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관리자 | 등록일 | 2017-04-24 13:44:59 | 조회수 | 2951 |
초록꿈 공작소 할매 공방
예술인들이 터를 잡으면서 다양한 분야의 공방과 문화장터가 들어섰고요. 그 안에서 동네 여인과 마을 할머니들이 함께 둘러앉아 꾸린 동아리, '초록꿈 공작소 할매 공방'은 다양한 팬층을 보유하며 서학동 예술 마을의 독창적인 공동체로 자리 잡았습니다.
서학동 예술 마을의 부촌장이자 동아리의 대표인 예술가 한숙 선생님이 이끌어 오고 있는 할매 공방은 마을 할머니들과 오순도순 둘러앉아 바느질도 하고 그림도 그리며 '정'을 나누는 공간인데요.
이들 인연의 시작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숙 선생님이 일자리 창출 마을사업으로 산성마을 노인정에서 할머니들을 만나게 되면서 시작된 할매 공방의 인연. 당시 한숙 선생님은 산성마을에서 할머니들과 바느질 소품을 제작하고 상품을 개발하는 등 강사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업이 시작 된 지 일 년 만에 종료 되어 헤어짐의 시기가 빠르게 다가오게 되었는데요. 짧은 만남이 아쉬웠던 걸까요. 한숙 선생님은 3~4년간 봉사활동 차원으로 할머니들과 함께하며 만남을 이어왔습니다. 한숙 선생님이 서학동으로 자리를 옮기며 서학동 할머니들과 산성마을 할머니들이 화합하게 되었고, 그 결과 '초록꿈 공작소 할매 공방'이란 예술동아리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제가 할미(한숙 선생이 할머니들을 부르는 호칭입니다. 할미꽃과 그에 얽힌 설화가 생각나서 뭔가 더 울컥해지기도 하고 정감이 느껴집니다.)들에게 상업적으로만 접근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오기가 생겨서 지금까지 동아리를 함께 해 온 것도 동아리 유지의 이유가 되고요. 할미들 팬도 정말 많거든요. 할미들 언제 또 작품 전시하느냐고 주변에서 엄청 문의가 들어와요."
평균 연령 70대 중반, 약 15명의 할머니가 함께 하는 초록꿈 공작소 할매 공방이 지금까지 함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한숙 선생님의 오기와 다양한 팬층의 성원 덕분이었습니다.
순간순간의 진실을 좇아A
꾸준히 할매 공방을 이끌어 온 한숙 선생님은 남들과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계신 것처럼 보입니다. 보통 예술가라 하면 작품의 완성도를 중요하게 여겨 혼자만의 세계에 몰두하게 될 텐데요. 한숙 선생님은 매순간 성실하게 지내며 작품을 완벽하게 완성하는 것보다는 순간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합니다.
"순간순간이 진실이거든요. 저는 일상을 살면서 진실은 그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할미들과 모여앉아 바느질하는 것, 아이들이 마당에서 뛰노는 것, 그러한 순간이 정말 행복하거든요. 그 순간이 진실이고 중요하게 다가오기에 이를 표현하는 것이 저에게는 작업이 되는 거예요."
이러한 한숙 선생님의 마인드가 동네 할머니들과의 화합을 가능하게 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순간의 진실 됨을 좇는 한숙 선생님의 생각은 공방 할머니들에게도 전해진 것 같습니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표현해 주셨는데요. 이 작품들은 2014년부터 해마다 두 번의 전시회를 통해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전시회를 통해서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흰 천에 자수를 놓거나 그림을 그린 할머니들의 작품. 여백의 미가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아기자기합니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사진으로 감상해 볼까요?
전시장이 아닌 곳에서도 할머니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서학동 골목골목을 누비다 보면, 마치 보물을 발견하는 것처럼 반가운 작품들을 찾을 수 있었는데요.
처음으로 그림을 그린 할머니도 계시고, 여러 차례 작품 활동에 참여한 할머니도 계신다고 합니다. 처음 작품을 만든 것으로 생각하기에는 참 멋진 그림들이 나왔지요?
세대 간 배움을 전수하다
바느질과 그림을 위주의 활동을 진행했던 초록꿈 공작소 할매 공방은 도자기, 염색, 천 작업 등의 다양한 예술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합니다.
또한, 그동안은 예술가들이 봉사로 수업을 진행해왔으나 올해는 할머니들이 선생이 되어 예술가들에게 가르침을 전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예술가와 할머니들이 서로 전수해 주는 상호교환방식으로 어머니들의 삶 속에서 지혜를 배우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세대 간 소통은 물론, 한복 짓기, 뜨개질, 바구니 짜기 등 할머니들이 삶 속에서 익힌 재능을 전수하여 마을에 활력을 끌어낼 것입니다.
옷 짓는 법과 같은 배움이 아니더라도 한숙 선생님은 할매 공방 안에서 많은 것을 느낀다는데요. 할매 공방이 참 재밌고, 할머니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느끼는 것도 참 많다며 웃어 보입니다.
"고부 관계 같은 것도 조언해 주시고, 그러면서 저도 안에서 느끼는 것이 있죠. 뭔가를 느끼기도 하면서, 할미들 만날 땐 자신을 꾸미거나 포장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니 마음도 편하고요. 그러면서 보이는 것보다는 만남, 그 자체로도 하나의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느끼는 모든 것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아요."
글ㆍ사진/양새롬(전주시평생학습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