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관리자 | 등록일 | 2021-09-28 09:59:35 | 조회수 | 884 |
전주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추억이 깃든 장소다.
부모님과 함께 토요놀이마당에 가서 인생 처음의 공연을 본 순간, 공연이 끝나고 근처 체련공원에서 둥둥둥 울리는 공연소리를 들으며 자전거를 배웠던 기억, 고등학교 시절 소풍길에 건지산-소리문화의전당-전주동물원 사이의 벚꽃길에서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 조금 커서는 혼자서 밴드 공연을 보러 가기도 했으며 스무살에는 진로 문제로 방황하던 나에게 아버지가 김제동씨의 토크콘서트에 가자며 이끌었는데 그 장소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이었다.
올해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 개관 20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해 KoSAC페스타를 개최한다.
전주시 평생학습관에서는 20주년특별전 '그날', 초대전 '몽유남천-유대수목판화'를 관람했다.
'그날'은 4가지 테마로 이루어진 전시회였다. '그날의 기억 유백영 사진전', '그날의 기록', '그날의 추억', '뉴미디어 아트숲'으로 이루어졌다. '그날의 기억' 사진전은 소리전당 전속 사진작가인 유백영 작가의 사진들로 채워졌다. 유백영 사진작가는 요새 유행하는 부캐*를 20년전부터 소화하신 분이다. 법무사로 근무하면서 2001년부터 한국소리문화전당 전속사진작가로 활동해왔다.
*부캐: 부캐릭터; 개인이 상황에 맞게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여 다양한 정체성을 표출하는 것을 뜻한다.
'그날의 기록' 은 소리전당 20년간의 공연포스터를 모아 전시해둔 공간이다. 소리전당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다는 상징적의미를 담아 바닥에 아크릴 판을 깔아 그간의 공연포스터를 볼 수 있도록 연출되어있었다. 예전에 유행하던 폰트와 빛바랜 포스터를 보며 20년간의 세월을 느낄 수 있었다.
'몽유남천-유대수 목판화' 전은 20주년을 기념하여 기획된 소리전당 전시기획자였던 유대수 작가 초대전이다. 목판화 전시를 관람한 직후 유대수 작가님을 만나뵐 수 있었고 감상과 함께 짤막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Q.이번 전시회의 이름은 몽유남천이었습니다. 한옥마을 남천에서 작가님의 생각을 담은 것인가요??
작가노트에 "아무것도 아닌 그것, 조만간 사라질 것들이 많다" 이 구절에서는 작가님께서 다소 세상에 회의적인 태도가 아닐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작가님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궁금합니다. 만약 작가노트를 읽고 든 저의 생각처럼 회의적이시라면 세심한 노력을 필요로하고 무언가를 창조해야 하는 예술가의 길을 걷게 된 이유도 궁금합니다..
A. 남천가에 작업실을 마련한지 4년여입니다.
그 기간동안 다양한 일을 겪으며, 다양한 생각을 하며, 작업을 진행하면서, 잘 놀았다는 의미입니다. 세상에 대해 회의적인 건 아닙니다. 복잡한 관계망으로 얽혀 있는(숲처럼) 세상 속에서(또는 밖에서) '나'라는 존재의 의미를 찾는 거라고 보시면 좋겠습니다. 그건 작가 자신일 수도, 관람객 본인일 수도 있겠지요.
오랜만에 찾아간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멋진작품을 감상하며 나의 성장기를 추억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소리전당 서현석 대표는 "지난 20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지역문화예술 활성화와 도민들의 문화복지 향상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해 새로운 20년을 향해 노력 하겠다"라고 밝혔다. 소리전당의 40주년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