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관리자 | 등록일 | 2019-03-21 15:31:04 | 조회수 | 1782 |
모두학교는 학산종합사회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방과후대안교육공동체이며, 평화동에 사는 부모들이 서로 협동하여 아이들을 키우는 공동양육모임입니다. '공동양육'은 여럿이 함께 아이를 보살펴서 자라게 하는 것으로 '내 아이'를 맡기거나, '남의 아이'를 보호해 주는 것을 넘어서 가족과 이웃, 지역사회와 국가가 어울려 '우리 아이들'을 함께 키운다는 뜻입니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늘어나고 핵가족이 보편화 되면서 마을에서 아이들이 다양한 또래들과 함께 자라거나 이웃들의 형편을 살피며 서로 돕고 살았던 전통사회의 모습을 찾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웃 간의 단절과 서로의 불신은 특히 어린 자녀들을 양육하기에 더욱 어려운 현실입니다.
모두학교 부모들은 경쟁교육 환경에서는 자존감 높은 아이들로 성장시킬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양육의 주체인 부모들이 경쟁에 익숙한 자신들의 삶을 공생적 가치관의 삶으로 전향하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2012년 첫 문을 연 모두학교는 매주 부모들의 집담회를 통해 모두학교 운영에 참여하고 양육태도를 점검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 시간은 아이들을 잘 키우는 법이 다양하지만 모두학교만의 방법을 꾸준히 서로 돕고 연구하며 만들어 가는 과정입니다.
초등학교에 입학 한 자녀의 방과 후 대책이 필요해 모두학교를 찾았던 부모들은 마을 안에서 여럿이 함께 협력해 산다는 일이 얼마나 뜻깊고 살아가는 즐거움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타지로 출근을 해서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서야 했던 휘민이네는 등교하기 전 주영이네 집에 아이를 맡겼습니다. 야근이나 출장이 잦은 루디네는 은서네가 아이를 맡아 돌봐줬습니다. 부모들은 방과 후 교실을 넘어 서로의 집을 오가며 친밀한 관계로 발전하였습니다.
부모들은 모두학교 생활 외에도 매월 둘째 주 토요일에 열리는 평화마을장터에 6년째 먹거리팀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평화동에 공동체화폐 '꽃전'이 만들어져 여러 부모들이 약정회원으로 참여했습니다. 아이들도 부모도 마을의 중요한 구성원이라는 생각으로 모두가 살기 좋은 마을공동체를 위해 기쁘고 즐겁게 참여하고 있습니다.
모두학교 아이들은 자신의 삶터인 마을에서 다양한 또래들과 서로 어울려 놀며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자랍니다. 모두학교는 우리의 아이들이 무엇보다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자존감 높은 아이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자신의 시간을 스스로 계획해 사용하고, 여럿이 함께 놀고 공부하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웁니다.
방학이 되면 일주일간 합숙을 하는 아이들은 지난 겨울방학에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술을 배우는 '슬기로운 방학생활'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아이들은 일상생활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토스트 굽기, 라면 끓이기, 계란 프라이, 전자레인지 사용법과 같은 요리활동부터 재활용분리수거, 세탁기 돌리기, 빨래 개기 등과 같은 기술을 배웠습니다. 슬기로운 방학생활의 선생님은 다름 아닌 부모님들이었습니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현아 엄마에게 세탁기 돌리는 법을 부탁드렸고, 요리를 잘 하시는 서현이 엄마에게 라면 끓이기를 부탁드렸습니다. 계란 프라이는 하율이 엄마가 도와주셨습니다. 서로의 부모님들께 잘 배운 아이들은 집에서 솜씨를 뽐내며 부모님들의 격려를 많이 받았습니다. 아이들의 자존감도 더 없이 높아졌습니다.
최근 모두학교의 핫 이슈는 '안전한 우리동네 만들기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전주시 평화동 아이들이 주로 노는 신성초등학교와 신성공원, 그리고 평화동워터파크로 명성이 자자한 찬새암 놀이터의 위험요소와 개선사항을 조사한 활동으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진행되었습니다. 안전한 우리 동네 만들기 프로젝트는 아이들이 동네에 나가 놀다 왜 자꾸 다치는지 직접 알아보기 위해 시작되었습니다.
조사 결과, 신성공원은 내리막길과 연결된 회전 길이 직각이었습니다. 어르신들의 운동기구가 모여 있지 않고 넓은 공원을 두르고 있는데다 아이들이 놀 환경이 없으니 운동기구가 놀이기구가 되기 일쑤였습니다. 신성초등학교 운동장은 움푹 패인 곳이 많고 크고 작은 돌가루로 이뤄져 있었습니다. 찬새암 놀이터는 놀이기구가 곳곳이 훼손되어 있어서 이대로 여름철 손님들을 맞기에는 위험해 보였습니다.
안전한 우리동네 만들기 프로젝트 영상보기
아이들의 활동을 지켜본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돕기로 하고, 신성초등학교, 전주교육지원청, 전주시를 만났습니다. 신성초등학교 교장선생님께서는 아이들과 똑 같은 고민을 하고 계셨습니다. 이항근 전주교육지청장께서는 아이들을 초대해 격려해 주셨습니다. 전주시에서도 관련 부서 팀장님들이 함께 모여 영상을 시청하시고 아이들이 조사한 결과를 살펴 주기로 하셨습니다.
누군가 동네의 개념을 '아이들이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거리'로 정의했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삶터에서 안전하고 즐겁게 놀 권리가 있습니다. 안전한 시설이 많이 생겨나는 것 보다 마을 곳곳이 아이들 생활하기에 편리하고 안전해야 합니다. 특히 학교나 공원, 놀이터는 마을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고 관계 맺는 중요한 공간입니다. 아이들의 '안전한 우리 동네 만들기 프로젝트'는 그런 면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요즘 모두학교는 1학년 신입생들이 들어 와 언니 오빠들 뿐 아니라 마을사람들의 귀여움을 독차지 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모두학교까지 걸어오는 동안 만나는 어른들께 인사하는 아이들 덕분에 동네에 생기가 돕니다. 맑고 청아한 목소리로 온 마을이 쩌렁쩌렁 울리게 인사하는 아이들을 보며 외롭게 봄볕을 쐬던 어르신들 얼굴에 웃음이 번지고, 아이들을 따라 배꼽에 손을 얹고 인사하며 반가워하십니다.
모두학교는 오늘도 서로 경쟁하지 않고 이웃을 내 몸 같이 사랑하는 일이 유일한 경쟁력임을 아이들에게 가르칩니다. 저마다 타고난 재능으로 이웃을 돕고, 자신의 약함은 이웃의 도움으로 채워 모두가 부족함이 없는 세상을 꿈꿉니다. 혼자서 꾸면 꿈에 지나지 않지만 여럿이 함께 꾸면 반드시 현실이 된다는 말처럼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을 이웃과 함께, 마을과 함께 협동하여 일굽니다. 우리가 살면서 얻은 이웃사랑의 교육철학이 많은 부모들에게 전해지기를 소망합니다.
글·사진 : 김병희(학산종합사회복지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