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흔히 예술이라고 하면 감상문을 쓰기 위해 방문했던 전시회들을 떠올린다. 언제나 사람들이 가득 찬 공간에서 우리는 한 작품 한 작품에 집중하지 못하고 눈으로 훑고 스쳐 지나간다. 그곳에서 우리는 그 작품이 우리네 인생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가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런 현대 예술의 형태에 질문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이 모여 예술을 접하는 자세에 대해 실험을 하는 공간이 있다.
한옥마을 외곽에 낡은 가옥이 있다. 문이나 창문은 근래에 유행하는 예쁘장한 카페식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이곳이 어떤 곳인지 나타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인지 한옥마을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궁금한 눈으로 바라본다. 관광지가 된 한옥마을에서 일반 주택처럼 보이기도 하고, 카페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곳이 바로 여러 명의 예술가가 모여 사용하는 공동사용공간, Plan.C(플랜 씨)다.
이 공간의 시작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정문성 씨는 본래 시각디자인을 직업으로 삼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2007년에 간판 정비 사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개인사업보다 공공사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2009년에 ‘새싹엽서’라는 발명품을 들고 한옥마을에 발을 들이게 된다. 시각적인 것을 다루다 보니 미디어 아트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문화와 기술을 접목한 분야로 다양한 장르를 융합할 가능성과 관객들과의 소통을 매력적이라고 여겨 빠져들어, 전주에서 미디어아트 캠프를 진행했다. 그러다 한옥마을의 관광지화에 한옥마을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곳이 이곳, 플랜 씨다.
플랜 씨는 ‘C급’이라는 의미로,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해보는 의미라고 한다. 그렇다고 ‘B급’의 대안이라는 의미는 아니라고 했다. 이 장소는 ‘C급’이라는 새로운 방향을, 다양한 관점과 방법으로 실험하는 공간이다.
정문성 씨는 플랜 씨를 사용자 공유 공간이라고 이야기한다. 1년에 1회 이상 콘텐츠를 기획하여 전시하고, 어떤 방법으로든 유료화라는 것을 실험해보고, 관이나 기업에서 지원받지 않는 것을 전제로 플랜 씨의 사용자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사람이 살던 주택으로서의 삶을 마치고 전시공간이 된 플랜 씨의 두 번째 삶의 방향을 같이 생각하고 이 장소에 애정을 갖고 꾸준히 자신의 세계를 넓혀가며 다른 분야의 예술가들과 느슨하지만 서로 자극을 줄 수 있는 관계를 유지하는 예술가들을 위한 공간이라고도 설명했다.
그는 기존 예술 관람의 방식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었다.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예술 관련 전시는 최대한 많은 사람이 관람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방법이 과연 그 예술작품을 깊이 감상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은 방법일까 하는 생각이 커졌다. 또한, 기존의 공공 기관과 기업의 예술 지원 사업에도 회의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그 사업이 예술가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최대한 외부의 간섭 없이 창작자가 본인의 상상력을 살려, 콘텐츠를 기획할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한다고 한다. 그리고 기회가 없으면 서로 쉽게 접하지 못하는, 다른 분야의 창작자들과 접해 자신의 세계를 넓힐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그가 플랜 씨를 시작한 이유 중의 하나다.
플랜 씨는 사용자들이 1년에 1회 이상 콘텐츠를 전시하는 공간인데, 기획 시에 자신의 기획에 다른 사용자들의 의견을 듣고 함께 고민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현재 플랜 씨에서는 한국화가 고형숙 씨가 이제까지 모은 미술 관련 서적들을 읽을 수 있는 공간, 미미책방을 열고 있다. 단순히 책을 읽을 수 있게 진열해 놓은 공간을, 다른 사용자들이 다양한 가구를 각자 가져와 가구전도 함께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한, 유료화라는 과제에 한 시간에 천원이라는 방식을 제안했다.
예술은 인간이 삶과 세상에 대해 질문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우리는 예술이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바쁜 일상에 밀려 깊게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그 때문에 우리는 납작한 평면적 사고를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평면적 사고의 세계에 갇혀 있다. 세상은 굴곡져 있고 다양한 면이 결합하여 복잡하다. 특히 앞으로의 삶은 정보화시대 이전의 삶보다 더욱 복잡하고 다양해질 것이다. 세상이 흘러가는 방식에 질문을 던지고 다른 방향으로 바꿀 수 없는지 실험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 있다. 가끔은 고정된 일상에서 벗어나 그곳을 방문하여,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글/김효선(시민학습기자)
사진/양새롬(전주시평생학습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