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책읽기] 봄날을 만나시길 바랍니다
관리자
2011-05-25
조회 3751

나는 차가 없다. 29살 직장여성에게 차가 없는 일은 신기한 일인가 보다. 요즘 이곳저곳 강연 때문에 돌아다니면서 제일 많이 듣는 소리가 “차 없으세요?” 이니깐 말이다. 모임 장소를 안내해 주실때도 운전해서 갈 수 있는 기준으로 이야기를 해주신다. 말을 중간에 끊으며 “죄송한데 제가 차가 없어서요” 하면 당황한다. 그런 반응들을 보면 29살 직장여성에게 차란 당연한 존재인가 보다.
웬만한 거리는 걸어서 이동한다. 조금 오래 걸려도 걸으면서 주위 풍경도 볼 수 있고 또한 내 머리 속생각들과 나를 대면할 수도 있어서 좋다. 그래서 자주 걸어 다니는 편이다. 며칠 전에는 퇴근 후 집까지 걸어가다가 전날까지 못 보던 풍경을 마주쳤다. 현수막이 하나 걸려있었던 것이다. 현수막 문구는 간결했지만 마음을 울렸다. ‘5월은 노무현입니다.’
2009년 5월 23일 전직 대통령이었던 노무현이 자살했다. 그를 추모하는 행사를 가지자는 단체들이 만든 문구가 ‘5월은 노무현입니다’인 듯싶었다. 참 잘 만든 문구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내게 5월은 광주였다.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삶의 전부가 되어버려 고통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피의 역사로 오늘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된 젊은이들은 삶의 한 부분에 있어서도 그 일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학살자를 제대로 처벌도 하지 못하는 우리 현대사에서 그들이 저지른 추악한 범죄와 억울하게 죽어야 했던 망월동의 영혼들을 잊는 것이야 말로 현재 현실에서 승리했다고 자부하는 자들이 원하는 일이 아닐까?
청춘이란 한자를 풀이하면 푸른 봄이다. 4계절 중 가장 희망찬 계절을 의미하는 봄. 그리고 그 봄을 상징하는 청년들이야 말로 우리 시대에 희망이 있기까지 노력하신 분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임철우 작가의‘봄날’을 만나볼 것을 권유한다. 끝내 아무도 달려와 주지 않았던 그 열흘을 기록한 소설‘봄날’을 통해 청춘이 가져야 할 당연한 몫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사람들에게 29살 직장여성이 차가 없는 게 이상한 것처럼 청년이 임철우 작가의‘봄날’을 읽지 않은 것을 이상하게 여기는 사회가 왔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