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귀농귀촌을 꿈꾸는 전주시민이 완주에서 살아보는 3일의 이야기
관리자2023-06-26조회 912
'현장스케치'는 평생학습 현장의 일을 사진과 글로 생생하게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만일 3일을 다른 곳에서 살 기회가 주어진다면, 당신은 어디에서 살고 싶은가? 그곳을 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내 마음에도 늘 푸른 초원이 있다.낡아도 좋을 집 한 채를 둥지 삼고 욕심 없이 꾸려가고픈 텃밭이 조금 있어도 좋겠다.
사람과 사람을 곁에 두고, 자연과 자연을 엮어서 같이 바람결을 느끼고
소쩍새 울음소리에 별을 헤아리는 시간이 머물다 가고......
3일간 그 꿈 근처에서 머물다 왔다. 완주에서 3일 살아보기~
3시간 같았던 시간은 짧은 여름밤처럼 후다닥 지나갔지만, 돌이켜보니 단단한 3일이었다. 전주시평생학습관과 완주군 귀농귀촌 지원센터의 콜라보~
3일 살이 팀은 그렇게 완주에서 살게 되었다. 5월 19일~21일까지 진행된 ‘완주에서 3일 살아보기’
50+ 세대 22명이 참가하여 2박 3일간의 일정으로, 귀농에 관련된 특강과 공동체 및 농장 견학, 농작물 수확 체험, 문화탐방, 텃밭 가꾸기 등으로 진행되었다. 완주로컬 모악산 점에 집결하여 책상 위의 호미, 텀블러, 에코백 등을 받으며 3일간의 일정표를 보니 우리가 살아야 할 3일, 그리고 담아야 할 것들이 좀 더 구체적으로 실감나게 다가왔다. 처음 특강은 완주군 농업종사자들을 위한 정책에 대한 소개와 완주의 대명사 ‘로컬푸드’의 탄생과 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으며 완주를 이해하기 위한 장을 열었다. 이어 같은 층에 있는 해피스테이션에서 식사를 마치고, 모악판매장 견학과 더불어 근처 위치한 구이 가공센터에 들러 농업인들이 가공품을 만들어 상품화시키는 과정까지 자세한 설명을 듣게 되었다. 스스로 세척하고, 가공하고, 포장까지 할 수 있는 설비들도 신기했지만, 버려지는 농산물도 줄일 수 있고 소득증대도 된다고 하니, 농민들 스스로 느끼는 보람도 남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3일간의 일정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것은 농장 견학이었는데, 고산의 브로콜리, 토마토, 양배추, 무화과, 완주 최초의 애플망고 농장, 아스파라거스, 딸기 등의 견학 및 수확 체험과 더불어 선배 귀농인들의 시행착오를 이겨낸 값진 경험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저녁 식사 후 들은 귀농 귀촌 사례발표는 50+세대가 느끼는 두려움과 젊은 세대의 모험이 비교되기도 하였고, 열정으로 뛰어들 수 용기가 부럽기도 했다. 언제부터 우리는 머뭇거림이 있는 나이, 돌다리를 두들기는 나이, 용기가 무모할까 겁을 내는 나이가 되었나 조금은 씁쓸했다. 2일 차 아침에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꾸려나가야 할 텃밭 가꾸기가 시작되었다.
일정표를 보니, 시작시간이 새벽 6시! 아침형 인간이 아닌 나로서는 모험이기에 실수하지 않으려고 알람을 두 개나 맞춰놓았지만, 눈이 먼저 뜨여 산책까지 하고 오는 부지런함을 보였다. 미리 기계로 잘 다듬어 놓으신 밭에 비닐을 친 후, 풀과의 전쟁을 끝내기 위해 잡초매트를 까느라 장화 속 발가락들이 물집이 잡히는 줄도 몰랐다. 그래도 많은 손길이 합심하여 보태지니 금방 끝내게 되는 손의 힘! 눈의 두려움을 없애는 위대한 힘이다. 텃밭 가꾸기는 3일째 새벽에도 진행되었다. 다듬어진 밭에 고추, 가지, 호박을 심고, 고추지지대를 설치하고, 줄을 쳤다. 작물 하나를 심기 위한 과정도, 잘 자라도록 배려하는 과정도 많았지만, 그 위에 남겨지는 손길도 땀방울도 많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는 과정이었다. 2일 차 낮에는 삼례 소셜굿즈센터 현장 견학과 편백나무 가공터 ‘한 그루’ 방문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들어본 이야기들은 다양한 귀농 귀촌의 길들이 되어주었다. 농사뿐 아니라, 다양한 취미와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잘 정착하여 살아갈 수 있도록 여러 방향의 가능성을 제시해준 시간이었다고 생각된다. 2일 차 저녁에는 ‘경천애인’ 숙소에서 멘토 멘티의 만남이 있었다. 사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되는 완주 3일 살기의 프로그램 중에서 제일 기다린 것은 멘토와 함께하는 그룹 톡톡 시간이었다. 이번에는 사전에 조사된 각 관심 있는 분야로 모둠을 나누었기에 주제별로 깊이 있는 대화에 집중할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어떤 과정들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왔으며,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그것들을 어떻게 이겨 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은 예비 귀농인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본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문화예술 계통 등 좀 더 다양한 주제로 멘토가 두어 명 정도 추가되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3일 차에는 지역 문화탐방도 있었다.
평소에도 복수초 보러나 숲길 걸으러 자주 가던 곳인데, 완주군 경천면 불명산 자락 화암사 오르는 길을 생태문화해설사와 함께 걸으며 나무와 식물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관찰하고, 화암사 건축양식에 대한 설명을 듣기도 하였다. 오월의 여유로운 시간 속을 유유자적하며 걷는 길이 편안했다. ‘전주시민 완주에서 살아보기’에 참여한 50+세대는 텃밭 가꾸기 작물들이 있어서 꾸준히 후속 활동을 이어가기로 하였다. 주중, 주말팀 등 자유로운 참가 시간으로 조를 나누고, 번갈아 가며 농작물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살피며 가꾸기로 하였다.
이후 수확한 고추와 가지, 호박 등을 주변의 이웃들에게 나눔도 실천할 예정이다. 미숙한 예비귀농인들의 손길이지만, 거름보다 더 좋은 발걸음이 그리고 손길이 정성스럽게 최선을 다해 가꿀 것이니 풍작을 꿈꿔 본다. 전주시민의 완주 살이~
짧은 3일이라는 시간이었지만, 막연했던 귀농 귀촌의 길을 볼 수 있게 해주었다고 생각된다. 겨우 3일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있겠다. 그러나 ‘겨우’라는 말은 경험하지 못한 것을 섣부르게 판단하는 건방진 마음이 아닐까? 겨우 같은 이 한 걸음 한 걸음이 늘 꿈만 꾸던 귀농의 길을, 귀촌의 길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날이 있을 거라고 믿어본다. 귀농 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익숙해진 생활을 버리고 새로운 생활을 찾아 떠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잠깐이라도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작물에 대한 경험을 나누고, 하나씩 조금씩 알아간다면 ‘언젠가’라는 막연한 희망보다는 ‘겨우’가 더 낫지 않을까? 50+세대다. 늙어지지 않는 마음과 늙어가는 용기가 결을 맞추며 무언가를 찾아가는 시절이다.
전주시 평생학습관은 그것들을 찾을 수 있는 ‘거리’를 주었다.
귀촌에 대한 막연한 꿈!
꿈으로만 끝날 것 같아서 조바심 났는데, 길을 찾을 발걸음이 되어준 ‘전주시민, 완주에서 3일 살아보기’ 프로그램!
너의 덕에 나도 머지않은 날에 귀촌이다.
이지영(완주 3일살기 참가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