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평생학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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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배우는 즐거움이 있는 곳, 전주시평생학습관
관리자2021-11-26조회 1472
'현장스케치'는 평생학습 현장의 일을 사진과 글로 생생하게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배우는 즐거움이 있는 곳, 전주시평생학습관


곽주아


 일상은 떠남과 돌아옴의 연속이다. 아침마다 집을 나선다. 집을 떠나야 만날 수 있다. 거리의 나무들, 스치는 인파, 동료, 친구, 사고, 혼란, 과제, 갈등...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집을 떠나 다시 돌아오는 그 사이 만남이 있다.


 화요일은 반복되었던 일상의 풍경이 바뀌는 시간이다. 서둘러 간단한 저녁을 먹고 집을 떠난다. 배움을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금 다른 내가 되어 돌아온다. 전주시 평생학습관, 유쾌한 인문학은 배움의 장이다. 배우기 위해 모인 사람들과 호흡하는 시간이 참 좋다. 


 2021년도 작년에 이어 현대 인문학을 산책하였다. 1탄은 공간과 건축, 도시 이야기였다. 이병기 선생님께서 가우디의 건축세계를 소개해 주었다. 가우디가 살았던 시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도시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건축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지 새롭게 알게 되었다. 가우디는 시대의 가치를 건축에 담은, 아름답고도 합리적인 예술가였다. 근대성을 겸비한 건축가로 이성과 감성의 조화를 이뤄낸 가우디의 건축 세계에 감탄하며 들었다. 살아있는 모든 것에 깃든 색채와 운동감을 건축물로 실현한 가우디에게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코로나로 조심스럽게 열린 유쾌한 인문학 강좌였다. 강사님은 특유의 밝은 에너지와 마이크까지 손수 준비하시는 섬세함을 보여주셨다. 말 그대로 유쾌한 6주였다.


 2탄은 한나아렌트와 근대의 악, 악의 급진성과 평범성에 대한 주제로 김만권 선생님께서 강의를 해 주셨다. 아렌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리고 아렌트가 마주한 근대의 문제들에 대해 공감하며 들었다. 인간이 다른 인간과 함께 만들어갈 공유 세계가 사라진 근대이다. 각자가 먹고사는 문제 앞에 분투하느라 공적 영역에는 무관심해졌다. 그렇게 인간들은 인간성을 상실해 간다. 전체주의 국가의 국민이 그렇게 잔인해질 수 있었던 이유, 지극히 평범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악이 살아가는 이유는 인간들이 사유의 힘을 상실했기 때문이라는 걸 다시 깨달았다. 

 인간은 고립되어 외롭게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다. 각자도생, 승자독식의 세상에서 살 수 없다. 나를 나 되게 만들어 주는 타자들과의 연결성, 서로 질문하고, 사유하는 인간들이 많아질 때 아주 평범하고, 사소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는 악을 분별하여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3탄은 동양미술사와 근현대미술이었다. 배옥영 선생님과 함께 원시에서 현대까지 미술 여행을 한 기분이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어 우리 토종 식물이라 여겼던 민들레가 사실은 8,90% 서양 민들레라고 한다. 미술 문화 역시 그랬다. 서양미술사, 화가에 대한 지식이 당연한 듯 우리 곁에 자리 잡았다. 그러나 정작 우리 그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동양 미술은 선 하나에도 수많은 의미를 담아낸다. 자연과 하나 되어 살아왔던 동양인의 문화가 고스란히 담긴 예술 작품을 보며 마음의 풍요를 느낀 시간이었다.


 마지막 4탄은 감정과 욕망, 이론 ‘이후’의 감정들에 대한 강좌였다. 민승기 선생님의 강의는 아직도 여운이 진하게 남아있다. 내가 내가 아닐 수 있는 가능성, 내가 아닐 때 비소로 내가 되는, 이미 죽었지만 여전히 살아 있는, 나도 아니고 타자도 아닌, 나이면서 타자인,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닌, 나타날 수 없는 것의 나타남, 내 안에 있는 바깥. 난해하고 모호한 것 같지만 깊고 심오한 강의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만짐, 애도, 친밀한 낯섦, 욕망과 사랑, 고통, 불안에 대한 정신분석학과 지젝(Zizek)의 철학에 근거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닫힌 의미의 세계에서 빈 공간이 있는, 열린 존재로 확장되는 시간이었다. a도 b도 아닌 나머지의 공간이 좋았다.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것의 존재가 주는 해방감이 있었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해했다. 


 해마다 주제를 정하고, 강사님을 섭외하고, 강의 내용을 구체화하는 준비 과정의 수고에 대해 생각한다. 앞에서, 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평생학습관 유쾌한 인문학 강연를 위해 애써주시는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유쾌한 인문학은 아이들도 어른과 동일한 주제로 그림책을 통해 인문학을 공부한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 준다. 전선영, 김정숙 선생님을 비롯하여 봉사해 준 청소년 선생님들 모두에게 특별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배움은 겸손함을 확인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나의 부족함과 무지를 알기에 배움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평생 기쁘게 공부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우리 곁에 전주시 평생학습관이 있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