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호] 전주에는 왜 전주기접놀이가 있는가?
전주시 인근 마을들에는 한마을 또는 두 개 이상의 마을이 여름 농한기인 백중날에 함께 모여 술과 음식을 나누고 풍물을 치며 노는 잔치인 '술멕이' 민속 전통이 내려오고 있다. 특히 전주 모악산을 끼고 전주 북쪽으로 흐르는 삼천의 동, 서 양편에 형성된 우전들과 난전들 지역은 비옥한 들이 있어 농사문화가 활발하다. 이 곳에는 특히 음력 칠월 중순 술멕이 때 여러 마을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놀이판인 '합굿매기'가 있다. '합굿매기' 과정에는 마을별로 용이 그려진 큰 기를 제작하여 '용기놀이' 문화를 향유하며 전승해왔다.
놀이 전승의 역사는 구체적 문헌은 없으나 기접놀이 상쇠였던 고 심동섭 옹에 따르면 이 놀이가 적어도 200여년은 넘었을 것으로 추정하며, 현지 주민들은 1956년 합굿매기와 용기놀이를 그들이 향유한 마지막 굿판으로 기억한다
'전주기접놀이'는 전주 평화동과 삼천 지역에서 전래되어 온 '합굿매기'의 한 과정인 기놀이, 즉 '용기(龍旗)놀이', '기전(旗戰)놀이', '기점(旗點)놀이', '농기(農旗)놀이' 등으로 부르던 것을 1974년 전주시 풍남제 재현 공연이 계기가 되어 명명되었다. 이후 전주시와 지역주민의 지원과 참여로 면면히 전승되다가 1998년 '전주기접놀이 보존회'가 결성,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전주대표 민속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전주기접놀이는 술멕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합굿매기(맞이)'와 '용기놀이'에 초점을 둔 민속놀이이다. 이때 이루어지는 '기세배,' '기싸움', '개인 기놀이' 등과 같은 놀이는 술멕이의 정점에서 향유되는 문화이다
전주기접놀이의 원형인 '합굿맞이'와 '용기놀이'는 전라도의 수부이며 곡창지대의 대표격인 전주의 위상과 특성을 반영하는 문화적 산물이다. 한 해 농사의 큰 매듭을 지으며 그 동안의 노고를 푸는 과정에서 놀이의 신명과 예술성까지 표출하는 마을 문화의 정수이다. 전주기접놀이는 마을문화의 가치를 계승한 것이며, 마을 내부의 결속과 마을 간의 화해와 상생을 지향하면서 공동체성을 회복하게 하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