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파출소 덕진, 그 후 일년 -
인간이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문화가 필요하다. 계속해서 생각하고 배우고 삶을 바꿔나갈 힘. 인간은 이것을 동력으로 역사를 발전시켜왔다. 다른 어떤 능력보다 눈 깜박할 사이에 변하는 환경을 살펴 자신이 있을 자리를 만들어나가는 능력을 필요로 하는 지금, 어떤 시대보다도 문화 속에 축적된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사고방식을 접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풍족한 현대 사회에서도 사회의 변두리에 있는 사람들은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에 접할 기회가 적을뿐더러, 그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눈에 쉽게 띄면서 사람들이 필요할 때마다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곳은 어디 없을까?
2004년부터 효율적인 편성을 위해 서너 곳의 파출소가 하나의 지구대로 통합되면서, 동네 곳곳에 있던 파출소 중 여럿은 주간만 민원 위주로 이용되는 치안센터로 바뀐다. 그곳들은 점점 사람들이 오가는 수가 줄어들면서 유휴 공간이 되었다. 이러한 유휴 공간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던 중, 문체부와 경찰청이 기존 치안센터의 기능에서 지역을 기반으로 한 문화예술센터로의 기능을 추가, 확장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그래서 '문화파출소'가 탄생하게 되었다. 전주에도 문화파출소가 있다. 바로 '문화파출소 덕진'이다.
문화파출소 덕진은 개소한 지 이제 1년이 되었다. 작년에 개소했을 무렵, 문화파출소의 담당자는 파출소가 특정 이유가 없다면 발들이기 힘든 장소이며 딱딱하고 어려운 분위기임을 고려하여, 주민들이 쉽게 넘을 수 있도록 문턱을 낮게 하면서 지역의 사랑방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인사를 남겼다.
그 후 1년이 지났다. 그동안 문화파출소 덕진은 어떻게 발전했을까? 1년을 맞이해 그 변화가 궁금해져, 찾아가보게 되었다.
문화파출소 덕진은 큰 도로에 면해 있다. 그러나 건물 자체는 도로에서 열 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어 눈에 잘 띄지 않았다. 길을 지나다니며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쉽게 찾긴 어려워 보였다. 그래도 많은 홍보 결과 여러 주민 분들이 이용해주셨다고 한다.
지난 1년 동안 37개의 알찬 프로그램을 통해 1800명이 넘는 주민들이 문화파출소를 이용했다고 한다. 주민들의 평은 모두 호평이었다고. 이런 문화 프로그램 측면뿐만 아니라 치안센터도 충실하게 기능했는데, 주변의 외국인 유학생들이 우리나라에서 필요로 하는 치안이나 법적인 문제를 돕기 위해, 전북대학교 국제협력센터와 협력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지역 아동센터와의 협력으로 교통안전교실을 열기도 하고, 경찰들이 평소에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경찰직업교실을 열어 아동들이 경찰이라는 직업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도록 하였다. 더불어 기존의 경찰청에서 해왔던 예술치유프로그램도 계속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호응을 얻었고, 부족한 부분은 어떤 것인지 문화파출소 덕진의 선민정 문화보안관에게 질문해보았다.
지역의 문화사랑방이 되려면 먼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서 주민들의 수요를 고려하여 체험 프로그램부터 시작하였는데, 올해는 지역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주민 자율 프로그램을 더 확대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지난 1년 동안 기획했던 것과 많이 다른 일이 일어나기도 하고, 프로그램 대상자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드리지 못해 아쉬웠던 점들도 많았지만 앞으로 개선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문화파출소 덕진이 자리 잡은 금암동은 전주의 다른 동들에 비해, 문화 프로그램들을 정말 필요로 하는 분들이 세대별로 다양하게 존재하는 곳이라고 한다. 그분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문화파출소'라는 공간 밖으로 나가서 활동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한 공동체 네트워크의 형성ㆍ확대를 위한 세대ㆍ주민 개인 간의 소통 프로그램, 문화예술을 통한 치유프로그램의 구체화, 안전망 형성을 위한 문화방범대 등등의 활동을 예정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활동을 널리 알리고 지역에 뿌리 내려 문화파출소가 지역의 사랑방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많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우리가 문화ㆍ예술 환경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은 우리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노력한 결과이다. 이제 우리가 받은 것을 돌려줄 차례이다. 주위를 둘러보자. 누군가가 자신의 시간을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쓰고 싶지만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같은 질문에 같은 답으로 응답하는 것에 대해 답답해하고 있는 사람도 보일 것이다. 자신이 왜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과거의 우리들이다.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장소를 쉽게 찾아 해볼 수 있는 경험도 그들에겐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얻어야할지 몰라 계속해서 찾고 있던 그 무언가일 수도 있다.
글/김효선(시민학습기자)
사진/문화파출소 덕진
※ 문화파출소 덕진 / 전북 전주시 덕진구 기린대로 3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