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관리자 | 등록일 | 2016-12-22 13:20:05 | 조회수 | 2606 |
평생학습 활성화를 위한 평생학습포럼
'학습, 세대를 잇다'
100세 시대와 평생학습. 이제 우리 삶에서 낯설지 않은 말이 되었다. 오히려 많이 듣게 되어서 익숙한 얘기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지속적으로 학습을 경험하게 된다. 대개 유아시절에는 놀이를 통해 학습을 하고, 청소년이 되어서는 입시를 위해 학습을 한다. 성인이 되어서는 자기계발과 자아실현을 위해 학습을 하고, 노년을 맞이하면서는 취미생활을 하며 학습을 하게 된다. 이렇게 인생을 통틀어 끊임없이 학습을 하게 되는데, 이를 평생학습이라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평생학습이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또한 어떤 방법으로 이루어지게 되는 것일까? 이런 질문이 떠오르게 된다. 이를 함께 고민하고 분야별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나누기 위해 전주시평생학습관에서는 평생학습 포럼을 개최했다.
학습, 세대를 잇다
지난 8일 전주시평생학습관에서 개최된 전주시의 평생학습 활성화를 위한 평생학습포럼. '학습, 세대를 잇다'는 주제로 개최된 평생학습포럼은 세대와 계층 간의 차별을 극복하고 새로운 학습담론을 생산하는 목적으로 개최되었다. 이와 더불어 그에 맞는 대안 제시는 물론 학습으로 사람과 세대를 잇고, 조화와 통합, 소통의 배움을 창조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평생학습포럼에서는 세대별로 학습의 의미를 되새기는 다양한 주제발표가 진행되었다. 네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진 주제발표는 유아, 청소년, 청년, 그리고 노년의 세대를 다루었다. 주제발표 후에는 정광필 서울 50+재단 인생학교 학장이 강사로 초청 되어 '세대소통과 배움'을 주제로 특강을 펼쳤다. 주제발표와 특강이 끝난 후에는 주제별 발표의 내용을 종합정리하고 질의할 수 있는 종합토론도 진행되었다.
세대별 학습의 의미
- 놀이, 창의성, 그리고 상상력
아이들은 어떤 환경에서 학습을 하고 있을까? 아이들이 학습을 하기 위해서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먼저, '놀이, 창의성, 그리고 상상력' 이라는 주제로 김명하교수의 주제발표가 진행되었다.
김명하 교수의 주제발표는 아이들이 학습은 하기 위해서 갖추어져야 할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현 세태를 비판하고 개선하고자 하는 내용으로 이어졌다. 더불어 어린이의 놀이를 가능하게 하는 어른의 상상력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영유아 아이들은 감정이 발달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다양하고 많은 감정이 발달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특히 정서 발달을 위해서는 자율성과 주도성을 바르게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자율성과 주도성은 '자유롭고 자발적인 놀이'를 통해 세상에 대한 신뢰를 형성해야 발달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와 교육은 스스로 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있다. 프로그램으로 정형화된 교육과 놀이에 익숙한 아이들은 교사의 주도 하에 수동적인 놀이를 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하여 어른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고, 계속되어야 한다. 교육 기관이 아닌 공동육아 방식과 프로그램 없이 숲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숲 유치원'이 그 예이다. 교구, 장난감, 책상을 모두 배제한 환경에서도 아이들은 스스로 주변의 자연환경을 활용해 창의적인 놀이를 할 수 있었다. 이처럼 아이들에게 주도적이고 자발적인 형태의 놀이를 되돌려주기 위해 어른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 경쟁시대를 넘어 상상하기 : 의심의 공부와 사춘기
공교육 밖의 아이들에 대한 관심으로 대안학교에 참여하게 된 강경필대표가 주제발표를 이어갔다. 그는 청소년의 학습과 그들의 학습을 뒷받침해줄 어른의 소명에 대해 이야기했다. 현대사회에서 아이들은 너무 일찍 길들여지고 있다. 너무나 일찍 교육환경에 노출이 되고, 규칙과 조직에 길들여져서 피로감이 쌓여있다. 그러한 아이들에게 규칙으로부터 자유로운 때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리하여 그는 '작은 교육 공동체'를 강조한다. 큰 조직의 공동체 안에서는 개인의 역할과 개성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반면, 작은 교육 공동체는 학생 하나하나의 역할과 개성이 부각된다. 이러한 작은 교육 공동체 안에서는 아이들의 개성과 사회적 역할을 찾아주기가 용이하다. 따라서 이를 위해서는 형식적인 틀이 아닌 다양한 소규모 교육 공동체가 필요하다. 아이들은 이러한 자유로움 속에서 자신의 역할과 개성을 파악하고 학습할 수 있다. 작은 교육 공동체는 아이들의 학습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학습 기회를 제공한다. 작은 교육 공동체는 스스로 매뉴얼을 만들고, 아이들을 교육하면서 성장하기 때문에 시스템 안에 있는 교사보다 더욱 창의적인 교사가 될 수 있고, 이를 위해 끊임없이 학습을 해야 할 것이다. 아이들은 작은 공동체에서 소명을 찾아낼 수 있고, 교사는 그 과정에서 아이들에게 배경 지식을 주고 조력자, 안내자가 되어야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입시 위주의 교육에 힘들어하는 요즘 청소년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고, 그들의 개성과 저마다의 역할을 찾을 수 있는 학습이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 상상 사람 삶 그리고 배움
청년들과 함께 고민하고 나누기 위해 카페 겸 공동체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는 홍승은대표가 다음 주제발표를 이어갔다. 청년들에게 17세에 자발적으로 학교를 그만둔 학교 밖 청소년인 그는 모든 것을 유보하게 하는 우리나라 교육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었다 한다. 학교라는 거대한 시스템에서 이탈하면 사회의 낙오자가 될 거라는 압박감이 컸고, 그 때문에 학교를 나온 후 다양한 곳에서 활동했다. 안 가본 단체가 없을 만큼 오랜 시간동안 '이해 받을 곳'을 찾다가, 우연한 기회에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학교와 직장을 그만두고 여러 활동을 했지만 맞는 곳이 없어서 스스로가 이상하게 느껴졌고, 그래서 무척 우울해하는 청년들과 함께하게 되었다. 같은 고민을 했던 사람들을 만나니 '이대로도 괜찮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더 이상 맞는 곳을 찾아 헤매지 말고, 스스로 맞는 곳을 창조하고 싶어졌다고 한다.
주제발표의 테마인 '상상, 사람, 그리고 배움'은 우리 삶에 필요한 것들이다. 배움을 자신의 경험과 삶으로 체화하기 위해 필요한 '상상'과, 자신과 뜻을 함께하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 그리고 사랑, 삶, 관계, 사회, 역사, 예술 그리고 나 자신을 뜻하는 '배움'. 이 세 가지 것은 상상력이 부족한 현 시대를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들이다. 그는 카페를 운영하고 경험하며 책보다는 '사람'에게서 배우는 것이 더 많다고 한다. 그리고 배움과 학교, 교육에 대해 생각한다. 따로, 또 함께. 배움은 다른 곳에 있지 않다. 삶이 계속되는 한 끝나지 않는 즐거운 성장의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리하여 인문학카페에서는 단지 지식을 소비하는 교육이 아닌, 앎을 자신의 삶으로 소화하고 뱉어내는 경험을 위하여 미술, 글쓰기, 사진과 같은 창조활동에 철학적 사유를 결합하여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행하고 있다. 인문학카페는 인문학적 사고를 통해 지금 고민이 많은 청년들에게 위로를 주고,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는 공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 마흔을 넘어 인생사춘기를 겪는 영혼들의 배움
20년째 철학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성진기대표가 마지막 주제발표를 이어갔다. 그는 마흔 이후 인생사춘기를 겪는 이들의 배움에 대해 이야기를 진행했다. 그는 현재 우리 사회가 속 빈 강정과도 같다고 말한다. 돈, 권력 등의 충동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본능과 의지의 중간 그 어디쯤에 위치치한 인간으로서 품위 있는 충동을 배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우리는 새로운 인문학적 충동을 필요로 한다. 마흔 이후의 인생은 'What'이 아닌 'How'로 바뀌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고민은 앞서 말한 인문학적 충동이 답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는 인문학적 충동을 크게 다섯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진리를 향한 충동으로, 인간의 품위를 지탱할 수 있는 충동인 '진리에의 충동'. 우리 인생의 실제에 영향을 주는 충동으로, 존재의 근원을 묻는 '형이상학적 충동'. 자신을 인간으로 간수하는 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충동이며, 실행에 고통을 수반하는 '도덕적 충동'. 감성의 발로가 두드러지는, 일정한 질서와 조화를 추구하는 '심미적 충동'. 자신의 삶의 의미와 가치를 제고하며, 의미 있는 삶과 깊이 있는 존재를 지향하는 '의미에의 충동'. 이러한 인문학적 충동을 통해 어떻게 삶을 살아갈지, 어떻게 학습을 할지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한다.
세대 소통과 배움
- 50+삶, 무엇을 더할 것인가?
주제발표에 이어, 서울 50+재단 인생학교의 정광필학장이 세대 소통과 배움에 대한 특강을 이어갔다. 특강의 주제는 '50+삶, 무엇을 더할 것인가?'로 진행되었다. 50+란 무엇일까? 50세 이상을 말하기도 하고, 50년을 더 생존해야하는 현 시대를 말하기도 한다. 50년 이후에 무엇을 더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50세 이상, 베이비부머 세대의 특징은 무엇일까? 건강이 양호하며 오늘날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서 경험과 경제력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민주화를 직접 이룬 경험과 연대를 이루는 네트워크 형성 역시 잘 이루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들의 평균 수명은 길어졌고, 은퇴 이후의 삶도 단순하게 노후를 즐기는 것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정광필학장은 그들이 속칭 '꼰대'로 머무르지 않고 세대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를 지켜야한다고 말한다. 첫째로는 권위 의식에 굳은 어깨의 힘을 빼야 할 것이며, 둘째로는 '자식 같아서 하는 말인데…'와 같은 말로 젊은 대표들을 무시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자신이 맡은 업무는 스스로 처리하는 기본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50+세대의 임무는 무엇인가? 세대 통합에 먼저 손을 내밀어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다. 민물과 바닷물을 가르는 것은 2%의 염분이다. 중요한 것은 2%가 아니라, 소금이라는 것이다. 50+세대는 그 소금 역할을 제대로 해 주어야 한다. 2%(50+세대)는 소금끼리 만나지 말고, 98%의 민물을 만나야 비로소 바다가 될 수 있다. 정광필 학장은 50+세대들이 그들의 특징을 살리고 다른 세대를 존중하며 세대통합에 한걸음 먼저 내딛어야 할 것이 50+세대의 임무라고 강조한다.
함께 나누는 이야기
- 종합토론
네 가지 세대별 주제발표와 특강을 마치고 네 명의 토론자와 함께 종합토론시간을 가졌다. 세대별 주제발표의 중점은 오늘날 우리의 공교육이나 학교교육에 대한 변화를 원하는 무엇인가에 대한 의견이 지배적이었는데, 종합토론에서는 이보다 더욱 심화된 다양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아이들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
우선적으로 사계절 출판사의 강변구 편집자의 토론이 있었다.
"새로운 교육, 새로운 교육으로서 놀이의 중요성, 그리고 이것을 실현하기 위한 상상력이란 중요합니다. 다른 세상 자체를 구상하는 강력한 행동이기 때문인데요. 이러한 상상력의 바탕이 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자유롭기 위해서는 가장 쉽게 이야기하면 '자유 시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요즘의 아이들은 너무나도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후세대를 정상적으로 교육하고 인간답게 살아가는 방법, 이러한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확보해야할 것이 자유 시간, 쉽게 말하면 가처분시간 일 것이죠. 만약에 청소년이 자기 자신을 위해서 시간을 좀 더 보낼 수 있었다면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자신에 대해서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게 되었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교육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 부분에 있어서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시간'에 대한 문제를 가장 많이 고민을 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한편으로는 50대 이후의 이야기를 할 때는 바쁜 생활 속에서 지내다가 갑자기 은퇴를 해서 시간이 많아진 것인데요. 시간이 너무 없다가 갑자기 많아짐으로써 생기는 준비 미비에 대한 혼란이 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에게는 '생각할 시간', '자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충분한 시간이 주어져야 상상력도 존재할 수 있다는 강변구 편집자는,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었다.
청소년을 일으키기 위한 '구체적인 신뢰의 경험'
청소년과 함께 생활하면서 현장의 소리를 듣고 있는 황희정 멘토는 청소년의 시기에 대해 말했다. "청소년은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급격한 변화의 시기로, 인간이 처한 상황에 인지하고 불안을 느끼며 자각하는 시기입니다. 자유롭기도 하지만 극도로 혼란스러운 시기이기도 한데요. 이에 청소년 시기는 문제제기와 사유를 통해 가치관을 형성하며 정체성을 확립해 나감으로써 안정감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은 이러한 청소년들의 가치관 형성에 지침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체제 속에서 대다수의 청소년들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거나 반항적인 태도를 가집니다. 오늘날의 청소년을 일으키기 위한 진정한 교육은 어떤 모습일까요?"
청소년을 위한 공교육이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에 대해서 강경필대표의 대답이 이어졌다.
"청소년이 가지고 있는 불안의 요체는 자신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 이 사회가 어떤 제스처를 써도 너무나도 견고하다는 것에서 시작할 것입니다. 이러한 불안의 요체는 구체적인 신뢰의 경험으로부터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경험을 아주 낮은 차원에서라도 조금씩 해 나가는 것. 그런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너무나도 견고한 규칙이 학생들의 반응에 따라 움직일 수도 있고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기본적으로 신뢰관계가 생긴다고 생각하는 강대표의 의견은 우리 사회가 조금 말랑말랑해져야 할 필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자아를 깨고 타인의 자리를 상상하는' 청년이 많아지기를
청년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과 문화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원민대표는 함께하는 청년들의 고민이자,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지금의 청년들은 본인이 무엇을 좋아하는 줄 모릅니다. 이런 친구들을 위해서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해 왔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다양한 경험들을 들려주는 일 밖에 할 수가 없었는데요. 그래서 처음부터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청년들에 대한 이야기는 이슈가 많이 되고는 있으나, 나이가 찼다는 이유로 사실상 많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고립되고 있죠. 스스로 문제점을 느꼈던 청년들 외에 지금, 앞으로, 그리고 잠재되어 있는 분명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 청년들이 하는 교육이나 프로그램들이 더 많은 청년에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취업이나 스펙과 같은 현실적인 부분들을 덮으면서까지 청년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가장 말랑말랑한 방법이 무엇일까요? 더불어 청년이 주체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좋은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세대와의 통합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대 통합을 이루는 것에 대한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도 궁금하고요. 그리고 가장 근본적인 고민은 좋은 활동을 이어가는 데 있어서 네트워킹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에 있습니다."
청년과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고 있는 홍승은대표의 대답이 이어졌다.
"저희들은 우선적으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청년들과 모여서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 내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독립출판, 영상, 책 등을 통해 공적으로 퍼뜨리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청년들에게 다가가는 일은 이러한 방식을 통해서 하고 있고요. 하지만 우리는 교차로의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 안에서 다 담아야 한다는 압박은 가지지 않습니다. 또한, 세대를 통합해야한다는 관점으로 보기보다는 '자아를 두텁게 하는 공부만 했을 뿐 내 자아를 깨고 타인의 자아를 상상하는 공부는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통합은 어렵고 안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통합이라는 것은 내 세계를 견고히 하고서 남들을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내 세계를 깰 수 있는 것. 그래서 내 자아를 깨고 타인의 자리를 상상하는 활동을 많이 하고 있지요."
나를 넘어설 수 있는 매개가 되는 '인문학적 충동'
인문학적 충동에 크게 공감하고 있는 이선교수가 다음 발언을 이어갔다.
"청소년기나 청년기에 있던 문제점들이 40대나 50대에서도 해결되지 않고 그 문제들을 오롯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사람도리를 하고 사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는데, 그럴만한 여력이 안 됩니다. 그런 부분에서 기존에 개인적인 삶을 영위하던 것을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까. 하는 시도에서 가장 중요한 매개로서 '인문학 공부'나 '인문학 텍스트를 읽고 토론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를 매개로 하여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 새롭게 묻고, 그러한 방식을 세워야 되는 것이 첫 번째가 될 것입니다. 어찌되었든 사람들이 서로 만나고 그런 관계를 이뤄내는 그러한 대안적인 관계맺음의 방식이 필요하고, 인문학이 참 좋은 매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면서도 지속적으로 인문학적 공부를 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나를 넘어설 수 있는 매개를 위한 '인문학적 충동'의 지속성을 지켜내는 것에 대해서 성진기교수의 대답이 이어졌다. "지속성을 지켜내는 것에서도 인문학적 충동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은 인간으로서 자기 정체성, 자신의 소신, 신념을 가진 존재가 되기를 바랍니다. 약간 능력이 부족해도 경제적인 능력이랄지, 대인관계적인 능력이라도, 공부를 좀 못해도 인간의 기품과 품위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요? 이것은 바로 인문학에서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사회 도처에 인문학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에 인문학적 배경, 인문학적 장치가 더 풍요롭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모이고 일상에 민주화를 꿈꾸자
토론이 오고가는 와중에 은퇴를 한 이후에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조금은 현실적인 고민이 이어졌다. 정광필학장은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은퇴를 하면 대개는 등산복을 많이 준비하게 되는데요. 그러면서도 관심 있었던 이런저런 것들을 탐색 해보고, 그동안 살아왔던 삶과는 다른 새로운 날을 살고 싶어 합니다. 이에는 혼자가 아니라 비슷한 사람들끼리 커뮤니티를 가지길 바랍니다. 모이면 발상 자체가 달라집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고민보다는 우선 함께 모이십시오."
더불어 이렇게 만들어진 커뮤니티는 어떻게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젊은이의 고민이 이어졌다. 홍승은대표는 '일상에서의 민주화'를 강조한다.
"상대를 지레짐작해서 평가하고 발언하는 것들 이런 태도가 고쳐지지 않다면, 아무리 대의가 맞다 하더라도 일상에서의 민주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관계에서부터 민주화를 가지고 행동하는 것이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4시간 동안 교육과 학습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다양한 세대의 전문가들과 시민이 모여 학습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나눌 수 있던 시간이 되었다. 포럼을 돌아보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인문학적 충동을 가질 수 있도록 생각을 할 수 있는 '자유 시간'일 것이다. 오롯이 나를 생각하고 되돌아볼 수 있는 이러한 시간을 통해 자아가 성장하고, 타인의 자리를 상상할 수 있는 소통을 가능하게 하지 않을까.
글·사진/양새롬(전주시평생학습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