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관리자 | 등록일 | 2016-02-25 12:59:25 | 조회수 | 1811 |
처음처럼 - 신영복
구성은 (전주시 평생학습관장)
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책을 한 권 꼽으라고 한다면 신영복 선생님의 <처음처럼>입니다.
<처음처럼>은 신영복 선생님의 책 <감옥으로부터의 사색>과 그 이후의 글과 그림을 정리해 엮어낸 책입니다. 신영복 선생님의 정제된 언어로 삶의 성찰, 희망, 실천이 무엇인지를 글과 그림으로 만날 수 있는 책입니다. 평상시 우리가 생활하면서 느낄 수 있는 계절, 삶, 동료에 대한 생각이 이 책에 담겨져 있습니다.
이 책은 천천히 음미하듯 한 편씩 읽어가야 합니다. 한 장을 읽고 한번 생각을 해야 합니다. 모든 구절이 좋지만 특히 이 책 첫 장에 있는 “처음처럼”과 마지막으로 끝나는 “석과불식”을 읽고 전율을 느꼈습니다. “석과불식”은 씨 과실은 먹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무수한 잎사귀를 떨구고 겨울의 입구에 서 있는 감나무는 비극의 표상이나 그 가지에서 빛나는 빨간 감 한 개는 희망입니다. 그 속의 씨가 이듬해 봄에 새 싹이 되어 땅을 밟고 일어서기 때문입니다.
나무는 그 봄을 위해 잎사귀를 떨구어 뿌리를 거름한다는 것입니다. 이 책에 처음 나오는 “처음처럼”은 그냥 “처음”이 아닌 것입니다. “석과불식”을 통해 희망을 이야기하는 감 하나의 씨앗과 그 씨앗을 위해 거름을 자처하는 잎사귀의 희생이 있을 때 처음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우리네 역사도 개인의 삶도 전대의 희생, 전 세대의 고난과 진통 속에 새로운 처음이 탄생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우리 세대 이후에 태어날 수많은 “처음”을 생각한다면 <처음처럼>의 “처음”이 무거운 책임으로 다가왔습니다.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처럼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겨울 저녁에도
마치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언제나 새날을 시작하고 있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입니다.
사람으로 인해 상처받았을 때, 20년동안 감옥에서 쓴 책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만큼 희망과 성찰로 가득 찬 이 책을 통해 위로받고 다시 제 삶을 추스르게 됩니다. 그리고 평상시 제 옆의 사물에 대해, 계절에 대해, 동료에 대해 잊고 무심하게 지나쳤던 부분들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깨우치고 나름대로 중심을 잡아갈 수 있는 고마운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가 놀랄만큼 많은 경제성장을 이루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고 하지만 실제 우리의 삶이 정말 행복한가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의문을 제기합니다. 개개인의 삶은 더욱 그러합니다. 절망의 세대라고도 이야기합니다. 지금 절망에 빠져있으신 분들, 삶이 힘겹다고 느끼시는 분들, 그리고 무언가 삶의 의미를 찾고 싶으신 분들... 그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