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관리자 | 등록일 | 2018-09-20 09:34:38 | 조회수 | 1904 |
흔히 지방에는 생활문화공간이 존재하지 않거나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장소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쉽게 접근하라 수 없으므로 그곳의 존재를 생각의 수면 위로 떠올리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주에도 생활문화공간은 이미 여럿 존재한다. 그 중 '문화의집'은 전주에 다섯 곳이 존재하며 지역문화 발전과 함께 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화의집은 전주시민이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수업이 없는 시간에는 개인이 만든 동아리 활동을 위해 장소를 대여해준다. 그리고 다섯 개의 문화의 집은 각각 주요 특성화 부문을 가지고 있다.
기자는 그 중 음식에 특성화된 진북문화의집을 방문했다.
마침 진북문화의집에는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얌전한 고양이와 동네 부뚜막'이 진행 중이었다.
진북문화의집은 지역주민들과 함께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모아왔다. 그것을 바탕으로 하여 시민들이 우리의 전통 음식에 대해 재미있게 알게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재작년부터 기획한 것이 '얌전한 고양이와 동네 부뚜막'이다.
이번 해에 기획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프로그램은 청소년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우리의 선조들이 절기별로 먹었던 전통 음식에 대해 배우고 직접 만들고 맛볼 수 있는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지역에서 요리 전문가를 초청하여 그분이 우리 선조들이 절기별로 먹었던 전통 음식에 대해 설명을 하고 시범을 보인 후 청소년들과 학부모들이 직접 체험해보는 순으로 진행된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의 주제는 콩국수 만들기였다. 콩을 직접 갈아 콩물을 만들고 국수를 직접 삶아 콩국수를 만드는 과정이었다. 참가한 청소년들은 자신이 직접 음식을 만든다는 것에 굉장히 재미있어하며 집중하고 있었다. 시범을 보여주시는 선생님 외에도 같이 참여한 학부모님들과 문화의집 선생님들이 청소년들이 칼이나 휴대용 렌지 등의 사용을 조심해야 하는 기구를 다룰 때 다치지 않도록 곁에서 지켜보고 계셨다.
참여하는 청소년들의 나이대는 다양했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참여하고 있었는데 특히 고등학생은 음식에 관련된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접함으로써 자신의 진로와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점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학교를 벗어나면 학생들이 건전하게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장소는 드물다. 그리고 그런 장소의 안전성에 대해 학부모들이 의문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곳은 학부모님들도 자녀들이 드나드는 공간이 어떤 공간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문화의 집에 자녀들이 오가도 안심하고 보낸다고 문화의 집 담당 선생님이 말하셨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소년들 중 몇 명에게 질문을 해보았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나서 느낀 점은 무엇이었는지.
그들의 대부분은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우리나라의 전통 음식에 대해 알게 되었고 패스트푸드처럼 인공 조미료를 넣지 않아도 의외로 맛있어서 신기하게 느꼈다'고 이야기했다.
음식은 한 나라의 지역적인 역사를 담고 있다. 음식의 재료와 조리법은 그 지역의 특징을 담고 있어서 그 지역의 입맛을 안다면 그 지역의 역사도 자연스럽게 알게 될 수밖에 없다.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은 자극적인 인공 조미료의 맛에 길들여져 우리 음식의 맛을 멀리하고 있다. 우리 음식 자체를 자신과 직접 관련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연히 흥미도 없을 수밖에 없다.
인공 조미료가 사용되는 패스트푸드를 선호한다면 건강이 나빠지는 것은 물론이지만 자신의 뿌리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이 급변하는 사회에서 자기 자신의 중심을 제대로 잡을 수 있을까.
문화의집 담당 선생님이 알려주신 '얌전한 고양이와 동네 부뚜막'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음식은 지역에 스며든 생활 문화 중 하나이다. 얌전한 고양이는 동네에 숨어 있는 숨은 재주꾼을 의미한다. 그런 숨은 재주꾼, 생활 문화인이 동네 부뚜막과 같은 역할을 하는 진북 문화의 집에 와서 그 재주를 펼쳐 주길 바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생활 문화는 우리 삶 속에 스며든 우리의 이야기에 있다. 언제든 시간이 나면 찾아오시라는 문화의집 선생님들 말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우리 주변의 옛 이야기를 품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러 가보자.
글/김효선(시민학습기자)
사진/진북문화의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