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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별별학습인간의 근원,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논하다
관리자2017-09-21조회 3174
'별별학습'이란 평생학습의 새로운 학습 내용과 경향(공간, 사람, 정책 등)을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인간의 근원,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논하다

- 대한민국 독서대전과 함께 -



책을 읽는 것은 한 세계와 조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 세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사고와 체계들이 사람을 한층 더 성장하게 한다. 사람은 태어나서 자기가 처한 환경에 따라서 접할 수 있는 경험의 폭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수명의 문제도 있다. 그러나 책은 자신과 다른 환경, 다른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김어준은 '사람을 성장시켜주는 것은 연애와 여행'이라고 했다. 한 사람과 깊게 교류하거나 평소와는 다른 환경에서 얻는 것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고의 틀을 쉽게 깨트려줄 수 있는 것은 책을 따라올 수 없다.

마크 트웨인은 가장 필요한 책은 가장 많이 생각하게 하는 책이라고 말했다. 이 말이야말로 책의 본질을 설명해주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독서의 특성을 생각하다보니 마침 전주에서 열리는 독서대전이라는 책과 관련된 행사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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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대전은 책과 관련된 다양한 전시, 체험, 강의가 열리는 행사였다.'사랑하는 힘, 질문하는 능력'이라는 주제로 책과 관련된 생각할 거리들이 펼쳐졌다.
인문사회학 강연이 열리던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는 대통령의 서재라는 이름으로 16권의 책을 소재하는 현수막이 있었다. 그 책을 추천하는 유명 인사들이 대통령에게 그 책을 추천하는 이유를 간단하게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신화를 이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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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강연은 신화를 연구하는 학자인 김원익 교수의 '신화, 사랑을 말하다'라는 주제였다.

교수는 인간은 자신이 살아온 날을 후손에게 전하려는 본능이 있다며 구전이나 문장으로 전승하는 역사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따라서 그런 본능이 단순한 형태의 이야기로 만들어진 것이 신화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신화는 모든 이야기의 출발이며 근본적인 상상력이고 집단 무의식의 원형이라고 말했다. 그러니 결국 신화를 이해하는 것은 역사의 시작을 이해하는 것이며 현재 우리들의 삶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그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가 사랑을 주제로 삼은 것은 인간의 생존과 번식에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해서라고 주장했다. 기자는 인간관계의 기본은 호감이므로 사랑의 유형은 인간관계의 유형과도 연관되어 언급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신화를 볼 때는 신의 이름보다 신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그 신화의 이야기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사랑을 논하기 전에 우선 그는 미의 여신의 탄생 과정에 대해 강의했는데 이는 미와 사랑은 보편적으로 깊은 연관성을 지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랑에 빠질 때 그 사람의 미점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 그러므로 미의 여신과 사랑의 여신은 서로 항상 같이 다닌다. 그리고 사랑의 특징에 대해 언급했는데 역사적으로 아름다운 것, 가치 있는 것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항상 전쟁이 동반되었다. 그래서 신화에서도 미의 여신은 사랑의 여신을 데리고 다니며 전쟁의 신과 친하다고 언급됨을 중요시했다.

그는 다양한 사랑의 유형을 나열했는데, 파멸을 불러일으키는 사랑, 상대방을 믿지 못해 의심하는 것, 상대방의 죽음을 견디지 못해 자진하는 상황, 적과의 사랑 등이 있었다. 여기에서 여러 단어가 파생되었는데, 사람을 파멸에 이르게 만드는 여자를 칭하는 단어인 '팜므 파탈', 타인의 기대나 관심으로 인해 능률이 좋아지거나 결과가 좋아지는 현상을 일컫는 '피그말리온 효과' 등이 있다. 그리고 신화는 클리셰가 되어 다양한 예술에 활용되었는데, 셰익스피어의 극 [피그말리온]과 그를 모티브로 한 영화인 "마이 페어 레이디", 셰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 꿈], [리어 왕]에도 인용되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역사를 읽는 것처럼 신화를 읽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요소를 가진 신화는 인간이 비슷한 과정으로 발전해온 근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므로 인간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근원이나 다름없는 신화를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의를 마치자 질문이 쏟아졌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리스 신화의 장점을 청중이 묻자, 김원익 교수는 그 무엇보다도 완전한 보존이 있어서 유명해질 수 있었다고 답한다. 우리나라는 수많은 전쟁으로 인해 많은 이야기가 소실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리스 로마 신화는 구전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원형 그대로 보존할 수 있었고 그래서 그것들이 전파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김원익 교수는 우리나라 신화에 대해 연구하면서 그것들이 어떤 형식으로 남아있는지, 야사나 학계에서 중하게 취급되지 않는 환단고기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에서는 360개의 신역이 있다고 한다. 제주도 신화가 유지되었던 이유도 본토와 분리되어 구전이 남아있을 수 있는 환경이었다는 것을 주목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리스 로마신화와 비슷한 유형의 우리 신화를 찾아내고 비교하고 싶지만 다양한 자료가 없다는 것을 아쉬워했다. 신화는 사실에 근거하며 수 천 년 내려오며 다듬어진 이야기로 우리들의 집단 무의식 속에 숨어들어 인간관계에 영향을 미친다며 그래서 더더욱 자료가 적은 것에 대해 계속 언급하며 답변을 마쳤다.

또 다른 청중은 서양에서 신화는 역사학자가 연구하는 것으로 현실적으로 증명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면, 우리 신화는 무속적이고 종교적이라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이러한 차이가 오는 것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김원익 교수는 신화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것으로 우리 식대로 풀어야 한다고 답했다. 변신의 귀재 제우스는 여자를 만날 때마다 변신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신화는 왜 지금까지 살아있을까? 라는 관점에서 이야기의 액기스로 봐야 하며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켜 지금까지 전해져오는 이유를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화가 모든 이야기의 근원이라는 것은 공감했다. 서양 작가들의 작법서에 따르면 흔히 성경을 읽으라는 말이 나온다. 기독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성경은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신화들의 책이다. 그래서 다양한 인간관계가 나오고 다양한 인물 유형이 나온다. 그래서 많은 작가들이 성경에 기원한 이야기들을 써내고 있다. 지금까지도 다양한 드라마, 연극, 영화 등에서 신화를 모티브로 한 다양한 클리셰들이 나오고 있다. 사람은 기원전이나 지금이나 그 본질은 달라진 게 적다는 의미일 것이다.

독서대전의 풍경
독서대전은 경기전과 한옥마을 부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열렸다. 경기전에는 독서대전을 맞이해 입장료 무료 행사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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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전의 어전과 그 박물관을 둘러싼 외곽 지역에서는 다양한 출판사들이 부스를 세워 책을 판매하고 있었다. 각 부스별로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었다. 동화책을 전문으로 내는 출판사에서는 예쁘다고 많은 칭찬을 받은 그림을 크게 내어 엽서로 팔고 있었고, 다양한 컨셉으로 자사의 책들을 홍보하고 있었다. 기자가 가장 관심을 가진 테마는 글쓰기 전문으로 책을 모아 전시한 출판사의 부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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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들에서 책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전부 많은 책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에 흥분하는 것 같았다. 특히 가족 단위로 온 구매객들은 동화책이나 과학책 부스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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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들이 있는 곳을 벗어나자 독서를 주제로 한 사진전시가 있었다. 흔히 독서를 주제로 한 사진이라면 책을 읽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는데 다양한 사람들이 즐겁게 독서를 하는 모습을 보니 독서 욕구가 부추김 당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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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전 앞에서는 북라디오라는 이름으로 안쪽이 보이는 라디오 부스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 앞자리에서 사연을 적어 바로 읽어줄 수 있는 형식으로 되어 있었는데, 그 라디오는 한옥마을 주변에 방송된다고 하니 자신의 사연을 바로 읽어줄 수 있는 것과 한옥마을을 천천히 산책하면서 음악이 아닌 사람의 조곤조곤한 말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 독서대전에 어울렸다. 독서엔 잔잔한 음악도 좋지만 같이 책을 읽는 사람과의 대화도 빼놓을 수 없다. 책을 읽으며 다양한 대화를 나누며 교류를 깊이 하는 것이 첫 번째 재미요, 그 과정에서 그 책을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 두 번째 재미일 것이다. 노래는 우리 주변에서 항상 넘치고 있어서 그런지 기자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무언가에 집중하게 해주는 효과는 적은 것 같다. 그리고 노래는 각각 고유한 템포와 리듬이 있어서 리듬이 빨라지거나 느려지면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에 관련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 점에서는 일정한 템포를 유지한 사람의 말소리가 독서대전에 어울리는 것 같다.

별과 혐오에 대해 생각하고 이해를 촉구하다
기자가 참가한 두 번째 강연은 정근식 교수의 '차별과 혐오를 넘어'라는 주제의 강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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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일은 각 강연에 프로젝트 A라는 밴드가 공연으로 오프닝을 시작했다. 독서대전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흔히 알려진 시, 안도연의 연어를 노래로 부르는 것으로 시작했다. 강연 전에 노래를 삽입하는 것은 청중의 강연에 대한 기대와 집중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었다. 노래가 끝나고 흥분이 고조된 상태에서 강연을 들을 준비를 갖추는 청중들의 태도에서 집중력이 높아진 게 보였다. 그리고 연어라는 노래에서 '네가 아프지 않으면/나도 아프지 않은 거야'라는 가사는 이 강연의 주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어서 밴드의 곡 선정에 감명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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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식 교수는 전남대에서 10년을 가르친 경력이 있는 교수로 1980년대 한창 민주주의 문제가 일어나던 광주에서 그 현장을 보며 차별에 대해 강한 인상을 받고 그에 대해 연구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차별과 혐오는 그 이전부터 지역차별 등을 통해 사회 문제로 부각되어 왔지만 최근처럼 세대별 혐오, 남녀차별과 남녀혐오문제가 대두되면서 그 현상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자는 개인적으로 세대별 혐오현상, 소수자 차별, 남녀차별, 남녀혐오 현상에 관심이 높은 편이어서 이 강의를 기대하고 있었다.
우리사회의 차별과 혐오 극복이라는 주제는 전주시에서 정근식 교수에게 요구한 테마라고 한다. '정근식 교수는 한국 사회를 냉정하게 비판, 분석하기로 평이 자자한 사람'이라는 사회자의 말에 더더욱 기대감이 높아졌다.

교수는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을 향해 가고 있는지를 연구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사회의 기본적인 본성 중 하나인 차별과 혐오를 시대별로 다루고, 그 극복방안에 대해 논의해보고 싶다고 말문을 열었다. 먼저 차별은 그 기인하는 원인이 처음부터 서로 달랐다는 관점과 차별받아서 달라졌다는 관점으로 나뉜다고 한다. 그러면서 차분히 시대별 차별 논점을 짚어나갔다. 시대가 변화하는 양상에 따라서 입장은 변화해왔지만, 공통된 것은 언제나 다수자가, 본토인이 소수자를, 이민자를 핍박하는 현상이었다.

역사에서 농사라는 일이 정착되면서 풍부한 자원을 원하여 이주해온 유목민들이 정착민들에게, 국가가 등장하면서 국가의 기반이 되는 사상, 예를 들어 불교나 유교 등을 받아들이지 않는 방외인들이 사상을 받아들인 사람들에게, 조선시대에는 사농공상의 신분 차이로 인해 가장 최하층이었던 백정과 무당 등이 박해받았다.
소련이 붕괴되며 냉전 시대를 벗어나면서 이념의 대립이 해체되며 세계화가 시작되자 정치적 난민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그동안 존재했던 차별이 시대가 바뀌며 재구성되었다. 새로운 형태의 인종적·민족적 차별의 문제가 시작되었다. 다수자·소수자라는 말이 재조명되었고 소수자의 타자화가 일어났다. 다수자는 소수자를 향해 내가 아닌 적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면서 사회적 적대감을 행동적으로 표출하기 시작했다.

주디스 버틀러는 1997년에 '혐오발언'이라는 책을 내며 왜 상처를 주는 말을 하게 되었는지 그 말들의 종류는 무엇인지에 대해 탐구하는 발언을 학계, 사회에 던졌다. 그것은 사회적으로 열등하다고 생각되는 집단, 역사적으로 억압되고 박해되고, 증오받고, 비하된 집단을 구체화한 것이었다.
그리고 2017년에 카롤린 엠케는 '혐오사회'라는 책에서 유럽의 문제들인 난민, 인종주의, 성소수자를 거론하며 혐오와 증오가 만들어지는 구조를 탐구했다. 그리고 그 구조를 만드는 기제를 수동적 동일시로 보았다. 즉 불평등이 만연한 사회에 대한 무력감으로 인해 인종과 같은 집단적 범주에 스스로 속하게 하고 다른 집단을 배척하는 매커니즘이다. 이는 사회를 지나치게 단순화하여 특정 집단에 대해 적대감을 불태우게 한다. 사회를 동질적이고 순수하며 본질적인 기원에 집착하게 만드는데, 이는 결국 폭력으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순수하지 않은 것에 대한 찬미,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 필요함을 주장한다.

삶은 생활과 생존으로 나뉘는데, 생활은 인간적인 잠재성을 활용할 수 있고 인격을 실현하며 세대를 재생산하는 과정이다. 생활이 아닌 것은 생존인데 말 그대로 육체적으로 살아남는 것에 치중한 삶이다. 정근식 교수는 위와 같은 혐오의 역사를 해결하기 위해서 '인정투쟁'이라는 책을 인용하며 사회적 인정이 차별과 혐오를 해결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역설했다. 이를 사회적 제도로 적용하기 위해 2011~2012년에 광주에서 광주인권헌장을 만드는데 조력했고 지금은 차별금지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차별금지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성소수자 문제로 사람들의 인식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정근식 교수는 사회적 인정을 얻거나 하기 위해서는 타자, 소수자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퍼뜨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통받은 사람이 자기 경험을 드러낼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 첫 번째고, 두 번째로 그들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연이 끝나고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그 중에서 첫 번째 질문은 차별과 혐오가 범람하는 사회에서 우리가 대처해야 하는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것이었다.

정근식 교수는 누구나 마음속에 다양한 맥락의 차별과 혐오가 있다면서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많은 토론과 협의를 통해 제도적으로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장기적이고 문화적인 문제이므로 우선 토론과 협의를 위한 준비인 지식을 많이 쌓아야 하는데, 사람들이 SNS에 익숙해져 있어서 짧은 생각밖에 하지 못한다는 한탄을 했다. 그래서 독서대전에 걸맞은 답인 독서를 통해 장기적인 호흡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답변이 나왔다. 특히 고통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보급하여 소수자와의 직·간접적인 소통을 시도하는 것을 추천했다.
두 번째 질문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문제가 불거진 양성평등에 대한 것이었다. 차별과 혐오는 의식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주 표출되는데, 이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질문했다.

교수는 현실적으로 남성이 평등을 주장할 처지가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그들이 접하는 사회와 여성이 접하는 사회는 다르며, 여성차별 금지를 주장하는, 여성들의 입장이 되어보지 못한 남성이 주장해야 소용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녀 간 대립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적인 구조의 문제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부족한 일자리 때문에, 이전부터 늘어난 여성 취업이 남성들의 취업에 방해가 되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데 이는 사회구조적인 문제이지 성별 대립의 문제가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성차별에 있어서 세대 간 인식 차이가 커서 장년층이 따라오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장년층은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따라가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전주는 독서를 존중하는 문화는 있지만 그로 인한 결과인 인권친화적인 환경이 아니라며 그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차별과 혐오는 몇 년 사이 최고의 이슈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진보적인 사람임을 표방하나 그들 내부의 어떤 부분의 사고방식은 아직 차별과 혐오를 놓아주려 하지 않는다. 그것이 여성 대상의 범죄 처벌의 가벼움이 사회 전체적인 생각을 입증한다. 법이나 제도의 변화 속도는 사람들의 생각의 변화 속도에 비해 느리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법이나 제도를 바꾸려는 사람들의 움직임은 당대 사람들의 법에 대한 생각을 반영한다. 차별 발언이나 혐오 발언이 TV에서 가볍게 유머 거리로 다루어지는 사회와 그를 저지하려는 움직임이 무시되는 사회가 좋은 사회일리 없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는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는 것을 느꼈다. 전북은 학생인권조례는 있지만 전 시민을 아우르는 인권 헌장은 아직 없다. 2018년에 선포 예정이라고 하고 이미 인권센터가 활동 중이지만 인권에 대한 시선은 아직 진보적이지 않다. 정근식 교수가 말한 약자와 소수자의 이야기를 말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을 위해 다양한 세대에서 인권감수성교육을 받는 등 노력하고는 있지만, 피해자의 이야기가 보급될 수 있는 사회는 아직 아니다. 약자와 소수자를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 평생학습권에서 벗어난 다양한 사람들을 위해 더 많은 방법을 고안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여자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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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강연은 '여자로 산다는 것'을 주제로 세 작가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좌담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그들은 여성 주체의 기억과 글쓰기에 대해 논한다고 말했다. '여자전'과 '참외는 참 외롭다'라는 책을 쓴 김서령 작가를 중심으로 권혁란 작가와 부희령 작가가 '세 여자', '여자전', '82년생 김지영', '안동 장씨, 400년의 명가를 만들다'라는 책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시대별로 이야기하자면 여성은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자신의 재능을 스스로 살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재능을 바탕으로 주변 남성들을 이끌어야 가문을 빛내야 했다. 그것이 장계향의 이야기다. 그리고 일제 강점기에는 성별을 가리지 않고 민족을 위해 투신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자신의 개인적인 문제보다 거시적인 시각에서 큰 일, 즉 민족을 위해 일하는 것을 이야기했다. 그래도 여전히 여자는 주체적인 존재가 아니라 남성 다음인 보조적인 존재였다. 그리고 한국전쟁에서 여자들은 전쟁 상황에서도 자기 나름대로 살아남으려고 노력해왔다. 남자들이 전쟁에 나가 죽어나가는 상황에서 가정을 이끌어야 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집안을 일으켜 세우는 건 남자의 몫이라고 여겨졌다. 최근에 들어서는 여자의 주체성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세 작가들은 이 나라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것은 여전히 어렵지만 시대는 점점 진보하고 있고 여자 스스로 자아로서 일어서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강연은 다른 주제의 강연보다도 일상에 깊이 스며든 주제여서 활발히 질문이 이루어졌다. 그 중에서도 특기할 만한 질문과 답변을 뽑아본다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질문은 딸과 며느리가 있는 장년층의 여성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세대의 관점에서 '82년생 김지영'은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여성으로 조명하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본다.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여성은 여전히 가정이나 사회에서 눈치 보는 삶을 살아야 한다. 이것은 전(全) 세대가 문제인지 노력을 덜해서인지 궁금하다. 그러면서도 그 책 자체가 던지는 문제제기와 그 과정은 공감한다. 현재의 2030세대의 출산이나 결혼 포기 현상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지 궁금하다.
김서령 작가는 김지영의 문제 제기 역할은 동의한다고 이야기했다. 현실적으로 결혼, 출산, 육아가 버겁다는 것은 안다. 그래도 자신의 딸은 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 나 자신이 삶을 적극적으로 사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삶을 풍부하게 살기 위해 도전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이야기했다.
부희령 작가는 김서령 작가의 의견에 동의하며, 여성문제는 개인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부분과 극복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데, 여자들 스스로 해봐야 한다는 의지를 가짐과 더불어 결혼 없이도 임신하고 출산하여 아이를 길러도 지탄받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와 법, 제도가 정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으로서의 선택을 보장하는 것이 가부장제 아래서 남성들 위주가 아니라 여성들의 삶 측면에서도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역설했다.

두 번째 질문은 40대 초반의 여성이었다. 여성들이 억압받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동일하며 역사적으로도 전쟁에서 남성들이 패배하면 피해를 보는 것은 대다수의 여성들로 그들이 살아 돌아오면 살아 돌아온 것을 기뻐해주지 않고 욕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은 사회체제의 문제로 여성도 남성도 피해자라고 역설했다. 우리사회 제도의 문제이며 철학의 부재로 생긴 문제이므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성, 남성 가리지 않고 모두가 힘을 합해 해결에 달려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 작가들은 남녀 대립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 아니라 남녀가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정답이라며 발언한 여성에게 박수를 보내며 강연을 마쳤다.

기자는 차별 문제와 마찬가지로 여성 문제에 관심이 많다. 2010년에 미국에서 올해의 단어로 선정한 맨스플레인(mansplain)이라는 단어를 접하면서 눈이 번뜩 뜨였다. 그 이후로 여성학 서적을 몇 권 접했다. 이 강연을 듣기 전에는 현대의 여성이 과거의 여성에 비해 사는 환경은 나아졌을지도 모르지만 아직도 남성들만이 우위인 사회에서 산다고 생각했다. '82년생 김지영'과 '예민해도 괜찮아',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라는 책을 접하고 여성은 남성의 입장에 이입하는 것을 가볍게 해내지만 남성들은 그게 되지 않는 경우를 더 접하게 되었다. 소설가지망생들의 경우 남자 작가들은 여성 캐릭터는 다면화된 캐릭터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여성 화자를 설정할 경우 매체에서 본 그대로 '성녀'아니면 '창녀'라는 평면화된 캐릭터를 만든다. 이 강연을 듣고 나서 '여자전'의 부제인 '한 여자가 세상이다'라는 발언을 두고 한 장년층 남성이 왜 여자가 세상이냐는 질문을 작가에게 했었다. 보통 책을 팔 때는 눈에 띄는 재치 있는 말을 하기 마련이다. '한 남자가 세상이다'라는 말은 진부하지만 '한 여자가 세상이다'라는 말은 진부하지 않아서 선택했다고 한다. 진부하다는 말은 많이 썼다는 말이다. 그래서 소설가 한강의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은 여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써야 한다고 말했고, 미국의 시인이자 페미니스트인 뮤리엘 루카이저는 "만약 한 여성이 자신의 삶에 대해 진실을 털어놓는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세상은 터져버릴 것이다." 라고 말했다. 기자는 이 강연을 듣고 남자들은 여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지 못해서 모른다고 생각했다. 정근식 교수가 약자와 소수자의 이야기가 널리 보급되어 서로 이해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듯이 여성들도 자신의 다양한 삶을 이야기로 써 남성들에게 알려야 한다. 우리 또한 같은 인간이어서 아프고 괴로울 줄 안다고. 그러니 손을 잡고 같이 나아가자고.

독서대전에서는 우리가 왜 독서를 하고 그것을 혼자 생각하고 놔두는 것이 아니라, 같이 대화하며 그 결과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며 그것을 사회의 움직임으로 돌려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경기전 앞에 전시된 14년간 전주 시민들이 사랑한 그 해의 책을 보며 그 당시의 사회의 가치관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았다. 책의 장르와 분야가 바뀌는 것을 보면서 독서는 개인의 경직된 사고를 깨어 사회를 변화시키는 수단임을 깨달았다. 계속해서 사회는 변화할 것이고 그게 옳은 방향으로 갈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책이 아닌 SNS나 TV만으로는 짧은 호흡에 익숙해질 것이고 그것이 단기적인 변화만 바라보게 함을 안다. 그러므로 우리는 먼 미래가 변할 방향을 예지하고 그것이 긍정적인 방향이 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그러니 책이라는 긴 호흡에 젖어보는 것은 어떨까.


글·사진/김효선(시민학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