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계사년 뱀띠해 특별전> “생명력의 화신, 뱀“
“뱀을 신으로 숭배하여 죽이지 않으며, 뱀이 보이면 술을 뿌려 물러가게 하고 죽이지 않는다. 그래서 저자는 뱀이 보이기만 하면 죽였더니 지방 사람들은 크게 놀라서 저 사람은 다른 지방 사람이니 저럴 수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끝내 뱀을 죽여야 마땅함을 깨닫지 못하더라. 제주에는 본래부터 뱀이 많은 곳이라고 들은 바 있지만 그 많은 이유는 풍토적인 특성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이 신이라고 위하여 죽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정(金淨)의 『제주풍토록』(濟州風土錄)
전주역사박물관(관장 이동희)에서는 2012년 계사년(癸巳年) 뱀띠해를 맞아 <2013 계사년 뱀띠해 특별전> “생명력의 화신, 뱀”을 1월 3일(목)부터 오는 2월 11일(월)까지 진행한다. 올해로 벌써 5번째 개최하고 있는 ‘띠전시’는 12지 동물들이 상징하는 의미를 알고, 나아가 관람객들 모두가 한해 운수대통하기를 바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십이지 가운데 여섯 번째 동물인 뱀은 그 생김새 때문에 많은 오해를 받고 있지만 사실 동서양 문화에서 모두 사람과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다. 그래서인지 징그러워 혐오스럽기만 한 뱀이 인간의 현실과 상상 속에서 다양한 상징성을 갖는다. 뱀은 온몸을 땅에 붙이고 다녀 땅이 지니는 생명력의 화신으로 풍요와 다산, 장수와 환생을 상징한다. 업구렁이는 광의 한구석에 자리하여 집안의 재물을 지키는 가신(家神)의 하나이다. 업구렁이가 나가면 집이 망한다고 하였다. 뱀은 치료와 의술의 신이기도 하다. 제주도에는 호랑이에 대한 신앙이 없는 대신 뱀 신앙이 많다.
이러한 특성을 갖는 이번 전시는 총 8개의 섹션(세계 각국의 뱀, 십이지와 뱀띠, 창암 이삼만과 뱀이야기, 뱀의 상징, 뱀의 생태, 뱀과 신앙, 뱀띠해 역사적 사건, 뱀띠해 역사적 인물)으로 나뉘어 40여점의 유물이 전시되며, 전시와 연계한 ‘뱀주사위놀이’와 ‘새해 엽서쓰기’ ‘포토존’ 등의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된다.
이번 전시의 대표 유물은 ‘김유신묘 십이지신상 탁본’(1950년대, 인천시립박물관 소장), ‘스리랑카 마하코라(가면)’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뱀 가면 5점(하회동탈박물관 소장), ‘십이지 해시계’(조선시대, 한밭교육박물관 소장), ‘사두선(蛇頭扇)’(재현품, 선자장 박인권 소장), ‘형산신우비 탁본 10폭 병풍’(조선시대, 삼척시립박물관 소장), ‘원통형 기대’(가야, 경상대학교 박물관 소장) 등이 있다.
<김유신묘십이지신상 탁본>, <흥덕왕릉십이지신상 탁본>, <진덕왕릉십이지신상 탁본>은 모두 1950년대 인천시립박물관 경주고적조사반에서 탁본한 것으로 무덤을 지키는 십이지상 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스리랑카 마하코라>는 스리랑카 신하레스족의 주술사가 무슨 병인지 모를 때 사용하던 가면으로 좌우에 9개씩 총 18개의 역귀들의 얼굴이 조각되어 있는 대형 가면이다. <십이지 해시계>는 커다란 화강암을 깎아 거북 모양으로 제작한 해시계로 전체적인 형태는 거북의 등에 해시계가 있는 형태이다. 거북의 등에는 원형 해시계가 있는데, 안쪽에는 ‘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를 음각으로 새겼고, 바깥쪽에 양각으로 십이지신상의 12동물을 신성화하여 입상을 표현하였다. 우리지역 박인권 선자장이 재현한 <사두선>은 부채의 모양이 뱀의 머리모양을 닮았으며,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고 악귀를 쫓아 준다. 또한 가정의 번창과 건강을 상징하며, 복을 기원하는 의미로 담고 있다. 가야의 <원통형 기대>는 다른 토기에 비해 크고 화려하고, 수장급 지배층의 무덤이나 무덤 주변 제사 시설에서 주로 출토되는 점으로 보아 높은 신분을 상징한다. 몸통에 붙은 뱀 모양 장식은 부활과 영생을 상징한다.
우리 역사 속에서 임진년에 일어난 전주관련 주요 사건으로는 1473년(성종 4년) 경기전 동편에 전주사고 건립, 1965 2. 20 전주문화방송 개국 등이 있다. 그리고 국내 사건으로 신사유람단 파견(1881년), 을사조약(1905년), 광주학생운동(1929년), 한국전쟁 휴전(1953년), 태평양전쟁(1941년) 등이 있다. 또한 뱀띠해에 태어난 인물로는 이순신(1545년생), 괴테(1749년생), 링컨(1809년생), 도스토옙스키(1821년생), 간디(1869년생), 피카소(1881년생), 박정희(1917년생) 등이 있다.
옛말에 ‘뱀꿈을 꾸면 재물이 들어 온다’는 말이 있다. 역사박물관 ‘띠전시’를 통해 뱀띠해인 올해 긍정과 부정, 삶과 죽음, 현실과 상상 속에서 다양한 상징을 갖는 존재로 묘사되고 있는 뱀의 문화적 특성을 이해하고 ‘뱀꿈’ 한번 제대로 꾸는 상상을 해 봐도 좋겠다.
한편 뱀띠 관련 유물이 많지 않은 관계로, 이번 전시는 전국에 있는 박물관과 미술관의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유물협조 기관(개인)은 군산대학교박물관, 경기대학교박물관, 부산대학교박물관, 대구대학교박물관, 경상대학교박물관, 목아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인천시립박물관, 하회동탈박물관, 보령석탄박물관, 한밭교육박물관, 삼척시립박물관, 아모레퍼시픽미술관, 미당시문학관, 선자장 박인권, 이종진씨 등이다.
- 십이지상 뱀 목각(목아박물관).JPG (288.5 KB)
- 김유신묘 십이지신상 탁본(인천시립박물관).JPG (578.6 KB)
- 원통형 기대(경상대학교 박물관).JPG (290.3 KB)
- 전시 메인 이미지.png (308.2 KB)
- 사두선+어피사두선+대모사두칠선(선자장 박인권).JPG (146.5 K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