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배움의 시작
흔히들 봄의 시작이라고 부르는 3월이 어느새 그 끝을 보이고, 4월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하지만 하늘은 아직 겨울을 놓아주기 힘든지 그 끝자락을 자꾸만 붙든다. 마치 지나 보낸 사람처럼, 사랑처럼 미련이 남았나 보다.
미련. 배움에도 그러한 면이 있다. 이를테면 과거에 배웠던 것을 다시 배워보고 싶다거나,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 그 전의 것을 놓아주어야 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은 상황 말이다.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었던 경험이 아닌가? 필자 또한 마찬가지이다. 제대로 배워보고 싶지만 당장 앞에 놓인 학습의 길을 위해 포기할 수밖에 없던 배움의 기회들이 많다. 그러다 한 프로그램을 전주시 평생학습관에서 만나게 되었다.
22일, 유쾌한 인문학이라는 이 프로그램의 개강식을 위해 관련한 모든 사람이 한자리에 모였다. 개강식에서는 평생학습에 종사하시는 멋진 분들의 말씀과 더불어 프로그램을 위해 6주간 힘써주실 강사분들과 인사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화요일 저녁 7시라는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맑은 하늘과 같은 미소를 보이는 아이들부터, 바쁘게 하루를 살아온 청년층, 그들의 삶 속에서 지혜를 얻었을 멋진 신사 숙녀분들까지 구성하는 연령대도 다양했다. 그 현장의 분위기를 통해 그들의 배움을 향한 그 열정과 의지, 열기를 느껴볼 수 있었다. 배움은 사람을 움직이게 하고, 무언가의 지식을 끝없이 갈구하게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끝없이 배움을 추구해야 할 것이고, 이것은 곧 평생교육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지 조심스레 개인적인 생각을 꺼내본다.
이 프로그램은 총 6주 동안 진행되며 인문학에 관심 있는 전주시민을 위한 프로그램과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중 필자는 감사하게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강의에 참여할 수 있었다.
혹여 ‘성인이 어린이 강의에 참여해서 얻을 게 무엇이 있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미안하지만 그 사람은 배움에 대해 넓은 시각을 가지지 못한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알다시피 어린이들의 시선은 확실히 어른들과 다르다. 필자는 어린이들과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그들이 어떤 시각으로 주제를 바라보는지 알 수 있었으며, 어느새 덩달아 강의에 몰입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잠깐 이를 소개하자면, 어린이 프로그램은 ‘생태 감정 느끼기’라는 주제로 전주시 평생학습관 301 학습실에서 이루어진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흔히들 생각하는 강의 형태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매시간 주제와 관련된 그림책을 읽고, 그에 관하여 각자의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진다. 그 후 그림책과 관련된 체험 활동을 진행하는데 이는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도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첫 번째 시간에는 「내가 지구를 사랑하는 방법」이라는 그림책과 함께 강의가 진행되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우리가 지구를 지키고 보살피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관한 물음에 답해준다. “나는 지구를 아끼고 보살피려 노력해. 왜냐고? 내가 하는 작은 일들이 지구에게는 엄청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아니까.” 귀여운 그림과 알록달록한 색채를 통해 주인공은 우리에게 지구를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에 대해 전한다. 작은 행동, 습관들로 지구를 지킬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단순히 행동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 그 행동이 지구에 어떤 이점을 가져다주는지를 이야기해준다. 책은 독자에게 그대들이 지구를 위해 실천하는 일들이 작게만 느껴질지 몰라도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해준다.
책을 읽고 난 후, 아이들과 책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가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에는 무엇이 있는지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이어진 체험 활동으로는 재활용 화분 만들기를 진행했는데, 흔히 카페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이용했다. 컵 겉면에는 각자가 상상하는 아름다운 지구의 풍경을 그려 자유롭게 꾸며보았는데, 아이들이 그린 환경들은 다 하나같이 예쁘고, 화사하며, 생기있었다. 이를 보며 지구를 구성하는 한 성인으로서 이 아이들이 살아갈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했다는 사실에 죄책감과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각자가 만든 컵에는 작은 철쭉나무가 심어졌는데, 우리는 그 옆에 작은 나무 푯말을 꽂았다. 그리고 그 푯말에는 각자가 지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적었다. 어떤 아이는 지구를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는 말을 해주기도 하고, 자신이 더 노력하겠다는 말을 적은 아이도 있었다. 필자도 반성하는 마음을 담아 한마디 적으며 우리의 지구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굳혔다.
첫 시간부터 굉장히 유익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앞으로 남은 5주의 강의가 어떻게 진행될지 그 기대감을 숨기기가 어려워졌다. 화요일이 이렇게도 기다려지기는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무엇인가를 배운다는 것은 사람을 이렇게도 설레게 할 수 있다. 학창시절, 학교에서 학습하는 것만 배움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번 인문학 프로그램과 같은 평생교육은 더 넓은, 더 다양한 분야의 배움을 제공한다.
아쉽게도 이번 6주간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접수 기간은 지났지만 유쾌한 인문학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제 1탄이 시작되었을 뿐 앞으로 3탄이나 더 남아있다. 인문학에 관심이 있는가? 또, 이를 유쾌하게 배우고 싶은가? 그렇다면 5월에 이루어질 유쾌한 인문학 2탄을 수강할 것을 추천한다. 배움을 향한 당신의 의지는 당신을 실망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
글쓴이 : 유현아(어린이인문학 교육봉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