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관리자 | 등록일 | 2017-08-24 13:51:18 | 조회수 | 2006 |
우리에게 필요한 휴식처, '북스포즈'
사람은 경험을 통해 성장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환경에서 많은 경험을 쌓아 올려야 한다고, 그게 성장의 정석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쉽게 잊히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이 삶에서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의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그 대신에 사람은 쉽게, 수많은 사람과 접할 수 있고 우리의 가치관을 부술 방법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것은 바로'독서'다.
한적한 오전, 전북대 카페 거리 끝 쪽에 그 공간이 있었다. 다른 서점과 다르게 흰색 외관이 세련되어 돋보이고 있었다. 서점보다는 카페와 같은 분위기였다. 책과 덜 친한 사람이라도 마음 편히 들를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이 장소가 지금 이 곳에 필요한 이유
북스포즈가 생긴 계기를 묻자, 전상민 대표는 2003년에 문을 닫은 인문학 서점인 새날서점을 겪은 세대로 대학가라면 있어야 할 인문학 서점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로컬 커뮤니티 형성에 대한 강한 신념을 가지고 북스포즈를 만들었다고 한다.
북스포즈라는 이름은 쉼, 휴식을 뜻하는 포즈(pause)에서 따왔다고 한다. 바쁜 현대에서 진정한 휴식이란 독서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인생은 유한하고 자신이 겪지 못한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면서 자기 자신을 다져 나갈 수 있는 작업. 그리고 다시 현실과 마주할 힘을 길러주는 시간이 독서 시간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온전한 휴식처이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고 한다.
북스포즈는 세 가지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데, 로컬 커뮤니티, 지혜의 숲, 온전한 휴식처이다. 따라서 세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하나는 말 그대로 서점이다. 이 공간이 책을 통해 지식을 넘어 지혜에 도달하게 한다는 의미로 지혜의 숲을 지향하는 부분이다.
또 다른 공간은 전시회 공간이었는데 북스포즈가 다른 서점과 차별화를 위해 선택한 공간 중 하나로 책이나 책방과 같은, 북스포즈가 가진 지향점과 비슷한 주제를 가진 전시물을 전시하는 공간이었다. 현재는 전라도를 소개하는 책에 나오는 전라도 사진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이 공간은 로컬 커뮤니티와 함께 온전한 휴식처를 지향하는 부분으로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북카페의 속성을 지니기도 하는데, 북스포즈에는 다양한 테이블과 의자가 마련되어 있어서 책을 구매하고 읽을 수 있고 전주산 보리로 만든 수제 맥주(대표님이 특히 강조하셨다.) 등의 다양한 음료를 제공하여 책과 함께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책과 관련된 다양한 모임이 장소를 마련하고 싶어 할 때 장소를 대여해주기도 하는데, 이런 부분은 로컬 커뮤니티 강화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 같았다.
복합 문화 공간으로서의 활동
전시회 활동뿐만 아니라 심야 책방과 같은 책을 즐기기 위한 행사, 그리고 작가를 초청하여 이야기를 듣는 강좌, 독서모임이나 글쓰기 모임 등의 모임 장소 대여 등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독서를 가까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려는 북스포즈의 노력을 읽어볼 수 있었다. 또한 이곳에서는 책, 책방 혹은 북스포즈가 지향하는 세 가지 주제에 관련된 전시작을 만드는 작가가 있다면 컨택을 주고 받으며 전시를 하기도 한다. 서점이라고 하면 책만 진열된 곳으로 보기 쉬운데 다양한 전시회를 열어 텍스트만이 아닌 다양한 자극을 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향하고 있는 것은 지역적인 연대와 시야 넓히기
또 현재 북스포즈에서는 책을 40여 가지의 다양한 테마로 분류하여 각각 테마에 따른 책을 큐레이션 하여 배치하고 있다. 북스포즈를 방문하는 주요 연령대는 20대에서 40대 초반으로, 그들의 취향을 자극하는 책들과 그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책들을 선별하여 진열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선별에 의한 책 진열은 조금이라도 책에 대한 흥미를 끌어내 책을 읽도록 권유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서점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어서 그 사람의 취향에 적중한 한 테마 책장에 놓인 여러 책을 보고 자기가 접하지 못한 다양한 책들을 재발견하여 시야를 더 넓힐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는 것이 전상민 대표의 말이다.
전성민 대표가 40가지 테마 중에서 가장 미는 테마는'내가 사랑하는 전주'와'다른 생각, 다른 시각'이다. 이 두 테마는 각각 북스포즈가 지향한다고 하는 로컬 커뮤니티와 지혜의 숲과 관련되어 있다. 전성민 대표의 브런치라는 사이트에서 북스포즈 오픈 감상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전 대표는 로컬 커뮤니티의 상실에 대해서 굉장히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자 개인적인 의견으로도 지방에서 젊은 층들이 점점 더 서울로 이탈하는 이유도 취직 빙하기에 일자리가 부족해서이기도 하지만 그들을 정서적으로 붙잡아줄 지역 지지기반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로컬 커뮤니티가 생기고 활성화된다면 지역 발달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두 번째 테마인'다른 생각 다른 시각'은 창의적으로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시와 같은 일상에서 살짝 비켜나간 느낌의 책들이 전시된 코너였다. 흔히 다른 생각이라고 하면 창의적인 생각이 떠오르는데, 이는 그런 기대와는 달리 사람들이 각자의 시야를 조금씩 넓혀 나가는 것을 도와주는 테마라고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평소에는 하지 못한 생각들을 자극하는 책들을 묶어 진열한 것이라고 보인다.
끝으로 독자에게 추천하는 책을 물으니, '다른 생각 다른 시선'처럼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생각해 보지 못한 방향의 생각을 자극해주는 책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추천 책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어느 한 책을 특정해서 추천하는 것보다 각자가 더 넓은 시야를 가지게 될 책이 좋은 책이라는 의견이다. 그러면서 평소 자신이 생각하던 것과 반대의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직접 들을 수 없으니 그런 분야의 책을 찾아보면 반드시 있다고 한다. 그래서 반대의견의 근거를 이해하고 상대방의 의견이 어떻게 도출되었는지 이해하며 삶에 대해 더 넓은 생각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책이야말로 삶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북스포즈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있다면 어떤 방향이 될 것 같냐고 물으니 대표는 항상 지향해왔던 세 가지 주제를 더 넓혀갈 생각이라고 답했다. 특히 '다른 생각 다른 시선'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내가 미처 경험하지 못한 분야를 알고 이해하게 하며 지식과 경험의 한계성을 뛰어넘게 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앞서 말했던 것처럼 좋은 저자를 찾아 강연이나 좌담회를 더욱 활성화할 것이고, 지역 이슈나 아젠다를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며, 학교 앞이다 보니 학생들이 편하게 와서 자기 삶의 방향을 넓힐 수 있는 지혜를 얻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생각, 다른 시선'은 정보화 사회에 걸맞은 유연하고 말랑말랑한 정신력 기르기에 도움이 될 지혜를 기르기에 적합한 방법이다. 유연한 사고력은 자신과 다른 의견과 그 의견의 바탕이 되는 다른 가치관, 세계관을 접합으로써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인생은 단 한 번이고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범위에 한계가 있다. 그런 한계를 간접적으로 나마 극복하기 위해서 여행과 독서가 있다. 그러나 여행은 독서보다 그 범위가 한정적이다. 그러므로 독서는 간접 경험을 쌓기에 가장 효율적인 수단인 셈이다. 카프카는 독서는 얼어붙은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와도 같다고 했다. 얼어붙은 바다가 살아오면서 쌓아온 고정관념이라면 도끼의 날이 강력할수록 그 얼음을 깨뜨리기 수월할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더 많은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더 많은 책을 읽고 혼자 읽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읽어 좀 더 다양한 시각으로 간접 경험을 쌓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일단은 지금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책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금세 책의 세상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글/김효선(시민학습기자)
사진/북스포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