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관리자 | 등록일 | 2016-02-25 11:31:31 | 조회수 | 3101 |
그림책방[같이:가치] 지기 전선영씨
한적한 동네 골목 사이, 책방이라기 보단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있을 것 같은 그런 포근함을 주는 그림책방 [같이:가치]를 방문했다. 그리 크진 않지만 아늑한 이 공간을 전 자매 두 분이서 함께 채워나가고 계셨다.
안녕하세요. 본인 소개를 간단히 해주세요.
그림책방 [같이:가치]의 책방지기 전선영입니다.
책방지기요? 보통 책방을 운영하시면 사장님이라 불리지 않나요?
사장이라 불리는 것은 어색해요(웃음). 저는 책방지기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책방을 지키는 사람이란 뜻인가요?(웃음) 책방 이름이 참 독특한데요. 어떻게 지으시게 됐나요?
처음에는 전 자매 책방으로 하면 어떨까 생각해봤는데요. 아무래도 세련되질 않아요(웃음). 그러다가 생각한 것이 [같이:가치]예요. 동생과 '같이' 운영하고, 지역 주민과 '같이' 꾸려가는 책방이란 뜻이죠. 그러면서 가치를 만들어간다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어요.
같이 가치를 꾸려나가는 책방이란 뜻이군요. 그렇다면 그림책방, [같이:가치]는 어떤 곳인가요?
이 곳을 서점이 아닌 책방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과거 작은 책방이 가졌던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가진 공간이 되었으면 해서인데요. 동네책방으로써 [같이:가치]라는 이름처럼 이곳을 찾아오는 누구든 함께 책을 읽고 같이 있을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합니다.
이곳을 방문하는 누구든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하셨는데 주로 어떤 활동들이 이뤄지고 있나요?
책 판매를 주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그보다 이곳이 문화공간이 되었으면 했습니다. 책방지기로서 이곳을 찾아주시는 분들에게 아직 생소할 수 있는 그림책에 대해 안내드리기도 하고 또, 함께 대표로 있는 동생과 아이들의 요리수업, 독서지도 수업 등 다양한 체험활동도 진행하고 있고요. 이외에도 독서모임이나 바느질, 공예 등 지역에서 문화 활동을 하고 계신 분들이 이곳에서 만나 서로 교류할 수 있도록 소개도 드리고 모임 장소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책이라고 하면 흔히 문학이나 인문학 서적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비교적 낯선 그림책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이전부터 그림책을 많이 읽기도 했고, 그림도 좋아해 평소 전시도 많이 보러 다녔어요. 그러던 중 2008년에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열린 그림책 원화 전시를 보게 되었는데 이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그림책도 예술의 한 장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정승각 선생님이 그림을 그린 '까막나라에서 온 삽사리'라는 책의 원화를 전시하고 있었는데, 그림책에 들어가는 그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전통 오방색과 부조, 금니 등의 기법을 사용해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진 작품이었습니다. 그림책의 그림이라고 하면 단순히 내용의 이해를 돕는 정도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그 그림 자체만으로도 감명을 주는 작품들이 많아요. 그림책은 그림을 통해 글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을 상상할 수 있게 해주고 책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이 매력인 것 같아요. 그래서 다른 장르보다 오히려 더 해석이 필요하고 아이뿐 아니라 어린들에게도 필요한 책이에요.
아무리 그림책이 좋다고 해도 선뜻 책방을 내시기는 어려우셨을 것 같은 그림책방을 열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2012년부터 '내 마음의 그림책'이라는 주제로 평생학습관에서 독서동아리 인큐베이팅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해오고 있어요. 처음 이 프로그램을 맡았을 때 어떤 독서토론을 진행해야할까 고민이 많았는데 독서가 가장 필요한 계층은 30대 주부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부들이 관심을 가질 주제를 생각하다보니 교육과 관련되기도 하고 또 읽는 것에 대한 부담도 적은 그림책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독서동아리 활동에 열성적으로 참여해주신 여러분들 덕분에 2주에 한 번 만나는 모임이 매주 만나게 되었고, 그림책을 알리기 위한 전시회나 작가와의 만남 등을 진행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활동 공간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어요. 당시 옹달샘 작은 도서관이나 아중시립도서관에서 도와주셔서 공간을 빌려 쓰기도 했지만 자유롭게 이용하기에는 아직 어려움이 있었고 그래서 동생과 상의 끝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림책을 알리기 위해 어린 시절 꿈의 공간이었던 책방까지 내게 되었습니다.
꿈의 공간이라는 말이 멋지네요. 대표님이 바라시는 그림책방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요?
아이들과 함께 어른들이 읽어도 좋은 게 그림책이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어떤 그림책이 좋은지 고르기도 어렵고 아이들을 책이라는 생각 때문에 대부분 전집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사실 이런 전집은 한 번에 많은 책을 출판하기 때문에 좋은 그림책을 기획하기가 어려워요. [같이:가치]에서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정말 좋은 그림책과 출판사를 안내하고, 나아가 사람들이 그림책에 흥미를 가질 만한 일들을 기획해가고 싶습니다. 그 중 하나가 그림책 작가를 초청하는 일인데 아무래도 직접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면 사람들이 그 책에 더 관심을 갖고 책을 이해하기가 쉬어지거든요. 이곳을 찾아주시는 분들, 지역 주민들, 그림책 출판사가 같이 그림책방에서 함께 할 수 있도록 그림책에 관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중간자가 되고 싶습니다.
끝으로 이 글을 읽을 독자들을 위해 그림책 한 권 추천 부탁드립니다.
곧 다가올 봄과 어울리는 책을 한편 소개드리고 싶어요. '이야기꽃'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민들레는 민들레'라는 책인데다. 이 책은 민들레가 싹이 트고 꽃이 져 씨를 퍼트릴 때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는 논픽션 그림책이에요. 민들레가 성장하는 생태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한편 민들레가 어디에 있든 어느 곳에 피든 '민들레는 민들레'라고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내가 어디에 있든 나는 나라는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는 이야기를 민들레의 생태 과정을 통해 보여주고 있어 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는 책입니다. 아이와 함께 어른들도 공감할 수 있는 책인 것 같습니다.
동네 사랑방에서 수다를 떨 듯 그렇게 그림책의 매력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나가는 누구든 들러 자유롭게 책을 볼 수 있는 책방이라고 하니 꼭 한번 찾아가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글과 함께 그림이 주는 메시지를 상상해보며 지친 일상 속에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글/김선미(시민학습기자)
사진/양새롬(전주시평생학습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