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관리자 | 등록일 | 2016-08-23 09:48:05 | 조회수 | 1493 |
사람풍경 - 김형경 심리여행 에세이
소소한 이야기에 녹아든 내면의 치유
세상에서 제일 알다가도 모르는 것이 사람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많은 사람을 알고 스치며 살아왔는데도 저는 아직도 ‘사람’이 제일 어렵고 흥미로운 대상입니다. 어렵다는 표현보다는 역시 ‘흥미롭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네요. 그래서 저는 ‘사람’이 궁금하고 때로는 두렵고 재밌기도 합니다.
삶이란 세상 누구도 혼자서 살아가기는 어려운 것이라서 사람을 만나 겪지 않고서는 잘 살아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을 잘 겪어내는 사람 중에는 성공한 인생을 사는 사람들도 많은 가봅니다. 서점에 가 봐도 성공을 목표로 하는 자기계발서 코너는 인간관계와 사람 심리에 관한 책들로 가득합니다. 그만큼 사람을 겪어내는 일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누구나 그러하듯 사람을 만나면서 어렵고, 때로는 화가 나는 일도 많았습니다. 특히 여자라면 공감하시겠지만, 결혼을 하고 난 뒤로는 그 어려움과 화가 참 많아지더군요. 그러던 중에 같은 독서 모임의 인생 선배님께서 이 책을 제게 선물해주셨습니다. 꽃 그림이 들어간 연보라색 한지 편지지에 정갈한 글씨의 편지와 함께 이 책을 주셨을 때, 저는 참 의외였습니다. 평소 그분은 조용한 편이시고 지나치게 이성적이다 싶을 만큼 책 이야기도 냉소적인 의견들이 많았던 분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이 책을 선물 받은 날 또 한 번, 사람은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 날 밤, 잠든 아이를 눕히고 늦은 밤 혼자서 첫 장을 펼쳐보았습니다. 표지의 남녀가 작은 쪽배를 타고 같은 곳을 바라보는 뒷모습이 어딘가 묘하게 끌려서 한참을 바라보다가 작가의 이력을 살펴봤습니다. 작가는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심리학에 관심이 생겨 오랫동안 전문 서적을 읽고 자신을 치유해왔다고 했습니다. 사람은 궁하면 통한다고 하더니 작가는 살면서 사람에 대해 저만큼이나 관심이 많고 어려웠던 모양이었습니다. 책의 흐름은 작가가 혼자서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보고 느꼈던 풍경들과 그때의 생각들을 정리한 에세이 형식의 글입니다. 여행을 통해 작가는 남성이 많은 조직에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생각들과 자신이 살면서 겪었던 인간관계의 갈등을 되돌아봅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자신에게도 관심이 많아졌고 자기 삶을 돌아보면서 내 안의 어린아이를 발견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이 책은 사람이 살면서 느끼는 기본적 감정인 사랑, 분노, 우울, 불안, 공포, 질투, 중독과 같은 감정들의 근본에 관해서 이야기 합니다. 특히 사랑에 관한 작가의 경험과 관찰자로서의 이야기는 인상적이었습니다. 책의 본문 중에 ‘인간의 한평생은 거대하고 영원한 사랑의 과정이다.’라는 문장을 여러 번 곱씹어 읽었습니다. 어릴 적, 부모님과 형성된 사랑의 관계가 어른이 되어도 문득 송곳처럼 튀어나오기 마련이라는 것과 그 원망과 고마움을 얼마나 성숙하게 받아들여야 내 안의 아이가 비로소 어른이 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어느 심리학이나 인간관계 책들과는 다릅니다. 독자를 가르치려 들지도 않고 그저 담담하게 자신의 어둡고 조금은 부끄러운 부분들을 내보여주면서 오히려 독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기분이 듭니다. 책을 읽는데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 들어주는 것 같다니 참 묘한 매력입니다. 저는 이 책이 너무나 좋아서 한숨에 읽지 않고 아껴가며 읽었습니다. 지금도 가끔 자존감이 낮아지려고 하거나 울적해질 때면 책장에서 이 책을 뽑아 듭니다. 이 책은 저에게 의사 선생님이나 오랜 친구만큼이나 치유가 되는 ‘약’ 같은 책입니다. 이 책이 여러분에게도 좋은 약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글 읽는 소리 대표 양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