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관리자 | 등록일 | 2020-09-25 10:12:41 | 조회수 | 1066 |
황경주(우아문화의집 문해교육 강사)
“선생님! 보고 싶어요.”
“선생님~ 우리 언제 만나요?”
“선생님, 건강해야 합니다.”
전화를 통하여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는 나를, 보고 싶어 하고, 나의 건강을 염려해 주시는 그 깊은 정에 울컥 할 때도 있습니다.
전주희망학교 우아문화의집 학습자는 모두 13명입니다. 연세가 거의 70대입니다. 나와 동년배들입니다. 내가 ‘전주희망학교’를 통해 우아문화의집에서 강사로 일한지도 어언 10년째가 되어서 학생들과 나는 정이 들어서, 그저 만나기만 해도 좋았었는데, 대면수업을 할 수 없게 만든 코로나19 감염병이 원망스럽기 조차 합니다.
나는 이러한 상황을 원망만 하고 있기보다는 비대면 수업을 통해서라도 배우고자 하는 학습자들이 배움의 열정을 식지 않게 도와주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배우기를 좋아하는 노인 학생들에게 어떻게 수업을 해야 할까, 이 상황이 얼마 동안이나 될지는 모르고,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전화를 통한 비대면 수업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 교재는 무엇으로 할까?
- 어떻게 학습을 안내 할까?
- 어떻게 전화를 통한 비대면 수업을 할까?
- 수준이 낮은 학습자들은 어떻게 학습을 이끌어 줄까?
그래서 교재는 70대 노인에게 알맞다고 생각되는 그림책 「아씨방 일곱 동무」 을 선정했습니다. 그림도 재미있고, 글도 짧아서 좋았습니다. 특히 그 내용이 누구나 중요하고, 가치가 있고, 서로 힘을 모아야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교훈도 담겨 있어서 선택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를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글자의 크기가 14포인트 이어서 약간 작아 보였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학습지를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학습지 전면에는 그 주간에 학습할 내용의 글자 크기를 14포인트 글자를 24포인트로 확대 복사하고, 이면에는 학습해야 할 어려운 낱말 익히기와 내용 파악 등을 문제 형식으로 학습 안내를 하였습니다. 학습지는 매주 우편으로 학습 전에 배달하여서 예습하도록 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 다음 중에서 맞춤법에 맞게 써진 낱말을 찾아서 √ 표 하시오.
○ 그림책의 13쪽에는 누가 나와서 자랑합니까? 맞는 것을 찾아 √ 표 하시오.
○ 뭐라고 자랑했어요? 맞는 것을 찾아 √ 표 하시오.
○ 이렇게 자기 자랑만 하는 것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자기의 생각을 써봅시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사전에 학습 안내를 하여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하게 한 후, 전화로 비대면 수업하는 화요일과 금요일에 제시한 학습 안내 문항에 따라 발문하고 응답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이는 학습자들이 무엇을 학습해야 할지 안내하여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하도록 촉진해 주는 자료가 되기를 기대해서였습니다.
그 결과 적극적인 학습자들은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하고 수업일은 물론 수시로 잘 모르는 문제를 묻는 학습자도 있어서 보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몇몇 문자 미해득 학습자에 대한 비대면 수업은 퍽 곤란하고, 문자를 어느 정도 해득한 학습자 중에서도 한 분은 학습 안내지를 활용한 학습에 어려움을 느껴 심지어는 강사의 전화에 응답도 거절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문자 미해득 학습자에게는 해당 페이지의 글을 함께 읽고, 그 내용에 대하여 서로 이야기 하고 어려운 낱말을 선정 제시하여 써보게도 하지만 역시 비대면 수업의 한계를 절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더 좋은 수업 방법은 없을까’ 하며
비대면 교육이 힘듭니다. 답답합니다. 가르치는 즐거움이 반감되었습니다.
빨리, 코로나19 위기가 물러가서 “선생님! 보고 싶어요. 선생님~ 우리 언제 만나요?” 하고 보고 싶어 하는 학습자들과 한자리에서 시끌벅적하게 웃으며, 즐겁게 대면 수업을 할 그 날이 어서 오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