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관리자 | 등록일 | 2018-12-19 16:52:16 | 조회수 | 1668 |
- 시민교육과 평생학습 -
처음엔 올해 '전주평생학습포럼'의 주제를 듣고 조금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평생학습교육과 시민교육이라니?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평생학습'의 영역과 '시민교육'은 비슷하기는 하지만 어쩐지 조금 다른 내용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시민교육'이라는 단어가 학창시절 교과서에서는 자주 접했지만 일상에서는 그리 흔히 쓰는 단어는 아니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더 낯설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이런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살아가는데 정말 필요한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포럼에는 시민교육과 평생학습이라는 주제 아래 학계와 현장에서의 다양한 관점이 소개되어 있었는데 시민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알긴 하지만 정확히 짚어주는 곳이 없었던 차에 더욱 더 반가운 자리였습니다. 또한 현장에서의 고충과 더불어 쉽게 풀어주시는 발제자분들 덕분에 어려운 주제였음에도 시간이 가는 것을 잊을만큼 재미있고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시민형성과 시민성
첫 번째로 '시민형성과 시민성, 시민과 시민교육과 통하기' 주제발표가 있었습니다. 역사적 맥락을 짚어가며 자세히 설명해 주셨는데 전체적으로 시민교육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내용이었습니다. 신분제 사회였던 도시 국가 아테네에서의 시민의 개념과 한계, 그리고 현재까지 쓰이는 시민 개념의 맹아라고 할 수 있는 중세를 거쳐 현대적인 시민의 개념을 만들어 내기까지의 노력을 역사와 함께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시민'이란 말의 본디 뜻은 저잣거리에서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장사를 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지금의 시민과는 좀 차이가 있지만 중세 이후 자본의 축적을 바탕으로 서구의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점차 현대적인 시민의 개념으로 다가가기 위한 기초가 마련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세 단계의 시민형성 과정을 살펴보았는데요, 투쟁과 쟁취의 과정에서 시민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역동적이고 지속해서 형성되어 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시민성에 대한 개념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시민성이란 인간으로서 더불어 사는 것, 인간을 인간답게 존재하게 하는 것의 토대라는 것입니다. 이는 인간을 비인간화시키는 요인을 간파하고 이를 극복하는 실천, 더불어 사는 모습을 꿈꾸고 이를 실천하는 것으로 이루어집니다. 이는 시민성이 당시 사회구성원에게 주어진 특성이 아니라 시민 스스로에 의하여 발전되고 형성될 수 있는 속성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종합해 볼 때 현재의 '시민'이란 의무, 권리, 참정권 등에서 일정한 법적 지위를 가지고 있고 시민성을 가지고 있는 존재로 규정할 수 있습니다.
많은 시민단체나 지자체들이 지역경제를 살리고 문화를 조성한다는 이유로 시민교육의 필요성에 관해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민교육에 대해서 보다 근본적 질문이 필요할 때라는 것을 강의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실시하는 주체마다 관점과 기대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자주성과 성찰의 고양, 사회운동과의 고리를 형성하는 거점으로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민교육은 시민들이 자기 자신과 사회현상에 대한 인식-분석-해석-실천의 맥락에서 지향하는 바가 당위적인 상태가 되도록 스스로 추동되게 해야한다고 합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다양한 시민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여성, 다문화, 노인, 장애인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으며, 이에 관련해 평생교육의 범주와 관련하여 논의와 다툼도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를 위해서 하는 교육'이 아니라 '더불어 만드는 교육'임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민교육과 평생교육의 단순한 구분짓기를 떠나 '어떤 상태를 만드는 교육'이자 함께하는 것, '더불어 만드는 교육'임을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시민인문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
시민 인문학이라는 말은 요즘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인문학 열풍을 넘어 이제는 인문학 과잉의 시대라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매우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는데요, 한국사회에서 인문학이 대학의 울타리를 넘어 시민사회로 퍼지기 시작한 것은 1997년 IMF 이후, 21세기가 시작되면서부터라고 합니다. 유감스럽게도 취업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대학에서는 인문학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었으나 시민사회에서는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 어쩐지 아이러니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국내에는 다양한 인문학 강좌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성공담을 계기로 한 'CEO를 위한 인문학 강좌', 사회적 약자를 위한 무료 인문학 강좌(노숙인, 교도소 수감자 대상), 시민단체, 지자체, 도서관, 평생학습관, 백화점 등에서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개설하는 '시민인문학강좌', 대학에서의 인문학강좌의 축소와 폐지에 대한 반발로 자율적인 기획단에 의해 운영되는 '자유인문캠프' 등이 있는데요.
이렇듯 시민인문학은 다양한 계층과 기관에 의해 다양한 범주로 주최되고 있지만 문제는 계층에 따른 강좌의 주제가 큰 편차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노숙자를 위한 인문학과 CEO를 위한 인문학이 어찌 똑같을 수 있을까요? 프랑스의 대학입학 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와 독일 뮌헨의 시민대학 사례를 보더라도 교육과정의 주제와 세대에 따른 세분화, 심화과정 마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시민인문학의 발전은 분명 반가운 현상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대학의 인문학 위축 등 많은 한계가 있습니다. 독일의 시민대학과 같은 제도를 도입하여 전문성을 강화하고 시민인문학의 수강생 계층의 다양화가 필요합니다. 특히 대학생과 청소년 교육에서 인문학이 소외되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인문학이 가장 필요한 시기가 바로 청소년, 청년들입니다. 따라서 기존의 입시제도와 병행 가능한 현실적인 방안들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공급 과잉된 무료강좌에 대한 구조조정도 필요합니다. 선심성 무료강좌의 남발을 자제하고 학습효과를 높이고 학습자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형태로의 제도적 개혁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시민교육과 민주시민교육
이어지는 세 번째 주제발표는 시민교육과 민주시민교육입니다. 위험사회, 과학기술사회, 지식정보화 사회 등으로 불리는 현대사회의 분화와 다원화는 권리, 책무, 덕성 등 다양한 차원에서 시민 자격의 발달과 성숙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영역에서의 시민의 권리고 책무, 덕성에 대한 요구들이 분출되면서 시민들이 이러한 쟁점에 대해 이해하고 사회문제와 사회갈등을 해결해나가는 것은 현대사회의 필수적 과제가 되었습니다.
민주시민교육은 크게 무엇을 교육할 것인지와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가 핵심적인 과제입니다. 민주시민교육은 권리, 책무, 덕성에 관한 균형 잡힌 교육을 해야합니다. 다양한 이익과 가치를 추구하는 개인들 또는 집단들이 공존하고 있는 다원화 되고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시민들은 문제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바라보고 합리적으로 소통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과 자격을 을 갖추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민주적인 시민자격을 갖춘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교육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한국사회는 그동안 민주적인 정치공동체를 기본이념으로 삼아왔는데 현대로 오면서 사회가 분화되고 구성원들의 이익과 가치체계도 다원화되고 복잡해졌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다원적 갈등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주적,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자기증명성'을 높이고 이해관계자 또는 당사자들 간의 갈등을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소통을 통해 해결해 나가는 방안을 배워야 합니다. 이러한 내용이 시민교육으로 구성될 필요가 있습니다.
민주시민교육과 시민사회
마지막 주제발표입니다. 한국시민사회의 민주시민교육은 1990년대 중반 이후 YMCA를 비롯한 시민사회 교육단체를 통해 본격적으로 도입되었습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부터 선거, 투표와 실천, 정치 현안에 대한 분석, 민주적 토론문화 실현, 사회적 갈등해결, 주민자치와 시민참여 등에 대한 논의와 실제를 담고 있으며 마을만들기를 통해 일상에서의 민주주의 토론과정으로 전파, 확산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민주시민교육의 방향과 과제를 고민한 최근의 중요한 계기가 '세월호 사건'이라는 점을 상기했을 때, 공감과 동시에 아픔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발표를 통해 민주시민교육은 민주주의가 이제 사건과 위기 속에서만이 아니라 소통과 참여를 통해 일상 속에서 발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시민교육이란 무엇인가
앞서 진행된 네가지 발제를 통해 시민성과 시민교육, 일상 속에서의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았습니다. 이어진 종합토론은 '시민교육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는데 '합의, 자율, 지배적인 자기결정, 명징성, 소통, 대화의 힘' 등 자기문제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고 그 결정을 통해 참여할 수 있는 고민을 던져줄 수 있는 것이 시민교육의 과제이자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일상 속에서 민주시민교육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면 좋은지,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시는지에 대한 궁금증들이 이어졌습니다. 현장에서의 사례와 대화의 방법론에 관한 논의에 대한 고민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해답은 없지만 그런 고민이 있기 때문에 연대와 협력을 통해 학습하려고 하고 있고 함께 고민을 나눴으면 좋겠다는 훈훈한 소망이 오고 갔습니다.
특히 이번에 평생학습과 관련하여 시민참여교육을 포럼의 주제로 한 이유가 궁금했는데요, 평생학습관의 고민과도 맞닿아 있었습니다. 평생학습의 6가지 개념 중 마지막이 시민참여교육입니다. 하지만 올해 평생학습관이 진행해 온 강좌 중 시민참여교육은 진행되지 못했다고 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바로 '강좌'라는 특성상 대중들의 욕구와 수요를 반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점차 시민교육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더해가고 있는 시점에서, 시민들이 얼마나 인지하고 있을지 함께 논의하기 위해서 고심 끝에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고 합니다.
시민교육과 평생교육에 대해 함께 배우고 고민을 나누었던 4시간여의 여정. 긴 시간 발제와 토론을 함께 하며 앞으로 우리가 어떤 배움을 얻고, 실천해야 할지를 함께 고민하고 소통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글ㆍ사진/오민정(완주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