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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별별학습노오오오오력 하는 공부 말고, 배움의 기쁨을 찾는 공부
관리자2017-11-22조회 6225
'별별학습'이란 평생학습의 새로운 학습 내용과 경향(공간, 사람, 정책 등)을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노오오오오력 하는 공부 말고, 배움의 기쁨을 찾는 공부

- 2017 전주시평생학습포럼에 함께하며 -



'○○야, 공부해라', '나 오늘 공부해야 돼ㅜㅜ'
이 문장을 보고 어떤 느낌이 드나요?
그렇지 않은 분도 있겠지만, 대다수 한국 사람들은 참 넌더리가 난다고 느낄 것입니다. 물론 저도 그렇고요. 우리는 정말, 공부라는 말을 너무나도 지겹도록 듣고 또 말해왔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이 글 역시 굉장히 지루하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오늘 함께 나눌 이야기는 공부가 그동안 왜 지겨웠는지, 그리고 '그 지겨웠던 공부'와는 같은 듯 다른 공부 이야기를 할 거니까요.

평생학습의 영역에서, 그리고 시민교육 차원에서 공부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차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끊임없이 배우고 학습하는, 쉽게 말해 공부하는 시민들을 위한 영역이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데요. 그런데 우리는, 앞서 말했듯이 공부가 정말 지겹습니다.
학교 다닐 때도 지겨웠던 이 공부를, 졸업해서도 또 하란 말야?! 하는 반발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우리는 이 지면을 통해 즐겁게 공부하는, 배움의 기쁨을 느끼는 것에 대해 함께 나눠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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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8일 수요일. 전주시평생학습관에서는 '배움의 기쁨과 공부'를 주제로 전주평생학습포럼이 열렸습니다. 평생학습에 관심 있는, 그리고 배움과 공부에 관심이 있는 시민들과 함께 했습니다. 포럼의 시작은 엄기호 문화사회학자의 주제 강연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배움의 기쁨과 공부
사회학과 인류학적 관점에서 교육과 공부를 바라보고 있다는 엄기호님의 강연은 공부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주었습니다. 왜 공부가 지겨웠는지, 그리고 그 지겨웠던 공부를 통해 어떻게 기쁨을 느낄 것인지 깨달은 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공부를 지겨워했던 이유, 그리고 현재 아이들이 공부를 기피하는 이유는 '공부'라는 말을 너무나도 많이 들어서라기보단 그것이 '노동'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엄기호님은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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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과'를 내는 것인데요.
아이들은 좋은 등급, 좋은 점수라는 '성과'를 내야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부는 노동과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 미친 듯이, 그리고 무리해서라도 노력, 속칭 노오오오오력을 해야하니까요. 이렇게 성과를 내기 위해서 공부와 배움을 하면 기쁠 수 없습니다. 재미도 없겠죠. 그리고 원하는 성과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우울과, 슬픔, 그리고 자괴감만 남아있을 뿐이죠.
그렇다면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요?
진정한 공부의 목적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엄기호님은 진정한 공부의 목적을 '내가 성장하는 것'에 두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내가 가진 것의 한계를 알아가는 과정을 거쳐, 그 한계를 깨닫고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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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무한한 존재가 아닙니다. 흔히들 '너에게는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이 있어! 힘을 내!'라는 말을 하곤 하는데요. 이 말은 달리 말하자면, '너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데 왜 성과를 못 내?'라며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한 이에게 커다란 질책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나의 '유한함'을 깨달아가는 과정.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배우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동시에, 한계를 알고 이를 잘 다루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나에게 주어진 것을 잘 다룰 수 있도록 익히고, 이를 선용하는 것.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성장'할 수 있습니다.
배움의 기쁨, 공부의 기쁨은 그러한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습니다.

'나는 무엇을 잘 하고 싶은가?', '나는 그 것을 잘 다룰 수 있는가?' 나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이러한 물음과 자아 성찰을 통해 나는 그 무엇인가를 발견할 것이고, 그것을 잘 다루고 싶은 욕구를 통해 익히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렇게 익히고 또 익히다보면 그 것을 능수능란하게 다루게 되고요. 이러한 성장, 그리고 그 것을 자유롭게 다룬다는 지점에서 기쁨을 느낍니다. 지속적으로 익히다보면 나만의 스타일도 찾을 수 있고, 이 때 비로소 남이 아닌 '나'답게 살아가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 아이들은 '공부'에 관한 흥미를 잃어버렸습니다. 아이들의 꿈은 '내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닌, '성공하는 것(=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 그리고 내가 성장하며 얻은 나만의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을 주변에서 찾을 수 있다면, 아이들도 공부의 기쁨과 그 즐거움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엄기호님은 평생학습이 해야 할 큰 과제를 안겨주고 강연을 마무리하였습니다.

공부가 일상이 되기까지!
주제강연이 끝나고 우리는 일상 속에서 공부를 일구고 있는 공동체의 사례를 들어볼 수 있었는데요. 지역인문생태 프로그램에서 출발한 청주의 '해성인문네트워크'가 바로 그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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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해인네, 또는 이상한 데라고 불려지는 청주의 '해성인문네트워크'는 청주역사문화학교 개설 이후 역사교육공동체를 설립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공부+일=자립' 이란 모토로 함께 모여 밥 먹고 공부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는데요. 현재 청주 시내를 누비며 고전 낭송 미션을 완수하는 '길 위의 인문학'과 고전을 함께 공부하는 세미나를 운영하며 공부를 일상으로 끌어들였습니다. 넘어지고 깨지면서, 배우고 실험하는 공동체를 자청하는 해인네는 크게 네 가지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글쓰기와 책 읽기, 그리고 고전 원문 읽기를 하는 자체 세미나를 통해 '함께 하는 공부'를 하고 있고요. 두 번째로는 공부 방법, 공동체 윤리 등 모르는 것은 배운다는 일념으로 '타 공동체와 네트워크'를 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지역 도서관의 재원을 활용하거나 직접 자원이 되고 있다는데요. '공부를 흐르게 하는 자원 및 재원 활용'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함께 공부해서 함께 일을 버는 '공부와 일의 순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어린이 낭송을 함께 공부해서 함께 일을 벌고요. 인문학 강의나 북 멘토 되기 등도 이와 같은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해인네의 사례발표는 평생학습을 체득하고 있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생각되는데요. 공부를 노동으로 보지 않고 함께 성장하고 지성을 연마하는 것으로 여김으로써 진정한 배움의 기쁨을 나누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이를 통해 청주 내에서 공부와 배움이 흐를 수 있도록 직접 자원이 되고 있다 하니, 더할나위 없는 기쁨을 함께 나누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책으로만 하는 것만이 공부는 아니다
이어서 '배움의 기쁨과 공부'의 주제발표가 진행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청년주거실험공동체 '우동사' 이야기가 진행되었습니다. '우동사'를 보고 뜨끈한 국물과 쫄깃한 면발을 떠올리실 분이 계실텐데요. 아쉽지만..? 아닙니다. '우동사'는 '우리 동네 사람들'의 줄임말이라고 합니다. 청년들이 집을 공유하면서 같이 살고 있는 공동체. 좋아하는 것도 모르고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이들이 '함께 살면서 고민 해보자'는 취지로 뭉쳤다고 합니다.
귀촌을 계획안 이들이 시작하여 협동조합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우동사'는 공동주거 워크숍을 통해 구성하였습니다. 시작은 6명이 함께였으나, 현재는 35명의 친구들이 공동주택을 꾸려서 함께 지내고 있다 합니다. 이들은 일하는 시간을 줄여서 '공부를 함께' 하고 있는데요. 어떻게 하면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쯤이면 의문이 듭니다. 굳이, 왜, 불편한데 같은 집에서 함께 살며 공부를 하는 것일까요?
주제발표를 듣다 보니 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간단한 이유로는 함께 살아보니 생활비는 줄고 삶의 만족감과 안정감이 크다는 것과 조금 더 복잡한 이유로는 함께 살면서 '불안과 결핍'을 줄여나가는 것. 각자가 아니라 '함께 자립'함으로써 얻는 것이 더 크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렇게 함께 사는 우동사는 함께 사는데 가장 중요하고 꼭 필요한 '소통' 연습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친했던 친구들인데 왜 일상생활을 함께 하다보면 미워하게 되는 것일까?'가 공부의 화두가 되고 있다는데요. 함께 사는데 꼭 필요한 '듣기와 말하기의 예술-대화'의 중요성을 깨닫고 함께 배우고 있다 합니다.
더불어 갈등을 해소하며 사이좋게 지내기 위해 배움을 나누고 있는데요. 죽음은 무엇인가, 자유란 무엇인가 등 여러 가지 주제를 가지고 서로 살펴보고, 속 마음을 꺼내보는 워크숍을 통해 새로운 감각,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연마하고 있습니다.
'내 이야기를 정성껏 말하고, 귀를 열어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함께 잘 살기 위한 공부', 그것이 우동사 김진선님이 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공부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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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수원시평생학습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백현주님은 수원시평생학습관의 고민에 관해 털어놓았습니다. 2011년 개관하여 평생학습 우수 사례로 많이 꼽히는 수원시평생학습관은 '시민교육'이란 풀리지 않는 어려운 문제를 다뤘는데요. '사람들은 왜 공부하지 않을까?'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직업훈련과 같은 교육은 꾸준히 시행되고 있으나, 그 외에 자신을 위한 교육·배움을 하고 있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시간이 없다'고 합니다. 저녁 늦게까지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집에서 TV를 보거나 놀러 가는 것에 더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학습의 빈익빈 부익부가 크다'는 것입니다. 기존에 평생학습을 경험한 이들의 재참여율은 높으나, '학습 경험이 없는 사람'은 경험이 없는 채로 지냅니다. 학습의 경험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격차가 크다는 것입니다. 마지막 이유는 '학습 소비에만 익숙하다'는 것입니다. 인터넷 강의, 또는 학원 강의를 듣는 것에만 익숙해서 자신을 돌아보고 자발적으로 학습하는 것은 어색하다 여긴다는 것입니다.
'학습은 재미있는 것', 그리고 '당신에게 필요한 것' 이라 설득한다면 좀 더 배움에 흥미를 가질 이들이 많을텐데요. 그러나 이는 쉽지 않습니다. 평생학습에 관한 인식이 국가적으로, 그리고 대중적으로 낮은 단계이며 '학교와 공부' 이런 느낌이 들기에 어렵고 지긋지긋하다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죠. 이러한 인식을 바꿔보기 위해서 수원시평생학습관은 다양한 시각적인 자극을 주기 위해 길놀이를 통해 학습관을 홍보하거나, 경험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만남과 사건, 그리고 계기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답니다. 또한 수동적인 학습 소비에만 그치지 않고 자기주도적학습이 나올 수 있게, 실천공동체가 나올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답니다.
수원시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전주시도 평생학습관을 찾는 이들이 더욱 많아지도록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시도를 지속적으로 해보아야겠다는, 조금 무거우면서도 다부진 마음이 생기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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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광주 '청소년플랫폼 마당집'의 하정호님의 발표를 들으며 '놀이를 통한 성장'에 관해 짚어볼 수 있었습니다. 재개발구역 안에 빈 집을 구하고, 담장을 허물며 아이들의 놀이터를 만들면서 시작한 청소년플랫폼 마당집의 이야기는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 마당집에는 아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지지 않았지만, 몇몇 아이들이 들어와 놀고 간 뒤로는 현관이 동네 아이들 신발로 꽉 찼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마당집은 아이들의 놀이공간으로 자리매김해 갔다고 합니다. 처음 마당집은 아이들이 놀다 지치면 들어와 책을 읽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여겼으나, 아이들은 마냥 놀뿐 책은 펼치지도 않았다고 하는데요. 학교와 지역아동센터, 학원에 가는 사이에 잠깐 들른 아이들이기에 마당집에서까지 공부할 이유가 없었던 것입니다. 이미 여러 곳에서 많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이들. 정작 스스로 뭘 할 수 있는 시간은 없어져버리는데요. 그래서 마당집은 되도록 그러한 프로그램은 진행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마냥 놀면 아이들이 성장할까요? 하정호님은 있는 그대로 자신이 되기 위해서는 휴식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휴식하고 나서 자신을 되찾고 나면 또 다시 뭔가를 하고 싶어지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아이들은 성장의 징검다리를 건널 수 있겠지요. 마당집에서는 성장하기 위해서 놀이이면서 세상과 마을에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를 하면서 성장의 발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무너진 돌담을 고쳐보거나, 쓰레기를 치워보거나 하면서 말이죠. 아이들이 이러한 놀이를 통해서 배우고, 일을 통해 삶을 배울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고민 하고 실천하는 것이 마당집의 역할이라고 말합니다.

세 가지 주제 발표를 통해 다양한 지역에서 배움의 기쁨을 느끼기 위해, 그리고 재미 없다고 여기는 공부를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으로 만들기 위해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삶을 살피고 성찰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 주는, 배움. 그리고 공부. 이제 우리는 공부(工夫)가 아닌 공부(共扶)를 통해 더불어 성장을 도모하고 그러한 과정 속에서 기쁨을 찾으며 나를 성장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글·사진/양새롬(전주시평생학습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