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 시민 인문포럼에 함께하다 -
한 번쯤 생각해본 적은 없는가. 어째서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다른지 말이다.
가장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인간은 글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글자를 발명하여 기록을 할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은 인간이 자신, 혹은 자기가 속한 공동체의 역사를 남길 수 있게 되었다.
두 번째로 동물과 다르게 사람은 살아가면서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해서 계속해서 고민한다. 그리고 그 고민은 동물처럼 일차원적인 고민(단순히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먹고, 자고 배설하는 것)의 범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이로 인해 인간은 살아가면서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기록을 참고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 자신의 문제는 자신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인간이라면 언젠가 겪게 되는 문제라는 것도 말이다.
그리하여 우리가 인간이어서, 인간으로 살기 위해 인문학이 등장한다.
7월 11일에 열린 2018 전주 시민인문포럼에서는 시민인문학을 활성화하기 위해, 관과 민이 어떤 방식으로 협력해서 진행해야 하는가에 대한 주제로 토의가 진행되었다.
전북사회과학연마소의 마에스터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환희 씨는 시민인문학 활성화 방안으로 동네의 작은 책방들을 지역 인문학 거점으로 삼는 것을 제시했다.
그는 헤겔이 인간은 그 자체로 인간이 아니며,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사회와의 투쟁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바탕으로 인간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인 인문학이 지역에 자리 잡으려면 인위적으로 인문학적 거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보통 어떤 거점을 만들 때는 관이 그 역할을 맡는다. 그러나 관이 주도할 경우 여러 면에 있어서 진입장벽이 높아 새로운 회원의 유입이 어렵다. 그렇다고 개인이 자발적으로 그 역할을 맡는 경우엔 회원을 모집하고 유지하기에 드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따라서 그는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적고, 시장의 논리보다 지역의 문화공간이 되고자 함을 중시하는 동네 독립서점을 인문학적 거점으로 추천한다. 그들을 중심으로 지역인문학 플랫폼을 만들고 더 나아가 지역인문학회를 설립하여 민과 관이 협력하여 지역인문학을 활성화시키는 방안을 제시했다.
위의 내용을 바탕으로 인문공간 파사주의 성기석 대표와 박은정 인문활동가, 문탁네트워크의 채신자 씨, 전주 교육청의 류정아 장학사, 전주교대의 천호성 교수, 책방놀지의 양귀영 대표가 토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성기석 대표는 인문학이란 읽고 말하고 쓰는 것으로 나와 타인, 나와 사회, 나와 세계의 관계를 생각하며 또 다른 삶의 가능성을 도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독립서점을 인문학적 거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발제에, 우선 관이 지역인문학적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토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류정아 장학사는 지역인문학활성을 위한 인문매개자 양성과 인문학회를 통한 마을교육공동체에 대해서 교사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교사는 훌륭한 지역 인문학 자원이 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지역 교사들이 자기 지역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교사들이 자기 지역을 매개로 한 교육과정을 운영할 때 학생들의 시민의식 형성과 발달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지역인문학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천호성 교수는 지역인문학 거점 확보와 인문매개자의 확보 및 양성, 그리고 네트워크와 플랫폼 구축도 중요하지만 지역인문학을 지속시킬 수 있는 컨텐츠 발굴과 확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활동에서 대학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논의해보겠다고 했다.
박은정 인문활동가는 인문매개자와 인문활동에 대한 근본적인 의미규정과 더불어 인문매개자의 역량 강화 방안에 대해 이야기했다. 인문매개자란 인문학에 관련된 활동을 매개하고 진흥하고 확산하는 사람이며, 인문 활동은 단순히 인문학과 관련된 강의 세미나뿐만 아니라 인간의 활동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으로 규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결국 인문매개자의 역량에 따라 좌우되는데, 인문매개자의 활동은 지역 인문학의 기반 조성과 연관되므로 그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연단위의 지속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귀영 대표는 지역인문학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해 전주에서 진행되는 각종 인문학 관련 내용을 게시할 단일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발제에서 지역인문학의 거점으로 추천된 소규모 독립서점만으로는 힘들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인문매개자 관련해서 독립서점에서는 실제 운영인력과 기획자의 부재로 인해, 현실적으로 인문학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인문매개자가 지역 독립서점에서 진행할 수 있는 인문학 프로그램 기획/운영에 참여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했다.
채신자 씨는 계속해서 인문학에 대해 논의되어 왔지만 굳이 지금 다시 인문학 네트워크가 논의되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문학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길 바랐지만, 그동안 인문학은 돋보이기 위한 액세서리처럼 소비되어 왔다. 따라서 본래의 인문학이 나아갈 방향을 되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참석자들의 논의가 끝나자 포럼의 주최측인 평생학습관장의 말이 이어졌다. 평생학습 관련하여 여러 네트워크 구축을 시도해 본 경험이 있어서 그 어려움에 대한 동감의 말과 더불어 앞으로도 지역인문학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이었다.
마지막 순서는 독서 세미나에 참여한 시민들의 독후감을 선별하여 발표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토의를 주도한 이선 좌장은 책은 함께 읽고 의견을 나누며 자신의 말로 풀이하여 내면화하는, 자기화 과정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인문학은 말 그대로 인간에 대한 학문이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고도의 지능을 가지고 도구를 사용하며 글자를 만들어 공동체의 풍속, 관습, 규칙 등을 기록해 전해왔다. 그것으로 인간이란 무엇인지 정의할 수 있는 정신적인 토대를 만들었다. 그것을 바탕으로 하여 선조들은 '인간이 왜 인간이 되어야하는가'와 '인간이 어떻게 인간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대답하려 노력해왔다.
그와 반대로 전후 우리나라는 시시각각 변해가는 세계를 따라잡기 위해, 안타깝게도 우선 결과가 드러나는 물질적인 것을 기준으로 발전해왔다. 결과적으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해서 고민하기보다 겉으로 보이는 것에 큰 가치를 두게 되었다.
그러나 이제까지 소비재로 인문학을 사용해 온 것과 달리, 본디 인문학을 배우는 의미는 더욱 인간답게 살아가고자 함에 있다.
우리는 지금 다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서 있다. 이런 시대에서말로 인간이 무엇인지 스스로 자문해보는 기회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언제나 중요한 것은 변하지 않는 무언가다. 그것은 역시 물질적인 것보다도 인간의 정신에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더 깊이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알아야 한다.
글/김효선(시민학습기자)
사진/전주시평생학습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