯선 얼굴들이 같은 꿈으로 만나 만들어가는 완주에서 3일 살아보기~ 아직은 서먹한 우리의 첫걸음이 향한 곳은 완주군 구이면에 있는 완주로컬푸드 모악점이었다.
저마다의 책상 위에 놓인 깔끔한 호미 한 자루와 ‘나는 지금 완주로 간다’는 사례집 한 권, 그리고 에코백과 보온병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대장간을 나온 지 얼마 안 된 신입처럼 유난히 뾰족한 호미의 끝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무엇인지 알려주는 느낌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첫인사를 건네고 정용준 회장(완주군 귀농귀촌협의회)은 ‘원칙세우기’를 권하며 ‘왜 완주인가?’로 3일 살기의 목적을 일깨웠다. 왜 완주여야 할까?
만족한 삶이나 마음의 안정을 위해선 ‘치료는 도시에서 치유는 완주에서’로 명확하게 정리해주며 마무리의 한 마디는 ‘내가 지쳐있었나?’ 가슴에 쿵~ 박히는 슬로건이었다.
하나의 작물에 국한되지 않고 골고루 재배하게 하여 농민들을 보호하고, 제철에 나오는 것들을 가깝게 제공하는 로컬매장을 가능하게 하여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 그것이다. 완주 살아서 좋은 것 또한 로컬을 사용하는 것(생산,소비)이라는 말에 ‘왜 완주여야 하는가?’에 답이 된 것 같았다.
견학 후, ‘행복정거장’이라는 완주로컬푸드 레스토랑에서의 점심식사!
판매하고 남은 식재료를 이용하여 만들어낸 음식들임에도 충분히 맛있었고, 모양도 메뉴도 다양해서 자리가 부족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었다.
건강한 먹거리는 보약이 분명하고, 그 보약은 완주의 자부심으로 소농을 보호하며 농민들의 땀방울 하나도 허투루 하지 않는 데서 온다는 생각에 뭉클한 감동이었다. 로컬푸드가공센터로 이동해서는 ‘올바른 생산과 올바른 소비’의 이야기와 집중되는 제철 생산으로 버려지는 것들을 막기 위해 ‘내 것을 내가 만들어 판매’ 하는 가공센터에 대한 견학이 이뤄졌다. 고령농, 소농, 여성농, 귀농에 우선순위를 두고 26가지로 200개의 제품을 가능하게 한다니, 농민의 소득과 소비자를 배려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하지만, ‘딸기잼을 팔기 위해 농사를 짓지 마라, 딸기를 팔기 위해 딸기잼을 만들라’는 임도현 팀장의 말에는 근본을 잊지 않으려는 농민들의 약속도 담겨 있어서 한동안 머리를 맴돌았다. 오후에는, 부부가 10년 전 귀농해서 블루베리와 무화과, 양배추 농사를 짓고 있는 금원농장에 견학이 있었는데, 어려움을 겪고 지금은 멘토가 되어 이것저것 나누려는 마음으로 귀농귀촌을 꿈꾸는 이들에게 좋은 가르침이 될 것 같았다. ‘시골 생활은 롤러코스터와 같다.’는 말이 그분들의 지나온 삶을 보여주는 말이라 생각되었다.
금원농장 견학을 마치자마자 근처에 있는 귀농귀촌지원센터와 귀농귀촌 게스트하우스를 향했다. 내가 머물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자 친숙해지는 마음이란 너무 성급한 감정이었나?
강평석 국장님의 사회적 경제 특강 속에서 로컬푸드 직매장의 탄생에 대한 발자취를 따라 걷고 마을기업과 전통문화를 복원하여 알리는 모습에 완주라는 이름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공은 정해진 법칙이 아닌 좋은 생각과 실천에 있다. 행운은 준비가 기회를 만났을 때 온다. 농사는 생각보다 어렵고, 생각보다 재밌다. 행정은 마을에서 올바르게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나머지는 마을에서 하는 것이다. 귀농귀촌은 가슴이 떨렸으면 좋겠고 준비를 하고 오셨으면, 그리고 이왕이면 완주이길. 도시는 편함을 추구하지만, 농촌은 불편함을 즐기는 것이다.’라는 명언 같은 말들로 적어 내려가는 손길이 바빴던 시간이었다. 저녁식사 후, 머물게 될 숙소로 돌아왔다. 행복드림 두억마을에서 토종씨앗을 찾아내고 지켜나가며 나눔까지 하고있는 이종란 농부의 이야기와 TV 출연 경력도 있는 도전과 모험의 귀농청년 진남현 농부의 이야기까지 듣고 나니, 긴 하루가 지나 칠흑 같은 밤이 산골마을을 뒤덮고 있었다. 저마다의 방을 찾아 하나둘 잠들어가는 숙소의 잔디가 유난히 초록초록한 것은 내 마음의 설렘인지, 비추고 있는 조명인지 쉬 잠이 들 수 없는 첫날이 깊어지고 있다. 간밤 잠을 설쳤지만, 산책할 욕심에 5시 30분에 일어났다. 텃밭체험이 6시 30분이니 산책이나 해야겠다고 나섰다가 어둠에 기가 눌려 다시 30분을 기다렸다가 산책길을 나선다.
숲내음, 쑥부쟁이, 그리고 작은 호수~ 사실 이곳은 무척이나 낯익은 곳이다. 호젓함이 좋아 멍하니 앉았다 가던 곳이다. 그런데, 3일 살기 마을이라니.......
지금은 입소문이 나서 많은 사람이 찾아와서 흔적을 남기는 곳이다. 아니 온 듯 다녀가면 좋으련만, 위로받는 자연의 곁이 늘 도시의 쓰레기로 남는다. 산책을 끝내고 부랴부랴 공동텃밭에 모였다. 미리 밭을 골라놓으신 박종배 마을위원장님이 트랙터로 시범을 보이고, 두 명의 운전 체험이 있었다. 무슨 용기인지 선뜻 올라서 잠시의 실습을 해보니, 농기계도 배우고 싶다는 생각! 하고 싶은 것들은 왜 그리 많은 건지.......
비닐도 쳐야 하고, 밭도 다시 골라 고랑도 내어야 해서 작물은 다음 날 심기로 하고, 마을에서 준비해준 아침 식사 후 마을탐방을 하고 돌아왔다.
이어 두억마을 주민들이 전하는 산간지역 노동요인 ‘사라지타령’ 지게장단 공연을 관람했다. 노인회장님이 마을사업 시 찾아내 주민이 작사한 진목대사의 일화는, 노래로 불리우며 잊혀가던 전통을 프로그램으로 만들고, 귀농인과 마을주민이 같이 참여할 수 있는 화합의 장이 되고있다고 한다. 오후에는 봉동 마더쿠키와 삼례소셜굿즈센터 공동체 견학도 있었다. 마더쿠키는 바삭한 두부과자와 빵, 커피로 맞아주신 한편, 귀농귀촌의 다른 길도 볼 수 있게 해주심에 감사한 시간이었다. 특히 값을 조금 더 주더라도 주민들 재배한 것으로 재료를 삼고, 일손이 부족해도 주민과 함께하며, 다문화 엄마들의 학교체험강사 배정으로 자녀학교를 가보게 하는 배려는 소외되는 계층 없이 상생하려는 대표님의 마음이 전해졌다. 용진에 있는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 견학도 있었는데, 참가자들의 관심이 유독 높았던 곳이다. 빠레트를 이용한 창고 만들기, 태양광 센서등 만들기, 가스 화덕, 폐목으로 만드는 리클라이너소파, 태양열 건조기, 폐하우스 파이프로 만드는 돔형 비닐하우스 등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도 좋았지만, 모양도 예뻐서 다들 감탄이 계속되었던 곳이다. 완주에는 연장도서관이 있는데 이름도 기발한 ‘빌려가게’로 집 지을 장비가 거의 다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귀농귀촌 할 때 가장 처음 해결해야 할 것이 주택이다 보니, 다들 관심이 많은 것은 당연한 것 아닐까? 두 번째 날의 마무리는 귀농귀촌인들과 함께 하는 저녁식사 및 간담회가 있었다. 물고기(향어)를 이용한 순환형 수경재배로 채소를 기르고 있는 정선화 멘토님의 이야기를 선택해서 듣게 되었는데, 화려한 이력(건설, 버스기사)도 놀라웠지만 자부심을 가지고 언제든 놀러 오고 물어보라는 열린 마음이 든든했던 분이셨다. 멘토분들은 우리 숙소 앞마당에서 아쉬움을 풍물로 함께 해주시기도 하였다. 난생 처음 잡아보는 북채를 잡고 신나게 두들기던 그 소리가 아직 귓가에 남아있다. 칭찬받아서이겠지? 오죽하면 비봉면까지 배우러 갈 생각을 해보았을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니까.
글쓴이
이지영(50+ 커뮤니티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