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호] 염라대왕도 호시탐탐 노리던 전주 음식은?
<남천 오모가리 탕>
'할별땅(한벽루), 각시바우'서 멱 감고 놀 때만 해도 남천(학벽당 부근에서 남천교까지)에는 붕어, 잉어, 피리(피라미), 모자(모래무지), 쏘가리, 빠가(동자개) 등이 '바갈바갈'은 아니라도 '솔찬헌' 정도는 되었다. 볕 '따땃허니 좋은 날' 남천 돌밭에 가마솥 걸어놓고 남천서 잡은 '모자, 피리, 빠가 멫 마리 허고 묵은지 늫고 꼬창(고추장) 조깨 풀어서 폭폭 끓이노먼 기냥 양양 염라대왕 아니라 염라대왕 할애비가 와도 지금은 내가 쪼까 바쁭게잉?' 할 판이다. 그리하여 '오모가리 탕'은, 기실 비빔밥, 콩나물국밥에 앞서 염라국까지 자자히 소문난 전주 음식의 대표 격이었던 것이다.
<모자로 끓여야 제 맛>
염라대왕이 '남천 모자'에 찍은 방점은, '오모가리탕'이야말로 '모자(모래무지)'가 으뜸임을 분명히 한다. <난호어목지, 임원경제지>에서는 모래무지를 한자로는 사(鯊)로 적고 '모래마자, 모리모자' 등으로 부르며, 이른 봄 얼음이 녹으면 물을 거슬러 올라오는데 사람을 보면 주둥이로 사니(沙泥) 속을 파고 들어가므로 사매어(沙埋魚)라고도 불린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손뼉을 쳐 소리를 내면서 모래무지를 쫓으면 모래무지가 도망가다 지쳐서 모래 속에 몸을 숨기는데 이때 발로 밟아서 잡는다고 한다.
<오목오목 허닝게 오모가리 탕>
'오모가리 탕'의 '오모가리'는 매운탕, 콩나물국밥 등을 담는 옹기그릇을 가리키는 전주 말이다. 보통 음식 이름은 내용물에 따라 결정되는데 '오모가리 탕'은 그릇으로 이름이 지어진 게 특이하다. 오모가리는 뚝배기보다 더 오목하고 얇으며 배가 더 부르다. 배 부위에 테두리도 없으며 그릇의 전이 살짝 안으로 말려 있다. 오모가리의 크기는 만드는 이 맘이지만 그 생김새 안에는 맛도 맛이거니와 '든든히 멕이고픈', '엄니 마음'까지 담기는 듯하다. '오목대', '오모가리', '오마니 마음'의 이응 미음 소리 조합이 그럴 듯하다.
<그리운 남천 풍경>
전주천이 되살아나고 있으니 머지않아 남천의 풍경도 되살아 날 것이다. 잠깐의 상상이지만 전주천에 모자, 빠가, 불거지도 물 만난 세상 되고, 손뼉 쳐가며 모래 밟아 '모자' 잡는 풍경이 그저 상상일까? 버드나무 그늘 아래 염라대왕 입맛 다시던, 그 남천 모자 오모가리 탕, 혀끝이 '알싸험서도' 없던 입맛도 확 돌게 만들고, 한 입 한 입 '개완::헌' 그 맛과 풍경이 되살아나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