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관리자 | 등록일 | 2016-10-25 14:36:16 | 조회수 | 1406 |
가을, 하면 무엇이 떠오르세요? 흔히들 책과 단풍을 연상하곤 하는데요. 독서를 자주 하지 않는 사람도 가을이 되면 왠지 책 한 권 멋있게 옆구리에 끼곤, 단풍으로 물든 거리를 걷고 싶어 합니다. 책 한 권 들고 단풍 길을 걷는 것만큼 '가을' 스러운 것은 없겠지요.
하지만, 이보다 더 가을 느낌 물씬 풍기는 일이 있었습니다. 깊어가는 가을밤, 고즈넉한 한옥에 경쾌한 통기타 소리, 두런두런 이야기 주고받는 소리가 가득했지요. 지난 금요일 밤, 전주전통문화연수원에서 진행된 인문학 콘서트 '고전톡톡'에서 만난 가을의 정취. 같이 느껴볼까요?
인문학 콘서트 '고전톡톡'은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주제로 현대인들이 잊고 살던 인생의 해답을 책에서 찾아보자는 취지로 진행됐습니다. 2012년 시작되어 올해 다섯 번째를 맞은 프로그램인데요. 올해는 '고(故) 신영복의 담론'을 주제로 진행된 '고전톡톡'은 신영복의 서화전을 시작으로 그 막을 올렸습니다.
컴컴한 밤, 주위에 한옥 고택을 두고 조명에 의지하여 감상하는 서화는 그 느낌이 남다를 거라 생각합니다. 조금 더 천천히 주의를 집중하여 감상합니다. 글 하나하나, 그림 한 점 한 점, 천천히 마음으로 걸어오는 것 같습니다.
눈으로 감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마음에 와 닿은 글귀는 직접 써내려가 보기도 합니다. 한 자씩 집중해서 써내려가 보면 마치 명필이 된 것만 같습니다. 이렇게 체본 체험까지 마치고 나면 신영복의 삶과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 콘서트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성공회대의 김창남, 김진업, 박경태 교수 세 명으로 이루어진 '더숲트리오'의 공연으로 시작된 이야기 콘서트는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이들이 자리하였습니다. 신영복의 담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그가 생전에 강의했던 내용을 토대로 그의 삶과 철학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었는데요. 모두가 마음에 새긴 내용은 가지각색일 것이로 생각합니다. 그중에서도 '공부는 망치로 하는 것'에 대해 나눈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공부는 망치로 하는 것'이 '잠을 깨기 위해서 망치로 머리를 때리면서(?) 공부해라'는 것이 아니냐는 말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는데요.
숨은 뜻은 이렇습니다. '인식의 틀을 깨며 하는 것'이 공부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인식의 틀에 갇혀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인식의 틀을 바꾸기 위해서, 틀을 깨어가며 해야 하는 것이 공부라는 것이지요.
자신이 갇힌 인식의 틀을 인지하고, 바꾸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야 하겠지요.
이야기를 나누는 중간중간, 멋진 콘서트가 함께 했습니다. 경쾌한 통기타 소리와 참가자들의 박수 소리가 연수원 고택에 울려 퍼집니다.
이야기 콘서트는 2시간가량 진행되었습니다. 질의·응답 시간을 마지막으로 콘서트의 막이 내렸습니다. '이 시대의 청년에게 메시지를 전한다면?'이란 질문부터, 책 내용에 관한 질문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이야기 콘서트가 끝나면, 동헌에서 1박 2일간 머무르기로 한 이들은 판소리 한 가락을 함께 듣습니다. 그리고 취침 전까지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이들과 함께 '신영복의 담론'에 대한 독서토론 시간을 가졌습니다. 신영복의 책을 읽으며 그의 삶과 철학에 대해서 혼자 생각하고 고민했다면, 이 자리를 통해서 함께 나누고 함께 고민하게 된 것입니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와 함께 가을밤이 깊어만 갑니다.
다음 날은 의관정제, 향사례, 전통놀이 등을 통해 선비문화를 체험해봅니다.
또, 한옥마을을 탐방하며 한옥마을의 유적들을 탐방해보고, 그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한옥마을 탐방을 끝으로 올해의 인문학 콘서트 '고전톡톡'은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단풍 대신 한옥을 울긋불긋 가지각색으로 비추던 조명과 함께 한 가을밤.
책, 음악, 그리고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던 이들이 있어서 더욱 풍성했던 것 같습니다.
글/양새롬(전주시평생학습관)
사진/전주전통문화연수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