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다녀와서...
박 시 원 (덕진노인복지관 성인문해교육 강사)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가을의 끝자락에서 깊은 산골로 나를 찾기 위해 떠납니다. 과연 나를 찾고 올 수 있을까?
정말 모두가 바라는 힐링으로 나의 삶에 새로운 에너지가 충전될 수 있을까?
간절하게 바라는 마음으로 낯선 여행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상큼한 아침 바람을 맞으면서 관광차에 몸을 싣고 대전 동구청의 평생학습센터를 방문하여 운영과 프로그램에 대하여 설명을 듣고 견학을 한 후에 바람 솔솔, 구름 동동, 별 총총, 구름도 쉬어가는 곳, 우리나라의 많은 재난의 피해를 비껴갔다는 깊은 산골마을 음성군 동음리 부락에 도착한 시간은 늦은 오후였습니다.
명상으로 어린 시절 나를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고 늘 바쁘게 동동 거리며 살아가는 자신에게 힘과 용기를 주며 위로하고 감싸주는 따뜻함을 보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모이신 선생님들의 무한한 재능을 조금씩이나마 들을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되었고 나의 행동에 조심조심 하면서 조금 더 잘 하려고 노력하고 힘겨워 하면서 살아가는 마음을 딱 들켜버렸습니다.
놓고, 버리고 가야한다는 말씀을 명심하면서 살아가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누군가를 위해 프로그램을 준비하셨던 선생님들께서 센터 선생님들의 세심한 배려를 받으면서 감동의 연속 이였습니다.
20대부터 50대까지 환상의 한 팀을 이룬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앞으로 어떤 일이 제게 다가와도 두려움을 없애주는 든든한 힘이 되었습니다.
뜨거운 눈물이 나는 시간을 보내고 박 선생님의 사회로 밤늦도록 이어진 2부 프로그램은 또 하나의 감동의 시간이었습니다.
늦은 밤까지 서로를 알아가는 귀한 시간이 있었기에 얻을 수 있는 보배 네트워크의 무한한 힘이 아닐까요?
센터장님 다음에도 이런 따뜻한 만남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부탁드리며 김부장님과 센터 선생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정말 마음 편한 시간이었고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귀한 인연 소중하게 간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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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골짜기에 서다!-황토명상마을 힐링캠프를 다녀와서
황토명상마을! 명상 공동체 ‘나를찾는사람들’은 이곳을 ‘아쉬람’이라고 부른다. ‘아쉬람’이란 수행자들이 거하는 움막이라는 의미이니. 이 마을의 흙집들은 수행처인 셈이다.
황토명상마을은 충북 음성군 음성읍 동음리(冬音里) 월창골(너머창골)에 자리 잡았다. 동음리는 ‘겨울(冬)소리(音)’라고 하는 예사롭지 않은 지명. 아랫창골, 윗창골, 너머창골 세 마을로 이뤄졌다.
보현산과 만생산(萬生山.마당산)자락에 들어앉은 마을, 옛날 전쟁 때마다 군량미를 보관하던 골짜기였다는 창(創)골의 세 부락 가운데에서도 너머창골은 가장 깊숙하다.
이 깊은 산골에 황토흙집 30여 동이 들어서서 황토명상마을을 이뤘다. 전국흙집짓기협동조합의 전신인 ‘전국흙집짓기운동본부’가 2006년부터 이곳에 ‘흙두레건축’방식으로 흙집짓기 학교를 운영해 온 결과다.
황토흙집에 관심을 가진 동호인들이 흙집을 건축하면서 황토명상마을이 형성되었고, 2007년부터는 ‘명상과 함께하는 흙집학교’를 운영해 왔다.
2011년 충청북도가 이 마을을 문화관광 체험마을로 선정했고, 2013년 8월에는 농촌진흥청이 농업 농촌 6차 산업 육성 계획에 의해 치유농업중심형 우수 사례 마을로 선정했다.
전주에서 황토명상마을 가는 길은 꽤 멀었다. 대전 동구 평생학습관 방문을 마치고 한 시간 반을 달려 음성읍, 여기에서도 20분쯤 더 달렸을까?
굽이굽이 충청도 산길을 돌아 너머창골 버스 종점으로 들어서는데, 골짜기 양 편으로 마을이 보인다. 골짜기 왼쪽은 원래 마을이 들어서 있는 곳이요, 오른쪽은 황토집들이 오밀조밀 들어서 있다.
바로 황토명상마을이다. 가파른 비탈길을 돌아 올라보니 지붕은 대부분 너와로 덮었고, 집집마다 굴뚝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른다.
마을은 전체적으로 좁아 보인다. 인도 아쉬람 공동체를 기본으로 했다는데 공동 시설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다섯 평 쯤 돼 보이는 황토집마다 나무로 만든 문이 제법 큼지막하다. 묵직한 느낌의 문을 열고 집안을 들여다보니 구조는 단순하다. 방 한 칸에 화장실을 겸한 간이 샤워실이 딸려 있다. 아담하고 소박한 황토집의 방안에 구들이 달궈지니 바닥이 뜨끈뜨끈하다. 이대로 아무 생각 없이 앉아만 있어도 치유와 명상의 시간이 될 듯하다.
마을 가운데 넓은 목재데크가 전망대처럼 붙어 있는 집이 명상체험을 하는 강당이다. 우리 일행은 이곳에서 1박2일 힐링캠프를 체험한다. 이곳 황토명상마을에서 명상공동체 ‘나를찾는사람들’이 운영하는 명상체험프로그램이다.
강당에 앉아 명상에 들어갔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시작됐다. 강사 선생님이 간헐적으로 때리는 종소리가 내 마음 속 깊은 연못 위에 떨어진 나무열매의 파문처럼 원을 그리며 번져간다. 명상에 빠져든 동안, 지나온 삶이 펼쳐지고 그 삶의 시간 속에서 내 안에 쌓여온 수많은 상처와 묵은 감정들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아차! 불행한 것은 내가 미처 스마트폰을 끄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일터의 남은 일들이 내가 명상을 하는 시간에도 진행되어야 하기에 어쩔 수 없었다. 걸려오는 전화와 문자, 이메일이 호주머니 속에서 진동하며 명상을 방해한다. 스마트폰이 있기에 이 깊은 산골에 들어서도 일 처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한편으로 다행스럽지만, 자연 속의 일부가 되어 명상을 하고 지친 심신을 씻어내는 데에는 장벽과도 같은 장애물이 아닐 수 없다. 다음에 이곳에 오게 되면 아예 연락두절 상태로 들어오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를찾아 떠나는 여행’(1박 2일 힐링캠프)은,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치유하며”, “스스로 운영하는” 데에 초점을 둬, 나에게 내재된 근본 능력을 스스로 발현시키는 수련 프로그램이다.
황토명상마을의 황토집들은 서향이라 아쉽다. 골짜기의 맞은편 기슭에 들어선 원래 마을이 동향으로 형성된 반면에, 황토집은 마을 건너편에 자리를 잡느라 서쪽을 바라보고 있다. 아침보다 저녁 해지는 시간이 더 아름다운 이유다.
저녁식사를 하는 동안 골짜기에 어둠이 내려앉으니 사방이 고요하다. 보이는 것은 하늘에 총총히 빛나는 별들뿐이다. 내가 별을 올려다보는지 별들이 나를 내려다보는지 생각하는 동안에 두고 온 도시의 일들이 까마득히 잊혀져 간다. 서 있는 이 자리가 나를 치유하고 있었다.
즐겁게 살지 않은 것은 죄다(무라까미 류)-
바람에 뒤척이는 풀잎처럼 춤추며 살 일이다
날으는 풀씨처럼 가볍게 살 일이다
온 대지에 은은한 향기 풍기며 살 일이다
하늘 향해 눈부신 생명력을 내뿜으며 살 일이다
어제와 내일은 보내신 이의 시간이고
나의 시간은 오직 이 순간 뿐
온갖 근심과 고뇌는 지으신 이의 몫이니
나는 그저 살아있음의 기쁨을 구가할 뿐이다.
- 김수돈(평화동마을신문 편집인_학산종합사회복지관)