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관리자 | 등록일 | 2017-08-24 13:51:54 | 조회수 | 1584 |
- 완주군 '스테이풀리쉬 위크' -
스테이풀리쉬는 음악, 미술, 춤 예술인들이 모여 자신들의 작품을 무료로 보여주는 행사이다. 예술에 빠져 사는 바보들이 바보처럼 즐기고 마음껏 자신의 끼를 보여주는 행사이다. 행사는 컨테이너 안에 그림과 작품을 전시하였고, 야외에 무대 장을 만들어 공연을 진행하였다. 컨테이너 안에 좁은 공간 안으로 불특정하게 전시되어 있었지만 그래서 행사의 분위기를 더욱 잘 느낄 수 있었다. 작품은 그 자체로도 멋진 감성을 가지고 있어 그 어떤 공간에 있어도 그 작품의 느낌을 잘 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야외 공연장이었지만 행사 내내 천막을 피고 진행하였기에 악기에 별 탈 없이 공연은 계속 진행될 수 있었다.
다른 행사와는 다르게 지원 예산 없이 예술가가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진행하는 행사이다. 이 행사장에 모인 분들 모두 행사를 만들고 진행하는 기획자인 동시에 예술가였다.
"바보들의 세상"과 "재미없음 자기 탓!"
행사장을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간판이다. 바보들의 세상과 재미없음 자기 탓이라는 말이 참 잘 어울리는 말이다. 이 행사는 모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데 전시, 공연, 식사는 물론 참가하는 비용조차 없으며 텐트까지 대여해준다. 이 모든 것이 무료이니 이 행사가 재미없음 다른 누구의 탓도 아닌 자신의 탓이다. 아티스트들은 자발적으로 경비를 받지 않고 참여하기에 관객 수가 적고 관객들이 즐거운지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공연이었다. 적게 오면 적게 온 만큼 여기 온 사람들이 모두 편안하게 즐기다 가는 행사였다.
이번 행사에는 서울에서 이 멀리 고산까지 자발적으로 공연을 온 아티스트가 있었다. 그 이름은 예람. 친구의 공연으로 신청을 했지만 갑작스런 친구의 일정으로 혼자 이 멀리 있는 고산까지 왔다고 했다. 친구도 없이 혼자 왔지만 이곳에서 우연히 오랜만의 친구들도 만나고 이렇게 특별한 시간을 보내니 즐겁다고 하였다. 공연이 끝나고 밥을 함께 나눠먹고나니 서울 팀의 공연이 이어졌다. 하헌진, 김목인, 빅베이비드라이버 등 서울에서 포크를 하는 이들이었다. 정답고 맛깔스러운 음악과 부드러운 노랫소리에 취해 사람들은 흥얼거리며 음악을 즐겼다. 서울 팀의 공연이 끝나고 전주 밴드 크림이 왔다. 신나는 음악으로 첫날의 마지막 밤을 불태웠다. 스테이풀리쉬에 어울리게 무대도 그렇고 다들 뛰놀기에 정신없었다. 공연이 끝나고 잠시 비가 내렸지만 우리는 조용히 영화까지 보고 끝이 났다
다음날 일찍부터 행사장에 나왔다. 낮에 토론이 있을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판화가 유대수, 전문성, 정상현, 연극 박규현 등 기획자, 예술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도내의 예술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토론을 하는 중간에도 행사장에는 고산시장 사람들이 모여 장터를 깔았다. 토론은 긴 토론이 되어 공간을 나누어 진행을 계속 하였고 토론이 아닌 경우에는 사람들은 행사장에서 마을장터를 구경하였다. 완주 지역민의 소박한 재능이 빛난 시간이었다. 수제 샌드위치, 잼 핸드메이드, 인형, 커피 등등 마을 장터가 시작되었고 타로를 보았다. 나는 그곳에서 토론을 보다가 나와 마을 주민이 갈아준 수박주스를 사먹고 타로를 보았다. 주말의 한낮이 평화로운 때였다.
토론과 마을장터가 끝나고 저녁은 역시 스테이풀리쉬의 식사시간이 진행되었다. 토요일 오후는 특별히 완주 사람들이 모여 완주에서 나는 농산물로 차린 식탁이었다. '모여라 땡땡땡' 스테이풀리쉬의 사람들이 모두 모여 같이 식사를 즐기는 시간이다. 볶음밥, 콩 국물, 잡채, 샐러드 등등 수제맥주에 에이드까지 뷔페형식이어서 모두 다 들고 오는 순서는 다르겠지만 이렇게 모인 한 자리만큼 우리는 다들 음식을 들고 와 앉고 나서야 '모여라 땡땡땡!' 종을 울리고 밥을 먹을 수 있었다.
행사에는 많은 이들이 온다. 아티스트, 기획자, 관객, 마을 주민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왔지만 그 순간만큼은 우리는 경계 없이 함께 먹는 식구들이었다. 우리는 한 테이블에 가득 모여 이야기를 나누어 그 순간을 즐겼다. 가수들은 음악으로 자신의 끼를 발산할 수 있다면, 배우는 무대에서 끼를 발산하였고 '모여라 땡땡땡'은 음식으로 모두를 모이게 하고 이 순간을 화목하게 도와주었다.
식사타임이 끝나고 무대가 아닌 한 쪽에 자리를 깔아 사람들은 앉는다. 거울을 나눠가진다. 그리고 작가는 빛을 한가운데 놓는다. 그러다 저마다 가지고 있는 거울에서 빛이 보이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사람들의 시선이 빛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시선이라는 것은 원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 레이저 빛을 통하여 안 보이는 것을 보이게 나타낸 것이다.
진행자가 시선을 레이저를 통해 시선을 비춰주는 것보다 참여하는 사람들이 빛이 어떻게 보이고 교차하는지 알 수 있게 가지고 놀게 하는 방법이었다. 아이들 모두 빛을 가지고 노는 게 신기하고 즐거운지 빛을 비추기에 정신없었다.
전시 공연, 퍼포먼스 다양한 행사가 끝나도 축제는 계속된다. 스테이풀리쉬를 위해 완주에서 직접 마련해준 고기를 볶아 행사에 오신 관객 아티스트들과 모두 어울리는 자리를 나누었다. 공연이 끝난 아티스트들은 그 순간이 몹시 즐거웠던지 예정에도 없던 공연을 시작한다. 스테이풀리쉬는 1회 때도 2회 때도 행사는 밤이 되도 끝나지 않았다. 늘 테이블위에 모여 그날의 행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모두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에 정신없었다.
그날은 그날 하루가 끝이기에 다음날 아침 걱정은 모두 잊고 놀았다.
일요일 마지막 날은 연극을 했다. 연극의 웃음소리와 흥이 있는 음악 소리에 마을주민들과 식사를 즐기러 온 가족들도 행사에 와 연극을 보고 가셨다. 이수일과 심순애 로맨틱 코미디로 어려움 없이 웃고 즐길 수 있는 이야기로 행사장은 관객들의 웃음소리로 들썩였다. 조명도 제대로 된 무대도 없고 그저 잔디밭에서 공연을 할뿐이지만, 그런 순간이기에 더욱 더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일 수 있었다. 관객들의 웃음소리도 끊이지 않은 식지 않은 열띤 공연이었다.
"세탁하여 잘 쓰겠습니다." 스테이풀리쉬에서는 3일 동안 티켓 값을 받지 않고 대신 공연장 앞에서 후원을 받고 있었다. 재미를 느낀 만큼, 그리고 행사가 이번으로 끝나지 않고 내년에도 계속 진행될 수 있는 바람들을 넣고 싶은 만큼 넣는 모금함이었다. 이 행사의 공간을 마련하고 오래 이끌어가기 위한 마음이 컸는지 사람들의 모금은 행사가 진행되는 3일 동안 계속 진행되었다.
거기다 이번 행사에는 특별히 함께하는 예술가들과 모금하는 이들을 위하여 행사의 티셔츠를 만들었고 수건까지 만들었다. 옷이 너무 예쁘다며 기부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행사장에 머문 시간이 즐거웠다며 상품도 받지 않고 후원만 해준 분들도 많았다. 그리고 고이고이 지폐를 종이학으로 접고 넣어 행사를 만드는 기분을 전달해준 이들도 있었다. 아이들도 웃으며 돼지 저금 통 안에 지페를 넣기도 하였다.
스테이풀리쉬는 올해로 3년째 이어온 축제이다. 예산과 지원 없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만드는 행사이기에 지속될지도 걱정되는 축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의무적인 감정이 없고 자발적으로 만들고 즐기는 행사이기에 자신의 바보스러운 예술의 끼를 더욱 더 발산할 수 있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다. 덕분에 행사는 다양한 장르의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렇기에 어느 땐 예술가의 실험의 장이 되기도 하고 그만큼 다양한 것들을 뽐낼 수 있는 장이 되기도 한다. 많은 아티스트들이 모여 같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글·사진/신나라(스테이풀리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