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관리자 | 등록일 | 2017-05-24 11:05:03 | 조회수 | 1900 |
독서로 자신과, 그리고 시대와 소통하는 방법
어떻게 상상력과 창의력, 추상력을 얻을까?
우리는 흔히 '창의력 있는 인재를 육성하자'라는 말을 뉴스에서, 혹은 학교나 회사 등 공동체에서 자주 듣고 있다. 그러나 창의력 있는 인재를 어떻게 육성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책을 많이 읽자' 혹은 '남과 다른 경험을 쌓자'라는 식의 추상적인 계획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추상적인 계획이 난무하는 까닭은 창의력이나 상상력이 무엇인가를 어렴풋하게 정의하고 있다는 것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무엇인가를 확실하게 얻으려면 정확히 그게 무엇인지 알고 있어야 한다. 5월 15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열린 '전주시 인문주간 개막 인문학 콘서트'에서는 이철환 작가와 함께 상상력, 창의력, 추상력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강의의 시작과 끝에서 '서율'이라는 밴드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곡을 노래함으로써 문학과 음악이 공통의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우리의 상식을 깨뜨려주었다.
상상력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이철환 작가는 '상상력이란 내가 기억하고 있는 내 안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상상력은 무작정 오랫동안 생각한다고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이야기들을 많이 기억하고 있느냐에 따라서 상상력의 크기가 결정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므로 이야기를 많이 기억하기 위해서는 '상상 노트'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의 인생 경험이다. 그것을 자기의 기억 속에 저장하고 자신의 경험과 엮이면서 새롭게 재구성되는 것이 상상력이고, 이러한 상상력을 계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상상의 도구인 이야기의 수가 많아야 한다는 것이 이철환 작가의 생각이다.
창의력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이철환 작가는 창의력이란 '같은 것을 다르게 보는 힘'이라고 이야기한다. '편견 없이 인간의 동선이나 상황, 사물을 다르게 볼 수 있는 것'이 창의력이다.
시대는 개인에게 리더의 자질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 시대에 필요한 리더의 자질은 계속해서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읽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특정한 사고의 틀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리더에게는 무엇보다도 창의력이 중요하다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작가는 어린 시절 사생대회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주었다. 소방차를 그려 불조심하자는 포스터 그리기가 주제였는데, 작가 포함한 모두가 소방차는 빨간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떤 친구 한 명은 빨간색 크레파스를 빌리지 못하자 남들과 다르게 검은색 크레파스를 이용하여 소방차마저도 불에 타 검게 변하는 것을 그려 불의 위험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처럼 창의력은 우리의 편견, 때로는 상식마저 벗어나는 생각이며 그것을 계발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틀에서 빠져나와야 한다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다.
추상력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이철환 작가는 추상력이란 '복잡한 것을 단순화' 시킬 힘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의 삶은 단순하게 보이지만 여러 가지 상황들이 엮여 있는 복잡한 털실 뭉치와 같다. 그래서 이러한 삶의 문제들을 해결해나가기 위해서 단순하고 명료하게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방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핵심을 요약할 힘'이 필요하다. 이러한 능력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얻어지는 상황 파악력이 추상력인데, 이러한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작가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읽고 그들의 고뇌와 좌절, 치욕, 손해를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들의 고통과 나의 경험 속에서의 고통의 공통점을 발견하는 것이 지름길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공통점은 '기억의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발견된다.
이러한 작가의 강의를 듣다 보면 결국 창의력, 상상력, 추상력을 계발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독서이고, 독서를 통해 타인의 경험을 자기 안에 축적하고 자신의 삶과 연관시킴으로써 자신이 직면한 삶의 문제들을 해결해나감으로써 현대 사회에 필요한 능력인 상상력과 창의력, 추상력이 저절로 계발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필요한 것은 쉽게 검색할 수 있게 되었으니 독서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삶은 누군가가 정해진 레일 위를 걷는 것이 아닐뿐더러 갑작스럽게 닥친 고비를 해결해나가면서 스스로 헤쳐 나가는 것이다. 스스로 충실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경험이 응축된 책을 통해 자신을 마주 대하고 살펴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림책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그림책은 흔히 어린 아이들이 보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에 어른들을 대상으로 한 그림책이 발간되고 있다. 그림은 하나의 그림 안에 수많은 메시지를 담을 수 있고 사람마다 달리 읽어낼 수 있는 여지를 준다. 그러므로 이제는 아동뿐 아니라 성인들까지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뜻을 담은 그림책이 출간되고 있다. 그러한 그림책에 대한 관심이 있는 전주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여 5월 18일 서신도서관에서 '나는 지하철입니다'의 김효은 작가가 그림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강의를 하게 되었다.
'나는 지하철입니다'의 기획 계기
집에서 작업실로 오가는 거리가 멀어서 지하철을 타다 보니 지하철에서 사람들을 관찰하게 되었고, 사람들을 드로잉하게 되었다고 한다. 일러스트레이터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면서 여러 가지 경험을 하게 되고 특히 그림책의 삽화 작업을 하면서 생각한 것이 작가 자신도 자기만의 책을 내보고 싶지만, 자신의 내부에는 이런 독특한 이야기를 쌓을 수 있는 기반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평소에 자신의 일상에서 겪었던 일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고자 했던 것이 '나는 지하철입니다'라고 김효은 작가는 이야기했다.
그림책을 만드는 과정
그림책을 만들 때는 먼저 이야기의 전체적인 내용을 간략하게 그린 섬네일을 만들어 출판사에 투고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게 선택이 되면 다음에는 인물을 세부적으로 만들기 시작하는데, '나는 지하철입니다'에 나온 7명의 인물을 바탕으로 인물 만들기 작업을 설명해주었다. 예를 들어 중학생이라면 떠오르는 것들을 마인드맵으로 만들어보고 이름, 주변 상황을 설정해둔다. 그리고 그들의 과거, 현재에 관해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보고 그림으로 그려본다고 한다.
지하철이 배경이지만 인물의 주변 환경 또한 삽입되므로 직접 취재나 다큐멘터리, 혹은 현지조사를 통해 자료를 모은다.
그리고 다시 섬네일을 그리고, 인물에 대해 소설형식으로 풀어본다. 그다음 더미북이라는 책 형태의 가본을 만들어 실제로 책으로 나왔을 때의 이미지를 생각해본다고 한다. 그리고 모자란 부분이 있다면 다시 자료취재와 색 조합을 통해 새롭게 채색해보고 편집자, 디자이너와 함께 계속해서 의견을 나눔으로써 책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그림책은 누구나 접하고 만들 수 있는 것
그림책이라는 한정된 소재에 관련된 주제여서 그런지 강의를 듣는 청중들은 그림책에 굉장히 관심이 많은 시민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림책을 만드는 과정과 그림책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궁금증이 많으셨다.
작가의 이력을 보아 '섬유디자인 학과라는 전공이 그림책 작가가 되는데 정말 도움이 되었는가' 하는 한 시민의 질문에 작가는 그림책은 결국 그림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므로 이야기에 따라 기교에 충실하지 않은 그림이 어울리는 책도 있으므로 꼭 미대 출신이 아니어도 그림책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답변했다.
또 그림책은 흔히 어린아이가 보는 것이라는 편견이 있는데, '나는 지하철입니다'는 어린아이보다는 성인들이 보기에 적합할 것 같다는 질문에 작가는 '그림책은 어린아이들이 본다는 편견이 있지만, 팬레터를 보면 오히려 초중고생, 성인을 가리지 않고 그림책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그야말로 누구나 접하고 만들 수 있는 것이 그림책이며 그런 것이 그림책의 매력임을 역설했다.
그림은 글보다 단순하지만 많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전달형태이다. 따라서 여러 번 읽을수록 각기 다른 의미를 발견할 수 있기도 하다. 게다가 그림이라는 것은 여백이 존재한다. 글이 가득한 책보다는 쉬엄쉬엄 읽어나갈 수 있다. 또한, 책이라는 매체는 받아들이는 독자 본인의 경험이 책의 내용과 엮이면서 개인별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렇게 그림과 글이 함께 하는 그림책은 다양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조용히 자기 자신과 마주 볼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글ㆍ사진/김효선(시민학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