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관리자 | 등록일 | 2017-07-24 13:47:40 | 조회수 | 2795 |
- 전주시평생학습 네트워크 연수와 함께한 이틀 -
지난 6월에 떠난 평생학습 네트워크 연수에서는 전주와는 다른 지역의 평생학습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아보고 그 지역 주민들과 관이 어떻게 협심하여 평생학습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연수를 떠나는 아침. 모인 분들은 모두 새로운 걸 접한다는 기대감에서인지 모두 생기에 넘쳤다. 아는 분들이 서로 정답게 인사도 하고 새로 만나는 분들도 버스에서 서로 소개하며 지내는 시간을 보냈다. 네트워크 연수라 하여 평소에는 잘 접해보지 않은 다양한 관련 기관에서 모인 분들인데다가, 모인 분들도 신참인 분들이 많으셔서 새로운 경험에 대한 기대가 많이 비쳤다.
우리가 먼저 향한 곳은 안산시 평생학습관이었다. 역시 수도에 가까운 지역이라서 그런지 규모가 정말 컸다. 본관과 강의동, 도서관, 강당이 따로 있었는데 먼저 본관에서 안산시 평생학습관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에 관련해서 듣기로 했다.
여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평생학습 프로그램은 길거리 학습관이었다. 전주에서는 학습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개인적으로 모임을 만들거나 곳곳에 흩어져 있는 모임장소를 찾고 거기에 신청해야 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길거리학습관은 평생학습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민이 일상적으로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카페, 갤러리, 학원, 소규모 상점 등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장소에서 길거리 학습관으로 신청하여 심사받고 현판을 만들어 주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바로 접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가볍게 평생학습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이 평생학습의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이지 않을까.
흥미 있었던 것은 바로 강의동의 벽면이었다. 흔히 이런 벽면은 빈 공간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에서는 강의를 하고 나서의 결과물, 예를 들어 시 창작 강의라면 시를 창작하고 그 시를 전시하거나, 작가 개인이 전시 장소를 필요로 하는데 장소가 없다면 평생학습관과 협의하여 최대 한달까지 전시를 하는 장소로 대여하고 있다고 한다. 좁은 장소라도 활용할 수 있는 곳은 최대한 활용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런 전시는 생활 내에선 마음먹고 해야 접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작가들에게 장소를 제공해줌으로써 작가는 전시 장소를 얻고, 시민들에게는 전시를 볼 수 있다는 일석이조인 셈이다.
그 다음 일정은 단원 미술관이었다. 단원 김홍도를 다룬 미술관의 프로그램이 있었다.
터치스크린으로 그림을 하나하나 확대하여 설명하고 있는 미술관 학예사님의 모습이다. 특히 아이들이 스스로 확대해보고 자세히 관찰하는 게 가능해서 가장 인기 있는 코너라고 한다.
이런 활동의 장점은 학교에서 할 수 있는 활동보다 스스로 한다는 점에서 흥미를 자극하여 집중력을 높여 흡수하는 속도와 범위가 다르다는 것이다.
안산하면 떠오르는 또 다른 장소가 있다. 몇 년이 지나도 4월이 다가오면 가슴이 시리는, 잊어서는 안 되는 날이 떠올라서일 것이다. 처음엔 단원고 기억교실이라고 해서 단원고로 가는 줄 알았으나, 도착한 곳은 안산시 교육지원청 앞이었다. 고등학교 시설이 아닌 교육지원청 별관이었던 것이다. 4.16 기억교실이라는 현판 앞에서 숙연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여기서 설명을 맡아주시는 분은 모두 자원봉사자로 세월호에 탔던 단원고 학생들의 유가족 분들이시다.
우리가 세월호 사건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인재였기 때문이다. 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이 살았을 적을 그리워하고 슬퍼한다. 그리고 추모한다. 그러나 이 당연한 것도 거슬려하는 것도 많았을 뿐더러 '인재입니다,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계속해서 기억해야 하죠'라는 의견들을 무시하고, 안 좋았으니 오히려 빨리 잊어버려야 다시 일어설 수 있지 않냐는 의견들이 힘을 얻는 순간들을 지켜보면서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급성장한 나머지, 정신적으로 문화적으로 중요한 것들을 구시대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역사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인간은 환경은 바뀌어도 생각하는 방식이나 살아가는 양상은 크게 다르지 않아서 비슷한 일이 반복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나간 역사 속에서 우리의 현재 모습과 같은 부분을 찾아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방지하기 위하여 우리는 역사를 배운다.
단원고 4.16 기억교실이 의미를 갖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서 온다.
그 다음 방문한 곳은 대부도에 있는 큰 섬 행복학습센터를 이루는 곳의 한 장소인 대부도서관이었다. 행복학습센터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동네학습공간으로, 맞춤형 평생교육프로그램 제공, 다양한 재능기부 활동 등록과 연계, 행복학습매니저를 지원하는 장소이다.
대부도에서 행복학습센터를 열게 된 것은 대부도는 안산시에 속해있으나 안산과 거리가 있어서 시와 달리 아이들이 학습하거나 아이들끼리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것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대부도서관이 생겼는데, 아이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을 찾던 학부모회 위원 분들이 안산시장에게 청원하게 생긴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주민들도 기왕 생긴 도서관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에 이런 저런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환경 상 강사를 제대로 모시기 어렵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강사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결국 행복학습센터가 되었다는 행복학습매니저님의 말씀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아이들을 위해 노력하는 학부모님들은 정말 많다. 다양한 학습 장소를 알아보시고 좀 더 많은 경험을 쌓기 위해 데려가시는 분들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대부도의 학부모회분들이 대단한 것은, 좋은 자연환경과 더불어 더 많은 것을 아이들에게 주기 위해 정말 많은 생각과 노력 끝에 학습 장소를 얻게 되었고, 그 결과 대부도 주민 분들은 다양한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얻게 되었다는 일석 몇 조의 효과까지 얻게 되었다. 삶을 개선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다양한 분들을 가볍게 볼 생각은 없었지만 부모라는 이름은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다음날 일정은 백남준 아트센터부터 시작했다. 백남준은 이름만은 중고등학교 미술교과에서 들어본 적 있는 비디오 아트를 중심으로 한 예술가였지만 그가 이전에 행위예술가였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아쉽게도 백남준 아트센터의 백남준 전시실인 1층은 공사 중이었기 때문에 테마 전시관인 2층밖에 관람할 수 없었다.
2층에선 무빙이미지 아시아라는 테마로 아시아를 아시아의 시각으로 보자는 전시였다. 여기에선 중국과 일본, 우리나라, 러시아 작가들이 각자의 시선으로 아시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비디오 아트로 표현하고 있었다.
인터넷 등을 통해 가장 익숙하게 느껴진 것은 권하윤 작가의 489년이었다. 역사 속에 뼈저리게 스며든 전쟁 때문에 우리는 모두가 DMZ를 알고 있지만 그곳에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 반면에 그 아래에 얼마나 많은 지뢰가 있는지는 잘 모르고 있다. 제목인 489년은 한반도 아래에 매설된 지뢰를 전부 제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라고 한다. 이 영상은 아름다운 DMZ가 지뢰가 터지면서 생기는 불바다와 그런 DMZ에 들어가면서 언제 지뢰가 터질지 몰라 극도의 긴장을 하면서도 아름다운 꽃을 발견하면 그 꽃의 아름다움에 정신을 빼앗기는 인간이란 존재를 담은 작품이다.
이 외에도 청순의 대명사로 꼽히며 다양한 영화에 출연했지만 그 반면에 군국주의 영화에도 출연하며 이면성을 드러낸 하라 시즈코의 영상 위로 낙서와 종이를 찢는 장면을 겹친 영원한 처녀라는 작품을 통해 국가가 요구하는 개인과 그 개인 간의 간극을 보며 다양한 의견을 낼 수 있었다.
전시회를 느끼면서 건물 자체가 노출콘크리트 기법으로 된 것이었는데 벽면이나 천장을 바라보면서 건축에서도 벽지나 천정 같은 꾸밈을 제거하고 파이프나 콘크리트를 드러냄으로써 그 본질을 드러내듯이, 비디오 아트 또한 일상 속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현대사회의 최전선의 과학 기술인 비디오로 나타내는 것이라고 느꼈다. 전시회, 특히 행위예술 관람은 전시회 장소의 분위기나 건축 기법과도 연관되어 행해지는 것을 보고 예술은 일차원적인 게 아니라 인간처럼 다층적인 문화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런 다층적인 부분을 한 겹 한 겹 깨달아가는 것이 바로 이 전시회의 노림수 아닐까.
그 다음 장소는 한국민속촌이었다. 기자는 한국민속촌을 TV나 인터넷으로밖에 접해보지 못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들어가기 전 입구 앞 나무에 청사초롱이 매달려 있었는데, 전주 한옥마을 태조로의 가로등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한국민속촌은 사극 촬영시 촬영장소로 사용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다양한 민속 정경을 넓은 부지에 하나하나 재현한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SNS에서 거지나 사또, 광대 등의 역할 연기를 하는 등장인물들이 관람객들에게 대본 그대로의 연기가 아닌 상황에 따라 그 인물이 할 만한 행동을 취한 다는 것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입장할 때 두 번째로 관심을 끌었던 것은 장터에서 한다는 놀이였다. 사물놀이, 마상무예, 혼례행진 등의 각종 놀이들이 시간을 두고 질서정연하게 끊임없이 이어진다는 것이었다. 이런 행사를 할 때는 장소와 시간, 상황에 따라 다양한 돌발 요소를 고려하고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이 꽤 많이 든다. 그러나 이 놀이들이 부자연스럽지 않게 이어서 움직인다는 것을 듣고 꽤 관심이 많았다.
한국민속촌을 찾은 시기는 여름이 시작될 무렵이라 여름방학 외갓집에 간다면이라는 주제로 시골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새롭게 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생물 관련한 이벤트 또한 포함되어 있어서 자연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 요즘 아무리 행사라고 해도 살아있는 생물을 다루는 이벤트는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 같아 우려된다.
부지 내에는 천이 있어서 나룻배도 운행하고 있었으나 아쉽게도 주말이 아니었고, 가뭄이 계속되어 물이 마른 상태라 주말이 되어도 운행이 여의치 않았을 것으로 보였다.
푸드코트를 포함해서 편의점이나 공구점이 있어 하나의 마을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아쉬웠던 것은 한국민속촌을 기념하는 기념품점이 다른 문화재를 방문했을 때의 조악한 공예품이었다는 것과 한국민속촌 만의 특색이 비치는 관광상품은 마그넷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민속촌의 여러 행사도 장소와 잘 어울리지만 관광상품으로는 장소와 역할 연기를 하는 인물들, 노상 공연으로 충분하다는 점으로, 계절마다의 행사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기엔 여러 가지 문제가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생물을 가지고 하는 이벤트는 어떤 영향을 줄지 고려하고 기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속촌 특유의 행사를 기획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로써 다양한 곳을 거쳐 네트워크 연수가 마무리되었다. 전주시 평생학습과 가장 달랐던 것은 길거리 학습이었다. 기자도 다양한 학습에 관심이 많은 터라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렇게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찾기 힘들거나 아예 없는 모임들이 많다. 예를 들어 철학 관련이나 현재 가장 큰 관심인 페미니즘, 정치 등의 모임은 동네 작은 카페에서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모임은 처음 온 사람이 끼어들기 어려운 사교모임을 겸한 경우도 많아서 일반인이 가볍게 참가하기 어렵다. 그래서 결국 만들어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모인 사람 수에 따라 장소 선정도 어렵게 된다. 이럴 때 관이 나서서 연계해준다면 관심이 있는 사람뿐 아니라 다양한 계층, 세대의 사람들이 접할 수 있다. 이런 모임을 제외하고도 평생학습은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다양한 전시회와 장소를 통해 경험하게 되었다. 평생학습이란 말 그대로 나이를 가리지 않고 학교 밖에서도 얼마든지 학습이 가능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 귀중한 경험이었다.
글ㆍ사진/김효선(시민학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