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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2022 청소년 인문포럼-중딩과 고딩의 후기
관리자2022-07-26조회 1316
'현장스케치'는 평생학습 현장의 일을 사진과 글로 생생하게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청소년 인문포럼 “능력주의와 공정성”에 참여하고



진서연(전북중 3학년)



나는 올해로 세 번째 청소년 인문 포럼에 참여했는데, 이번 포럼은 ‘한국의 능력주의’라는 책을 읽고 ‘능력주의와 공정성’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포럼을 진행한 장소는 전주전통문화연수원이었다. 바닥에 앉아서 토론하는 게 다리도 저리고, 자세도 불편하여 힘들었지만 한옥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그곳에서는 전통의복도 입어보고 향사례(활쏘기)도 할 수 있었는데 우리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기뻤다. 활도 처음 쏴 보고 옛 선비들이 입는 옷은 처음 입어보아서 모르는 것이 많아 당황스러웠는데 전주전통문화연수원에 계신 선생님들께서 하나하나 친절하게 설명해주셔서 감사했다.
전통의복체험과 향사례가 끝난 뒤 김만권 강사님의 강연이 시작되었다. 김만권 강사님은 내가 첫 번째로 청소년 인문 포럼에 참여했을 때도 강연을 하셨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해주셔서 너무 좋았다. 작가님께서는 사실 ‘한국의 능력주의’라는 책이 능력주의를 다룬 책 중에서는 가장 쉬운 편에 속한다고 말씀하셨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책이 너무나도 어려워서 책을 읽는 내내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강사님께서 하나하나 이해하기 쉽게 능력주의에 대해 설명을 해주셔서 능력주의가 무엇인지, 능력주의가 무엇 때문에 문제인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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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집중해서 짧게만 느껴졌던 강연이 끝나고 모둠별 토론 시간을 가졌다. 우리 모둠의 모둠별 토론 주제는 ‘공정’이었는데 공정보다는 소비자 정체성과 자기표현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한 것 같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주제와 주어진 질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중에서 연세대학교 청소노동자 이야기를 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연세대학교 청소노동자가 임금을 올려달라고 시위를 하자 연세대학교 학생이 수업료와 정신적 피해보상금 640만 원을 지불해달라고 고소를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 수업권을 침해받았으니 고소는 정당했다, 고소한 것이 이해는 되지만 640만 원을 지불하라고 한 것은 너무 과한 처사였다, 고소를 하는 것은 옳지 않았다 등 여러 의견이 나왔었는데 나는 고소를 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또 모둠 토론을 진행했던 진행자 언니는 연세대학교 청소노동자 사건이 소비자 정체성과 관련이 있다고도 설명해주었다. 편하게 대화하는 형식으로 토론이 진행되어서 여러 사람과 내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그 후에는 모둠별 토론 내용 발표를 듣고 강사님의 소감을 들었다. 소감을 말씀하시던 중 강사님께서는 2년 전과 같이 또 우셨는데 강사님의 소감을 들으며 저렇게 멋지고 청소년을 위하는 마음이 넘치는 어른이 이 사회에 존재하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강사님과 같이 멋진 어른이 사회에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생겨났다.
이제까지 내가 참여했던 두 번의 포럼은 코로나로 인해 모둠별 토론은 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모둠별 토론을 해보니 앞선 두 번의 포럼에서 모둠별 토론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워질 만큼 너무 재미있고, 서로 대화하며 얻는 것들이 매우 많았다. 다음번 포럼에는 주변 친구들에게 소개하여 친한 친구들과 함께 재미있게 토론하며 여러 생각을 공유하고 싶다.




능력주의를 다시 생각하며



정관희(솔내고 2학년)



때때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만 할 것이 아니라 뒤도 돌아보아야 합니다. 끝없이 발전하고 서로의 경쟁의식을 도모하는 현대의 학습 방식도 나쁘지 않지만 옛 선조들의 학습 방식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예시로 우리의 영어시험, 그러니까 필수적인 시험이었던 향사례가 있습니다. 향사례는 평소엔 쉽게 볼 수 없는 의복과 커다란 활을 가지고 30m 앞 점수판을 향해 활을 쏘는, 성리학적인 향촌 교화를 목적으로 행하던 의례입니다. 이번 포럼에서 개인적으로 제일 인상 깊다고 느꼈던 활동이기도 하고요. 총 세 개의 색으로 나누어져있던 점수판 중 어디를 쏴도 같은 점수를 받는다는 사실이 점수로써 우열을 가려 학생들을 나누는 현재의 방식은 과연 옳은가, 우리 사회는 경쟁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왜 고치려 들지 않는가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었습니다.
이어서 이야기하기 전, 한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높은 장벽 앞, 발판이 없어도 벽 다음의 세상을 내다볼 수 있는 키를 가진 사람과 많은 발판 없이는 벽 다음의 세상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의 키를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러분은 발판 두 개를 가지고 있고, 이것들을 분배해야만 하는 사람이라 할 때 여러분은 어떤 기준에 따라 발판을 분배하실 건가요? 만약 키에 따라 작은 사람에게 발판 두 개를 몰아 준다면 두 사람 다 장벽 밖의 세상을 볼 수 있을 겁니다. 허나 키에 상관없이 두 사람에게 전부 발판 하나씩을 준다면 작은 사람은 여전히 장벽만을 보아야겠죠. 아마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답할 것입니다. “키에 따라 공정하게 분배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라고요. 하지만 분명히 누군가는 이렇게 답할 것입니다. “키가 뭐가 되었든 공평하게 나누어 주어야죠”
이 질문은 어떠한 조건도 보지 않고 모든 권리를 모두에게 동일하게 나누는 것이 과연 공평한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키가 작고 싶어서 작은 사람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키가 크고 싶어서 큰 사람도 없고요. 모두에게 주어진 환경의 조건은 우연하게도 불평등하다는 말입니다. 이번 포럼에서 평등을 주제로 토론을 진행해본 저는 이렇게 모두가 모두의 조건이 각기 다름을 앎에도 왜 우리 사회는 개인 간 능력의 차이에 따라 차등 분배하는 방식을 당연하다 생각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토론 진행 중에도, 이러한 분배 방식을 선호하는 이가 절반을 넘었었고 이들은 전부 능력이 좋아 성과를 잘 내는 사람이 더 많이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었으니까요. 하지만 좋은 성과로 높은 소득을 받는 그들이 남들보다 앞서있던 출발선에서부터 시작한 것이었기에 열심히 뛰었던 다른 이들과 달리 설렁설렁 뛰어도 쉽게 성과를 내볼 수 있었다는 환경까지 감안해야한다고 추가적으로 덧붙였다면 개인 간 능력 차이에 따라 차등 분배하는 것이 당연하다 말했던 그들의 의견도 바뀔 수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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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중 김만권 교수님께서 시험으로 능력을 증명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가른다면, 시험 점수가 높은 사람이 과연 현장 숙련도도 높을 것인가. 사실 시험점수가 높은 사람보다 현장에서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 더 많이 분배하는 것이 맞겠지만 이 사회는 뒤집혔다고 말씀하셨었습니다. 또한 ‘한국의 능력주의’란 책 속에서도 업무에 대한 실제 기여가 아닌 입직 당시의 시험 성적에 따라 급여나 복지 등에서 특권을 부여하는 것은 지대추구, 즉 생산적 기여 없이 소유권만으로 이익을 취하는 행위와 다름없다 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부분에서 전 문단에 작성해놓았던 의문을 조금이나마 풀어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시험으로써 능력을 판별하여 개인 간 능력 차이에 따라 차등 분배하는 방식만이 잘못되었기에 “시험은 우연히 불공평하게 주어진 개인의 환경에 따라 좌우될 수 있는 것임에도 어째서 이 사회는 이 방식만을 고집하는가”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강연의 내용과 책을 보면 알 수 있듯 교수님께선 이러한 분배의 원리 자체는 잘못된 것이 아니지만 시험으로써 능력을 판별하여 개인 간 능력의 차이에 따라 차등 분배하는 방식은 잘못되었기에 이 부분을 새로이 바꿔 나가야만 한다고 말씀해주셨고 이에 방식과 원리 자체가 전부 다 잘못되었다 생각했던 제 생각을 다시 잡아볼 수 있어 오늘도 저는 한 뼘쯤 더 성장해볼 수 있었습니다.
끝을 맺기 전에, 당연한 말들 한 번만 늘어놓겠습니다. 이번 포럼 너무 유익했고, 즐거웠고, 행복했고, 좋았습니다. 하여 저는 다음에 또 출석하겠습니다, 다들 내년에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