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관리자 | 등록일 | 2018-09-20 09:35:23 | 조회수 | 1124 |
며칠 전 우리들의 시와 그림으로 엮은 시집을 선생님으로부터 한 권 받았다.
연분홍 빛깔의 표지에 아롱다롱 예쁜 꽃이 그려진 시집엔 "글꽃이 피었습니다"라고 써 있었다.
두근두근 책장을 넘겨보니 정말 그 속에는 내가 한 자 한 자 정성스럽게 꾹꾹 눌러 쓴 글씨들이 꽃처럼 피어있었다.
목차에서 전주시평생학습관을 찾아 내 시를 읽었다.
가슴이 마구 뛰었다.
나는 남원시 아영면 아곡리에서 육남매의 장녀로 태어났다.
동생을 돌보며 어린 시절을 보낸 나는 스무 살 어린 나이에 군 복무중인 남편을 만나 중매결혼을 하였다.
무엇이 그렇게 바빠 엄마는 나를 급하게 결혼 시켰는지 생각하면 야속하다.
6일을 함께 보낸 남편은 다시 군대로 가버렸고 보고 싶은 마음에 내 마음을 글로 전하고 싶었지만 글을 모르니 부치지 못하는 마음의 편지만 수천 번 보냈다.
늘 배움에 대한 욕심은 있었지만 아침엔 도시락을 9개씩 싸고 낮엔 장사하고 밤엔 잠을 쪼개 살림을 하면서 7남매를 키우느라 학교는 꿈도 꾸지 못했다.
육십이 넘어서 전주시평생학습관을 알게 되었고 최윤옥 선생님께서도 친절하게 잘 가르쳐 주시고 반친구들과 재미있게 공부하다 보니 이제야 꿈을 이룬 것 같다.
"글꽃이 피었습니다" 시집을 받고 일흔세 살 늦깍이 학생인 나는 그저 행복하기만 하다.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시를 쓰고, 물감을 붓으로 찍어 서툴고 둔한 붓질로 난생처음 그림도 그렸다.
이번 시화전을 준비하면서 내 인생도 돌아보았다.
친구들은 시를 쓰고 여백에 여러 모양의 꽃을 그렸지만 나는 우리 7남매를 위해 아침마다 쌌던 도시락과 숟가락, 젓가락 그리고 당당한 내 모습을 그린 후 꽃다발을 그렸다.
선생님께서 무슨 꽃다발이냐고 물으시기에 수고했다고 내가 나에게 주는 꽃다발이라고 하니 선생님께서 엄지를 척 내미셨다.
9월 7일~ 11일까지 평생학습한마당이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펼쳐졌는데 친구들과 나의 작품이 턱하니 걸렸다.
작고 초라하지만 알차고 소중한 우리의 작품, 그동안 우리가 배우고 터득한 배움의 결실로 오롯이 펼쳐냈다고 생각하니 한없이 기쁘고 자랑스럽다.
전주시평생학습관 성인문해반 이인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