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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별별학습선비의 책가도에 기대어 느긋하게 여유를 즐겨볼까
관리자2018-01-23조회 3650
'별별학습'이란 평생학습의 새로운 학습 내용과 경향(공간, 사람, 정책 등)을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선비의 책가도에 기대어 느긋하게 여유를 즐겨볼까

- 국립무형유산원 라키비움 '책마루'에 가다 -



전주 한옥마을에서 인도교(오목교)를 건너면 굳건한 공간이 우리를 반긴다. 전주천변의 맑은 소리와 치명자산의 푸르름이 어우러진 곳. 그곳에는 우리의 무형문화를 알리기 위해, 방문하는 많은 이들이 다양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그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국립무형유산원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이 가는 곳은 국립무형유산원의 '책마루'이다. 국립무형유산원 내부에서 가장 멋진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국립무형유산원 대부분의 곳이 세련되고 멋진 이미지를 풍기지만), 전통의 아름다움과 현대의 멋스러움이 물들어 가고 있는, 책마루가 활짝 열린다.

전통과 현대의 운명적인 만남, 책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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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에 책이 쌓여 있다는 뜻으로 지은 '책마루'는 국립무형유산원 누리마루 3층에 자리하고 있다. 책마루 입구에는 마치 고서를 펼친 듯한 정갈한 현판이 우리를 반긴다. 아래아한글로 쓰인 현판의 문체는 전통의 멋이 고스란히 담겨있는데, '완판본 열녀춘향수절가'에서 집재하여 김각한 각자장이 직접 새겼다고 한다.

* 아! 그래?
각자장(刻字匠) : 나무판에 글자나 그림을 새기는 장인. 중요무형문화재 제106호.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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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루의 문을 열면 좌우로 펼쳐진 책장과 장테이블이 눈에 띈다. 책마루의 양 날개인 책장은 '시간의 터널'에 책이 쌓여 있음을 형상화한 것이다.
사선으로 배치된 책꽂이에는 국립무형유산원의 특별한 도서들이 진열되어 있는데, 이 도서들에는 국립무형유산원의 정체성이 담겨 있다고 한다. 책마루 가운데의 획을 긋고 있는 장테이블은 소목장 이수자가 먹감나무로 짠 것으로 '지식의 강'을 형상화하였다. 테이블 위에 놓인 자갈이 '지식의 강'이란 느낌을 강하게 주고 있는데, 평면에서 책을 보는 것보다 자갈 위에 책을 올려 독서를 하게 함으로써 눈의 피로도를 낮출 수 있도록 하는 배려다.

다소 익숙지 않지만 자주 보이는 합성어, '라키비움(Larchiveum)'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곳도 바로 책마루이다. 라키비움이란 도서관, 기록관, 박물관의 합성어로 세 가지 기능을 복합적으로 해내는 곳을 말한다.
책마루는 국립무형유산원의 공간인만큼 공예, 예술 등 다양한 무형문화재 관련 도서는 물론 일반 이용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도서 등 약 5,000여 권의 장서를 보유하여 '도서관'의 모습을 보인다. 책장에는 책과 함께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무형문화재 기증품, 국립무형유산원에서 개최하는 전승공예대전의 수상자 작품 등을 진열하여 '박물관'의 형태도 띠고 있다. 이와 더불어 문화재청 또는 국립무형유산원에서 발간한 자료를 소장하여 제공하는 '기록관'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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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함께 휴식을 쌓는, 책마루
책마루 전체는 조선시대 선비의 인테리어라고 할 수 있는 '책가도(冊架圖)'를 컨셉으로 꾸며진 공간이다. 선비들이 책과 함께 화병, 붓 등 애장품을 같이 보관했던 그 책장이 책마루의 전체 이미지가 되었다. 공간 구성 하나 하나 의미를 담고 있음에 책마루가 더욱 특별하게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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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그래?
책가도(冊架圖) : 책거리 또는 문방도, 서가도 등의 여러 가지 명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높게 쌓아놓은 책더미와 서재의 여러 가지 일상용품을 적절히 배치한 정물화풍의 그림으로, 전통 장식화 및 민화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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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루는 책과 함께 휴식을 즐기고 갈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다. 깊숙이 앉을 수 있는 폭신한 의자와 책마루를 감싸고 있는 큰 창들이 햇살을 가득 머금고 있다. 취재하면서 가구가 참 눈에 띄었는데, 보통의 도서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디자인의 저마다 다른 느낌의 가구들이 눈길을 끌었다. 좀 더 안락한 공간에서 책도 읽고 편히 쉬다 가라는 배려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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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 문화'가 솔직히 쉽게 다가오진 않잖아요. 그러나, 지역에 기반을 둔 문화시설인 만큼 지역민과 어우러질 수 있는, 그리고 지역 친화적인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책마루가 국립무형유산원 본연의 업무, 즉 '잊혀져 가는 우리 문화를 알리는 공간'이 되면 더욱 좋겠고요. 편하게, 아무 때나 오셔서 쉬었다 가는 공간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 국립무형유산원 관계자 인터뷰 中 -


전통문화의 도시 전주에서 개원하여, 무형문화의 아름다움과 멋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쳐오던 국립무형유산원. 오는 31일, 책마루를 개관하며 라키비움으로써, 그리고 지역의 문화 공간으로써 어떤 행보를 보일지 기대해 본다.

국립무형유산원 라키비움 책마루 (http://library.nihc.go.kr)
1월 31일 개관을 앞두고 있습니다. 현재는 도서검색/대출 관련 메뉴도 이용할 수 있다 하오니 방문하셔서 여유를 즐겨보시는건 어떨까요?


글·사진/양새롬(전주시평생학습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