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가장 아름다웠던 하루
아프리카 신생아 살리기 모자뜨기 캠페인 5주년에 함께하다!

늦었다! 안개 낀 우중중한 아침.
날씨가 좋아질 거라는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하늘에선 막연히 가랑비가 내렸다.
“비만 오면 우울하던데, 이 기분으로 사람들을 맞이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많이 와야 할텐데..”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잠시, 늦었다는 압박감에 서둘러 택시를 타고 한옥마을로 달렸다. 멈출 줄 모르는 키로미터기의 야생마..
도착을 했을 때 내가 생각했던 거와는 달리 규모가 정말 컸다. 아프리카 신생아 살리기 모자뜨기 캠페인이 5주년을 맞이하여 시즌1~시즌5까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다양한 볼거리들도 내 눈을 번쩍이게 했다. 더운 나라에도 불구하고 하루 20~30도 일교차로 5세 미만의 높은 사망률을 보이는 아프리카 신생아를 위해, 스스로 체온 유지를 하지 못한 작고 여린 신생아들의 따뜻함을 위해 자신이 직접 뜬 모자를 보내주는 시민들에게 감사의 마음이 들기도 했다. 오늘 자원봉사를 끝내고 나도 신생아들을 위해 직접 모자를 떠보리라는 의지도 불끈! 행사 스텝으로써 열심히 일하겠다는 의욕이 불타올랐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회복지사 선생님들과 스텝 분들, 그리고 하나 둘 모여드는 자원 봉사자들까지 무대 세팅과 준비하는 모습의 진지함이 앞으로 시작할 캠페인의 열기를 예고하고 있는 듯 했다. 건물세팅을 하고 OT를 받으며 사전 계획과 각 파트별 역할의 대한 교육을 받았다. 최종 마무리 후 맛있는 점심시간, 그리고 본격적인 시작!
시작하기 전부터 몇몇 소수의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었는데, 본격적으로 사람들을 맞이하게 되었을 땐 마치 폭죽심지에 불을 붙인 것처럼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아침에 생각했던 예상은 가볍게 빗나갔고 정말 많은 분들이 찾아와 주었다. 거기에 호응이라도 하듯 날씨는 어느새 비가 개어 기분 좋은 선선한 날씨가 되었고 곧이어 특별 게스트 박경림씨의 출연으로 행사장에는 어느새 활기를 띄며 분비기 시작했다.
“그래! 내가 기대하고 생각했던 모습이 바로 이런 광경이지..!” 무엇보다 사람들이 이렇게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는 것에 대해 세삼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었다. 직접 미니 모자를 떠보는 어머니들과 자녀들의 모습. 옆 친구보다 더 예쁘게 염소를 그리려 애쓰는 아이들의 모습, 그리고 소란한 분위기 가운데 묵묵히 담요를 이어가는 사람들의 모습들까지 이들의 모습 가운데 도우려는 심성과 더불어 함께 한가지의 목적을 위해 자리를 함께 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함과 즐거움이 더해갔다. “이 많은 이들 중에 누구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차원에서, 누구는 시끄러운 군중심리에 이끌려서, 또 다른 누구는 단순한 궁금증에 찾아왔겠지?”라는 생각과 함께 그래도 구경하며 지나가는 이 장소 안에서 우리가 왜 이 활동을 하고 있는지와 이 모자와 염소가 그리고 조각조각 모여 만들어진 담요이불이 그들에게 얼마나 큰 힘과 희망이 될 수 있는지를 우리들의 이 의미 있는 외침이 이들의 마음 안에 자그마한 스크레치라도 남겨졌으면 하는 바램이 들었다. 행사를 하는 도중마다 손님들에게 사진을 찍어주며 훈훈한 광경과 상황들이 많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감사하게 느껴졌던 건 아이들과 함께 찾아온 부모님들이었다. 사진배경 안에 있는 어머니와 아이의 어려움과 사정을 아이들에게 설명하시는 모습을 보며 아직 완벽히 성장하지 않았을 아이들의 성품을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이렇게 직접 찾아오며 눈으로 보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가꿔준다는 생각에 내심 부럽기도 하고 많은 부모님들에게도 이렇게 해주었으면 하는 간구도 일어났다.
행사가 다 마감되어질 무렵인데도 행사장 안에 들어서는 사람들의 발은 조금 주춤한 듯 했지만 끊이질 않았다.
“조금 아쉬웠던 건 나의 영어 실력이었을 뿐이었지.. 관광지인 이곳 한옥마을에서 외국인들이 없을 리가 없지. 그것도 적은 수가 아닌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
그들에게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방법과 설명이 있었더라면 보다 더 넓게 알릴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행사가 거의 다 끝나갈 무렵 한 아이의 사진을 찍어주게 되었는데 아직도 그 친구의 말이 잊혀 지지 않는다.
“아저씨! 제 모자가 꼭 예쁘게 나와야 되요~! 제가 그 아이를 생각하며 이 모자를 짠 것처럼, 분명 그 아이도 저를 생각하고 이 모자를 따뜻하게 쓸테니까요!” 이런 캠페인 활동을 많이 마련해서 아이들을 비롯한 일반 시민들이 자주 접할 수 있는 나눔·기부 문화 축제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