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작가회의 주최 2018 전북초중고 백일장 열려 -
개굴개굴, 아침부터 비가 내렸어요. 날도 추워졌지요. 4월인데, 4월도 한참은 깊어 있는데, 봄꽃이 다 가버릴까봐 조마조마했어요. 무엇보다 4월 14일, 토요일에는 전북작가회의에서 주최하는 전북 초중고 백일장대회가 있는 날이거든요.
아이들은 저 비 맞고 어찌 오나, 추운데 손은 안 곱으려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답니다. 빗소리도 개굴개굴, 제 속도 개굴개굴. 도무지 시끄러워 견딜 수 없었어요.
그런데 어찌된 일일까요? 다과며, 오후에 있을 문학토크쇼며, 원고지 준비를 하는 사이 하나둘 아이들이 몰려오더군요. '맛있는 밥글'을 먹으러 오는 아이들이에요. 전북의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고등학생 아이들이 비보다 먼저 다가와 원고지를 받아가더군요. 부모님과 함께 오는 아이도 있고, 선생님과 함께 오는 아이, 저 혼자 오는 아이 등. 무주나 진안, 김제, 부안처럼 멀찌기 떨어져 있는 지역의 아이들도 와서 개굴개굴 하더군요. 어찌나 귀엽고 예쁘던지요.
비 때문에 최명희문학관 마당에서 비시동락실 안으로 자리를 옮겼죠. 그런데 금세 자리가 다 차버렸답니다. 앉을 자리도 없이 빽빽해서 급한대로 일부는 부근의 성심여고로 보내어 진행해야 할 정도였어요. 그 때도 여전히 개굴개굴 개굴개굴 비는 내리고 있었는데요.
"저 아이들 몰입해서 글 쓰는 것 좀 보세요. 저 아이들이야말로 진짜 문학인이네요."
전북작가회의 김종필 회장님께서 말씀하셨죠. 작가회의 회원들과 함께 이른 아침 나와 아이들을 손수 맞아들이시는데 글쎄, 피곤한 기색도 없네요. 아무래도 '쉬지 않고 흐르는 강물 같고, 저 잎 피고 새 울고 꽃 피는 산' 같은 아이들에게서 생기를 느끼시나봐요.
전라북도교육청에서 매년 후원을 받아 진행되는 전북 초중고 백일장대회이니만큼 김승환 교육감님도 오셨네요. 김유진 장학사님이며 해당부서 과장님까지 말이에요. 와우! 모두들 들으셨답니다. 우리 아이들이 '맛있는 밥글' 먹는 소리를요. 그 소리에 빗소리도 저만치 물러나 있어야 했지요.
오후 1시부터는 장은영, 박서진 아동문학가와 하미경 시인이 '초등학생들에게 들려주는 행복한 동화읽기' 문학토크쇼를 진행했답니다. 그리고 3시에는 '중ㆍ고등학생들이 꼭 알아야 할 문학 감성'이란 주제로 김정배, 김도수 시인, 김병용 소설가가 참여했구요. 유강희, 김형미 시인, 최기우 소설가는 '혼불 낭독회'도 했지요. 토크쇼와 낭독회는 최명희문학관 마당에서 진행되어 날이 추웠지요. 그래도 밥글 먹고 나온 아이들이 냠냠 쩝쩝 재미나게 주워섬기더라구요. 봄치고 참 거하게 내리는 빗줄기에 꽃들이 하르르 하르르 져버렸지만, 연두의 신비가 나무 끝마다 내비쳐지고 있던 무렵이랍니다.
참 많은 사람들이 물어보았어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코앞이라 문학에 대한 관심도가 희박해져 가는데 어떻게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오게 되었냐구요. 그리고 주어진 시제를 놓고 참 진지하게 밥글을 먹을 수 있느냐고요.
그래요. 다들 궁금하실 거예요. 검정콩밥도 아니고, 밥글을 먹다니요. 하지만 잘 한 번 들어보세요. '새롭고, 신비롭고, 감동적'인 세상을 품고 사는 우리 아이들의 숨소리를요. 밥글 속에는 말이지요. '느끼고 스며들어서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엄청난 힘이 들어 있거든요. 맞아요, 바로 '감동'이에요. 밥글 속에는 정성으로 지어지는 감동이 들어 있어요.
나에게서 네게로 건너가는 마음의 문도 있지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그것을 아는 거예요. 아이들이 바로 자연이거든요. 얼마나 광활하고, 크고, 넓은지 가늠할 수 없답니다.
시제가 무엇이었느냐구요? 초등부는 '대통령', '웃음'. 중고등부는 '문'과 '흙'.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시를 쓰든 줄글을 쓰든 맛있게만 먹으면 되지요.
꼬박 저녁 6시까지 쉴 틈 없이 아이들이 몰려들었는데요. 다 세어보니 총 560여 명 정도나 되네요. 그 때도 비는 개굴개굴 개굴개굴.
시상금이 전라북도교육감상부터 한국작가회의 전북지회 회장상까지 무려 612만 원이나 걸려 있는 큰 행사인데요. 총 60명에게 주어지지요. 멀리서 찾아와 맛있는 밥글 먹고 간 아이들 모두에게 주고 싶지만, 그래도 심사는 해야겠지요? 안 그러면 심사위원들 속내도 내내 개굴개굴 할 거거든요.
글·사진/김형미(시인, 전북작가회의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