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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섬진강’이라는 길에서 만나, 길이 되어 가는 사람들
관리자2022-05-25조회 1212
'현장스케치'는 평생학습 현장의 일을 사진과 글로 생생하게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섬진강’이라는 길에서 만나, 길이 되어 가는 사람들


‘길을 가는 사람만이 볼 수 있지
길을 가는 사람만이 닿을 수 있지
걸어가렴, 어느 날 그대 마음에 난 길 위로
그대 꿈꾸던 세상의 음악 울릴 테니’

백창우 시인의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 중 일부분이다.

걸음을 이끌어 보여주는 풍경과 그 풍경 속에 담겨지는 마음들, 그리고 상쾌한 도전과 땀방울이 건네는 보람이 고스란히 전달되며 우리 회원들 얼굴 하나하나가 길이 되어 다가온다.

우리는 ‘섬진강’이다. 섬진강의 인연으로 오늘까지 함께 했고, 섬진강의 이름으로 앞으로도 같이 할 것이다. 그렇게 서로에게 닿은 날들이 하루하루 쌓이고 있다. 그날들 속에는 얼마나 많은 걸음과 웃음과 땀방울들이 이야기로 담겼는지, 돌아보는 길마다 든든한 추억이 쌓여가고 있다.

우리의 첫 인연은 전주시 인문평생교육과(평생학습관) ‘지금 시작하는 50+ 어른학교’에서였다.
2019년 5월 섬진강 종주 프로젝트로 첫걸음이 시작되었고, 2021년 5월 8구간 154km의 종주가 끝나고 결성하게 된 ‘섬진강’ 커뮤니티!
그 안에는 17명의 회원이 강 길, 산길, 마을 길을 걸으며 서로의 마음과 마음을 길처럼 잇고 있다. 여름엔 서로의 그늘이 되어주고, 가을엔 서로에게 웃음으로 꽃을 피워주고, 겨울엔 시린 손을 잡아주는 핫팩이 되고, 봄에는 연초록 잎새처럼 희망이 되어준다.

우리의 걸음은 개인적인 성취감으로 끝나지 않는다.
기왕 걷는 걸음에 남다른 의미도 담아보자는 의미로 따로 한 달에 한 번 플로깅을 진행하고 있다. 시간이 허용되는 사람들끼리 만나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봉사활동은 전주시 안에서 이뤄지며, 직장인이 많은 관계로 주로 금요일 저녁 시간을 활용하고 있다.
밥 시간도 놓치고 가로수 밑까지 뒤적이며 찾아내는 쓰레기가 봉투를 채워갈 때마다 우리가 누리는 편리함에 대해 반성도 하고 일회용품의 심각성에 대해 고민도 한다.
전주시의 관광 대명사인 한옥마을에서 진행되기도 하는데, 지나는 사람들이나 상인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별거 아닌 일에 듣는 인사가 멋쩍어지면서도,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작지만 따스한 말 한마디가 더 우리를 이끄는 것이 된다는 것을 깨닫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원래는 2년으로 계획되었던 섬진강 자전거길 걷기가 코로나 19로 3년에 걸쳐 마무리가 되었지만, 그 성취감을 알기에 우리는 작년 연말 다시 새로운 계획을 세워보았다. 가보고 싶은 길들이 얼마나 많은지 새삼 깨달으며, 우리의 곁에 흐르는 또 하나의 강부터 차근차근 그 곁에 스며보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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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금강천리길이다.
장수 뜬봉샘에서 발원하여 철새들 낙원이라 불리는 금강하굿둑까지 397.8km를 흐르는 비단물결 금강천리길이 그 목표다.
2022~2023년까지 2년에 거쳐 섬진강 회원들과 전주시 인문평생교육과(평생학습관)에서 모집된 일반 시민들이 같이 걷게 될 길이다.

첫걸음을 떼기 전에 할 일이 있다. 40명의 사람이 움직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그만큼 긴장감을 가지고 안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3주 전에 미리 사전답사를 다녀왔다. 그 코스 그대로 걸어보며 시간을 체크하고, 쉴 곳을 찾고, 화장실 위치를 파악해두었다.

드디어 4월 30일 토요일, 금강 발원지인 장수군 수분리 뜬봉샘에서 첫걸음을 떼었다. 근원을 찾는다는 것은 신비로운 일이다. 작은 물방울들이 모이고 모여 숲을 적시고, 들을 적시고, 강이 되어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은 감동을 넘어서는 일이다. 그 작은 옹달샘을 경건히 들여다보며 우리의 발걸음이 멈추게 되는 곳을 떠올려 본다. 긴 여정이 될 것이다. 이 물줄기와 함께 할 것이다.
다시 진안군 안천면으로 이동하여 2코스 연결을 하였다. 용담면 감동마을까지가 우리가 걸어야 할 길이다. 도로를 걸어야 하는 구간이라 한 줄로 서서 걷지만, 섬진강 회원들에게 미리 중간중간 서서 안전을 부탁한 덕분에 무사히 진행되었다.
눈에는 아름답지만 수몰민들의 아픔이 담긴 용담호 물문화회관을 지나고, 섬바위 절경을 지나고, 감동 벼룻길을 지나 그날의 최종목적지인 감동마을에 도착하였다. 인증도장을 찍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강처럼 반짝였다.
1.2코스는 그렇게 21km 정도의 걷기를 마치고 적당한 노곤함으로 4월 마지막 날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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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섬진강’ 커뮤니티는 다시 5월 걷기를 앞두고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다시 시작되는 또 다른 길 3코스는 감동마을에서 무주 소이나루 쉼터까지 19.6km에 이른다. (20km 미만은 우습게 보는 우리 회원들에게는 좀 아쉬운 거리라고 한다.)
지난 17일 답사를 마쳤고, 5월 28일 토요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5월의 초록이 번진 산을 멀리 보며, 햇살이 강에 남기는 물장구 같은 윤슬을 보며, 공중에 꽃처럼 날고 있는 새들을 보며 우리는 그날도 금강을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걷고 있는 사람들의 발자국과 웃음을 그 강에 남길 것이다.
서로를 다 알지 못해도 경계를 두지 않는 강을 닮은 사람들이 함께 걷고 있을 테니, 이젠 금강 물길처럼 흘러가면 된다. 거침없이 흐르되,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들어 함께 .....

인디언 격언이 생각난다.

내 뒤에서 걷지 마라
난 그대를 이끌고 싶지 않다
내 앞에서 걷지 마라
난 그대를 따르고 싶지 않다
다만 내 옆에서 걸으라
우리가 하나가 될 수 있도록


글쓴이 : 50+섬진강 커뮤니티 대표 이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