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관리자 | 등록일 | 2017-07-24 13:52:12 | 조회수 | 1190 |
- 사회학자에게 듣는 쿠바이야기 '쿠바의 사랑과 혁명'을 수강하고 -
윤현주(인문독서고전연구소)
뭐에 끌렸을까?
쿠바, 아니면 혁명, 그것도 아니라면 체 게바라의 사진.
'사회학자의 시선에서 듣는'이라는 문구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좌우당간 5,000원에 중남미의 뜨거운 햇살을 느끼게 해 준다니 나 같은 무지렁이가 그 나라의 역사나 문화를 혹시 모른다 해도 큰 이득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 컸다.
직접 쿠바를 다녀오신 한성훈 교수님은 "여행이란, 부담과 두려움을 동반한 자유로움과 적절한 긴장이 있는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찍힌 한 장의 사진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로베르트 미헬스는 "사회주의자는 성공할지 몰라도 사회주의는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라는 명제를 통해 사상이나 주체보다 인간성의 문제를 강조했다. 그리고 그 인간성의 문제를 들여다보게 하는 인물들이 바로 쿠바에 있다. 56년 전 피델 카스트로는 쿠바를 사회주의 국가로 명명했다. 카스트로를 언급하다보면 늘 등장하는 인물 체 게바라.("한 사람을 설명하기 위해 반드시 또 한 사람이 필요하다.") '농촌의 빈곤 의료중시'는 바로 사상을 넘어선 인간성이 중요하다는 명제를 뒷받침한다. '맨발의 의사'에서 말하는 "봉사는 절대 이념적이지 않다."처럼.
쿠바이야기에서 나를 흔들어 놓은 3가지가 있다.
하나는 "장기집권이 곧 독재인가?"란 질문이었다. '~ism'을 고민하는 나에겐 중요했다.
'우리가 어떤 사상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면 그것은 그 나라의 상황이나 문화적 배경을 알지 못하는 무지에서 오는 오만이 아닐까?'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쿠바는 그런 나라였다. 사탕수수의 나라로 노예가 필요했던 곳, 지리적으로 냉전의 희생양이 되어야 했던 나라.
두 번째는 "시니어센터"에서 자연스럽게 세대 간의 공동체 관계 형성을 통해 재생의 사회를 만들고 있었다. 길 건너의 아이들이 오면 시니어들의 돌봄 시스템이 작동된다. 거기에 전래동화를 들려주듯 스토리텔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역사와 문화 전승은 퍽 인상 깊었다.
마지막은 '아바나 올드 타운'을 가고 싶다. 해변이 있고 사람이 있다. 음악이 있고 춤이 있다. 당연히 전통도 함께 할 것이다. 멀지않은 곳에 헤밍웨이가 모히또 한 잔 마시며 글을 썼다는 '라 떼레사 레스토랑'도 있단다. "우리는 아직도 혁명중이다."라고 말한다는 쿠바인들을 만나고 싶다.
그곳을 다녀 온 교수님은 이렇게 마무리하신다.
"가장 평등한 계급이 권력을 잡고 있는 도시. 인간으로서 느끼는 자유로움, 인간의 욕망을 부추기지 않고 사람 사이에 위계가 없었던 나라. 나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자유를 만나고 왔다."
진정한 자유는 사상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정체성, 민족 자부심에서 나오는 것임을 배운 시간. 나의 민족 자부심과 나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나는 지금 진정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는가? 뜨거운 햇볕 내리쬐는 쿠바의 해변에서 바닷바람 맞으며 모히또 한 잔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