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옥(문해교육 교사)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것에 대한 충족이 해결되지 못할 때 갖는 부끄러움과 위축감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모국어인 우리말 우리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한을 평생 고스란히 가슴에 지니고 사신 우리 학습자들을 생각하면 성인문해교육의 필요성과 가치는 매우 중요하다.
16년 전 우연한 기회에 몸담은 성인문해교육이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내게는 소명이자 천직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이 그 오랜 시간 한결같은 마음으로 나를 붙잡고 있는가 생각하면 첫째 내 스스로가 즐거워서 하는 일이고 둘째 학습자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 때문이고 셋째 희망과 보람이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 세계를 체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천천히 그러나 간절하게 느림의 미학이 주는 보람과 기쁨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올해는 유독 노인일자리로 우리 학습자들의 사회활동 참여가 많아졌다.
내 이름 석 자도 못 썼는데 당당하게 활동일지를 쓸 수 있다고 자랑하는 학습자를 볼 때면 새삼 배움의 위대함을 깨닫게 된다.
성인문해교육은 문자해득은 물론이거니와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이질감을 해소하며 적극적인 사회 참여로 자아실현의 기회를 갖게 한다.
한 자 한 자 글자를 익히고, 점차 문장을 읽어나가면서 학습자들의 소망이 배움으로 이어져 가는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성인문해란 고난과 역경 속에서 피어나는 참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늦깎이 우리 학습자들이 지혜의 나무로 우뚝 서는 그날까지 나는 옆에서 박수를 보내며 응원할 것이다.
성인문해 교과서와 연계해 은행 일 보기와 도서관 견학과 같은 체험활동은 문해학습자들에게 견문을 넓히고 자신감과 이해력을 키운다.
갈수록 평생학습에 대한 인지도도 높아 70~80세 이상의 학습자들이 주를 이루었다면 이제는 50~60대의 학습자들도 많아졌다.
아버님 학습자들의 참여가 없다는 것이 아쉽긴 하나 이는 편견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용기를 갖고 배움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문해교육은 이제 생활문해교육 금융, 인터넷, 건강 전반에 걸쳐 확대되어지고 있다.
배움은 어떠한 이유에서건 부끄러운 것이 아닌 권리이며 의무이므로 우리 학습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
처음 공부를 접하는 학습자들은 두려움과 기대가 함께 한다.
그러나 배움을 지속하다보면 두려움은 어느새 사라지고 즐겁고 행복해진다.
공부할 수 있다는 사실은 더없는 기쁨이고 친구와 함께 선생님의 지도를 받으며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 볼 수 있고,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관람하고, 박물관에 가서 옛것과 대면을 한다.
늘 혼자였던 내가 단체 생활의 규칙을 터득하고 나만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나와 같은 친구가 있으니 외롭지 않고 공부를 하니 젊어지는 것을 느낀다.
이 얼마나 멋지고 즐거운 인생 후반전인가!
9월은 문해의 달이다.
해마다 문해의 달을 맞이하여 문해교육기관 학습자들과 선생님들이 시화전, 골든벨, 각종 학습자들의 작품을 전시해 축하하고 응원하고 격려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올해도 12회 전주평생학습한마당 축제가 국립무형유산원에서 3일 동안 펼쳐졌다. 학습자들의 작품 "어르신, 나의 삶을 쓰다"가 전시 된 전시회장을 둘러보는데 새삼 우리 학습자들의 성장하는 모습이 감격스럽고, 학습하던 모습이 떠올라 눈가가 촉촉해졌다.
성인문해란 늦게 피고 더디게 피어서 더욱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